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박종호 기자] 30년 경력 미국 한 변호사가 법원에 제출할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비스 '챗GPT'에 의존했다가 징계받을 위기에 처했다. 챗GPT를 통해 수집한 판례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거짓 판례'임이 밝혀지면서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케빈 카스텔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 판사는 거짓 판례가 담긴 서류를 제출한 스티븐 슈워츠 변호사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청문회를 열었다.
카스텔 판사는 NYT에 "슈워츠 측이 근거로 든 판례 중 적어도 6건이 가짜였다"면서 "이런 일은 법원에서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슈워츠 변호사가 변론을 맡은 사건은 2019년 엘살바도르에서 뉴욕행 아비앙카항공 여객기에 탔던 승객 로베르토 마타의 소송 건이었다.
마타는 탑승 중 서빙 카트에 부딪혀 무릎을 다쳤고, 이를 직원 잘못으로 돌리며 항공사를 고소했다. 반면 항공사는 공소시효(2년)가 지난 뒤 제기한 소송이라며 기각을 요청했다.
마타의 변호사로 고용된 슈워츠는 소송을 계속되어야 한다며 관련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문제는 슈워츠가 인용한 판례 중 최소 6개가 거짓이었다는 점이다.
아비앙카항공 측의 바트 바니노 변호사는 "슈워츠 변호사의 의견서에 담긴 중국 남방항공 사건 판례는 물론 여기에 인용된 2008년 제11 연방고등법원의 대한항공 판결문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의견서에 담긴 판례들이 실제 판결이 아닐 수 있다"며 챗gpt이 관여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슈워츠 변호사는 지난 5월 25일 법원에 선처를 호소하면서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법원과 항공사를 속일 의도가 아니었다"며 "AI 챗봇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 그 콘텐츠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그는 "챗GPT에 판례가 사실인지 검증을 요청했더니 '맞다'고 답했다"고 지난주 법원에 전달했다. 그는 30년 이상의 베테랑 변호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