[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1992년 등장했던 메타버스(metaverse)가 현재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메타버스는 궁극적으로 인터넷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전자상거래(e-Commerce)가 비즈니스의 중심이 되었다.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많은 전자상거래 기업이 파산했으나 구글과 페이스북,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디지털 기업이 등장했다.
인터넷이 새로운 유형의 기업을 등장하게 했듯이, 메타버스는 완전히 새로운 기업을 등장하게 하고 새로운 경제 체계를 만들어 낼 것이다. 이를 메타노믹스(metanomics)라 부를 수 있다. 메타버스의 대중화로 메타노믹스가 등장할 것이고 이는 21세기 전반기에 경제 시스템의 지각을 변경시킬 것이다.
인류가 에너지 문제를 극복하지 않는 한 메타노믹스의 성장에 한계가 있기는 할 것이다. 인류의 연간 사용 에너지 량과 세계 총생산(World Gross Production)은 매우 강한 상관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를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도 상당한 전력이 사용될 것이다. 따라서 메타노믹스 경제 규모가 관련 기술 성숙도와 시장 확장으로만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인터넷으로 인한 경제지형 변화보다는 더욱 큰 지각변동을 할 것임에는 틀림없다. 인터넷이 데이터, 정보 및 지식의 생산, 유통 및 활용 등에 영향을 미쳤다면 메타버스는 여기에 더해 인류의 체득과 경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는 오래된 상상력이다. 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메타버스는 과학적 상상력에만 머물러 있었다. 2022년 현재도 닐 스티븐슨(Niel Stephenson)이 그의 소설 ‘스노우 크래시’에서 상상한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데는 메타버스 기술 생태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 메타노믹스를 분석하고,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서는 메타 노믹스의 과거, 현재 및 미래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 현재 및 미래는 단 중장기의 3개 시계(時界)로 나누어 미래 변화를 전망하고 이끌어 내야 한다.
오래된 상상력 메타버스와 메타노믹스
코넬 대학 회계학 교수인 로버트 블룸필드(Robert Bloomfield) 교수는 2007년 메타버스 내 경제 연구를 메타 노믹스라 불렀다. 블룸필드는 메타노믹스를 세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 가상공간 내의 경제 연구인 실감 연구 (immersionist research), 둘째, 현실세계의 개인과 기업이 그들의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메타버스 내의 가상 공간 이용에 대한 연구인 증강 연구(augmentationist research), 마지막으로 가상공간에서의 경제정책 실험 연구(experimental research)이다.
실감 경제는 인디아나 대학 교수인 에드워드 캐스트로노바(Edward Castronova)의 1999년 온라인 게임에서의 가상 경제(Virtual Economics)에 대한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가상 세계에서의 경제적 분석을 실증적으로 수행한 첫 논문이다. 이 연구에서 가상 공간 재화를 실제 화폐와의 교환 환율을 기준으로 분석했는데, 이에 의하면 게임 속에서의 시간 당 임금이 3.43달러에 달했다. 이는 인당 국내총생산(GNP)가 당시 불가리아와 러시아의 인당 국내총생산 수준에 달했다.
투기로 인한 거품 경제
메타노믹스가 화두가 된 이유는 메타버스와 관련된 것처럼 보이는 암호화폐 경제,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나타내는 비대체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플레이투언(Play to Earn, 이하 P2E)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돈이 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메타의 사명변경과 암호화폐 개발은 그들이 메타 버스에 압도적인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메타는 플랫폼인 메타버스를 지배함으로써, 메타버스 위에서 운영되는 종속적 플랫폼을 지배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처럼 보인다. 인터넷과 비교 하자면, 인터넷을 지배함으로써 인터넷에서 운영되는 아마존과 구글과 같은 플랫폼 기업에게 영향력을 미치겠다는 것과 같다.
주커버그(Zuckerberg)는 메타의 암호화폐가 메타버스 속의 기축 통화가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새롭게 선을 보인 싸이월드도 암호화폐인 페이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메타버스 속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은 메타버스 기업의 암호화폐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이는 메타버스 기업에게 막대한 이윤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메타버스 기업은 기존의 전통적 금융기업과 경쟁할 것이다.
NFT에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NFT는 이더리움(Etherium)의 스마트 콘트랙트(smart contract)로 발행된다. 이더리움 규약을 따르거나 혹은 스마트 콘트랙트를 구현한 블록체인은 NFT를 발행할 수 있다. 따라서 NFT는 복수의 블록체인 플랫폼에서 발행 가능하며, 동일한 디지털 소유물에 대해 복수로 발행될 수 있다. 이는 NFT가 비대체토큰으로 고유할 것이라는 기대에 어긋난다. 디지털 소유물이 삭제되더라도 NFT는 남아 있는 문제도 발생 한다. 기후변화로 부동산이 유실되더라도, 등기부등본은 남는 것과 같다.
메타노믹스의 본격적 성장
메타노믹스의 경제규모는 피더블유씨(이하 PwC)의 2019년 보고서 ‘봐야만 믿을 수 있다(Seeing is Believing)’ 를 참고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현실과 증강현실로 인한 전 세계 부가가치가 2030년 1.5조 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전부가 메타노믹스가 되지는 않겠으나 그 대부분이 메타노믹스의 경제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30년 전 세계 총생산은 약 12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메타노믹스의 경제규모는 약 1.3%를 차지할 것이다. 참고로 2020년 우리나라의 총생산은 1.6조 달러에 달한다.
가상현실과 미러월드 속 실감경제도 성장할 것이다. 아바타에 대한 디지털 성형, 메타버스 속 창작과 메타버스 속 건물 설계와 건축에 따른 경제규모도 성장할 것이다. 가상현실 속 게임은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며, 영화와 게임이 융합되고, 공연의 의미와 양식이 메타버스가 성숙함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메타노믹스의 방향
2038년 완전한 실감형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완전한 실감형 기술의 발달이란 햅틱(haptic) 기술에 의한 촉각을 재현하고,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로 후각과 미각의 일부를 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2040년까지 충분히 발전할지는 불확실하다.
뇌에서 신호를 읽는 것은 가능하나, 뇌에 직접 후각과 미각 정보를 입력하는 데는 기술적으로 뛰어넘어야 할 난관이 있다. 2040년까지 스마트 콘택트 렌즈 기술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콘택트 렌즈를 통해 증강현실 기술의 일부를 실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강현실 콘택트 렌즈 기술은 충분히 성장하지 않게지만, 메타버스 쓰임새를 확대할 것이고, 이에 따라 메타노믹스의 규모도 커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메타노믹스는 경제 시스템은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이다. 모든 경제 시스템은 경제적 혁신, 사회공동체 및 지구생태계와 상호 영향을 미친다. 이들 세 가지가 ESG에 대응한다. 최근 여기에 내적 성찰을 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메타버스는 디지털 속의 민주주의를 대중화하고 상시화하는 기술적 수단이 될 것이다. 도시 구조의 변화에 따라,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메타버스 속에서의 글로벌 공동체도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메타버스 속에서의 체험교육은 내적 성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실감형 게임과 영화를 통해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할 수도 있다.
메타노믹스는 우리에게 다양한 길을 제시한다. 미래는 가능성으로 열려 있다. 메타노믹스는 예측(forecast)의 대상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열려 있는 대화와 설계(foresight)의 대상이다. 메타버스는 현재의 논의가 아니라 미래에 대한 논의이며, 메타노믹스에 대한 논의는 이미 정해진 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개척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정부, 기업, 창업가와 사회 설계자 및 정책 혁신가가 메타노믹스에 대해 실천적 대화와 전망을 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