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2022년 11월 등장 이후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생성형 AI 챗GPT이다. 챗GPT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무료라는 점이다. 사용자가 물어보는 모든 질문에 대답하는 서비스가 공짜라는 점은 챗GPT의 확산 속도를 매우 강하게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그렇다면,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는 '세계적 현상을 만든 이유'를 무엇이라고 말할까.
2023년 3월 10일부터 19일까지 미국 텍사스 오스틴(Austin)에서 열린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콘텐츠, 테크놀로지 혁신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 2023). 2019년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현장에 참석해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년 3월 열리는 이 행사는 '인간의 생활과 관련한 모든 혁신'이 논의되는 '올인원 축제'로 유명하다.
또 이 행사는 콘텐츠와 테크놀로지가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SXSW 현장에서는 아티스트가 노래로 팬들과 만나고 동시에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기술 혁신을 소개하는 등 크로스 테크, 크로스 미디어 이벤트가 매우 빈번하게 벌어진다. 혁신들이 교류하는 지점에는 '테크놀로지'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테크놀로지의 힘이 계속 커지고 있는 것을 반영하듯 SXSW 행사는 매년 성장하고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2022년에만 SXSW가 텍사스 오스틴에 일으킨 경제적 효과만 2억 8,070만 달러(3,700억 원)다. 지난 2022년에도 오스틴 지역의 호텔 객실은 4만 5,000개 이상이 예약됐다.
2023년 역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여행 정보 예약 사이트 호텔스닷컴(Hotels.com)은 앱에서 오스틴 지역 호텔 검색량이 2022년에 비해 2023년에는 10배 증가했다. 가장 많은 행사가 열리는 오스틴 컨벤션 센터(Austin Convention Center) 주변 호텔 숙박료는 평균 3배가 올랐다. 그중에서도 컨벤션과 가장 가까운 힐튼 오스틴 호텔의 1박 가격은 최고 800달러(우리 돈 100만 원)를 넘어섰다. 이 가격에도 호텔 객실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2023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오스틴 컨벤션 센터, 파라마운트 극장, 레드 리버 문화 지구 등 주변의 다운타운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졌다. 온종일 노래 소리가 들리고 푸드트럭은 물론이고 사람이 끄는 이벤트 자전거, 각종 콘텐츠 기업들이 만든 홍보 오픈 하우스 등 먹거리와 볼거리가 계속 채워졌다. SXSW에 따르면 1,400개의 공연이 77개의 SXSW 2023 무대에서 펼쳐졌다. 아울러 285편의 영화와 TV 프로젝트가 SXSW에서 처음 상영됐다. 이는 2019년 팬데믹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2023년 행사가 2022년과 다른 점도 있었다. 입장 배지 수령 장소에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접종 증서와 마스크 착용 여부를 보여줄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포스트 팬데믹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또 다른 점은 AI의 점령이다. 2023년 SXSW도 여전히 뜨거웠지만, 주인공이 AI로 바뀌었다.
2022년 SXSW를 지배했던 웹 3.0과 암호화폐는 사라지고 그 자리를 인공지능(AI)이 채웠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사람처럼 말하고 인간과 같이 대화하는 생성형 AI(Generative AI) 챗GPT를 공개한 이후 세상이 완전 바뀐 것이다. 전 사회, 산업 영역에서 AI를 이해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확산되고 있다.
정확히 말해 AI가 없는 영역은 이제 없다. 2023년 SXSW에서는 AI의 혁신과 미래가 다양하게 소개됐다. 교육, 미디어, 푸드, 음악, 영화 등에 각 산업 영역에 적용되는 생성형 AI의 모습이 콘퍼런스를 통해 전달됐다. 2023년 SXSW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AI 이벤트와 세미나가 이뤄졌다. 주최 측에 따르면 제목에 AI가 포함된 세미나 숫자가 20개가 넘었다.
현장 참가자들은 SXSW 2023만 봐도 AI의 진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행사 중 하나는 2023년 3월 10일 오픈AI의 공동 창업주가 들려주는 생성형 AI 세션이었다.
세션 'OpenAI Co-founder on ChatGPT, DALL·E, and the Impact of Generative AI'에는 오픈AI의 공동 창업주인 그레그 브록만(Greg Brockman)이 전 CNN 기자이자 닷닷닷의 창업주 로리 시걸(Laurie Segall)이 AI가 만든 새로운 시대와 챗GPT, 달E(DALL-E) 등 오픈AI의 AI 엔진을 분석했다. 생성형 AI 열풍을 불러온 챗GPT의 개발사 오픈AI의 수장이 SXSW 2023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세미나는 인간처럼 말하고 인간을 대체하고 있는 생성형 AI의 등장이 미디어, 영화, 일자리, 뷰티, 그리고 기후변화 등 산업 전반에 어떻게 적용되고, AI를 적용한 산업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고민하고 분석하고, 전망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SXSW 2023을 방문한 그레그 브록만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매우 유명한 인물이다. 샘 알트만, 일론 머스크 등 오픈AI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으로 사장 겸 공동의장이다. 오픈AI에 합류하기 전에 그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재무 결제 솔루션 스트라이프(Stripe)의 창립 엔지니어 겸 CTO를 역임했다. 스트라이프 재직 중 브록만은 직원 수를 4명에서 250명으로 늘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하버드대학에서 수학과 컴퓨터 사이언스를, MIT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다.
오스틴 현장에 모인 관중은 챗GPT를 개발한 브록만에게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많은 참석자는 챗GPT를 개발한 브록만에게 AI 개발 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물었다. 이에 브록만은 "가장 중요한 것은 높은 수준의 판단력"이라고 강조했다. AI에게 인간의 업무 영역을 위탁하기 위해선 사람과 같은 순간순간의 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아이들은 AI를 가지고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미래에는 이런 시스템에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완벽한 AI 사용자가 되고,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AI 시스템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세미나에서는 오픈AI의 창업 의도, 챗GPT, 달E(DALL-E) 등 오픈AI의 생성형 AI가 사회에 몰고온 변화, 윤리적인 문제, 그리고 미래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갈 인간의 모습과 그 의미 등 다양한 이슈가 거론됐다.
생성형 AI의 장점과 매력은 확장성이다. 브록만 오픈AI CEO는 챗GPT의 이용이 상당히 쉽고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남용 및 페이크 정보와 특정 정보 출처에 대한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결국 AI가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다.
사실 AI를 제외한 미래는 상상하기 어렵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AI를 활용하는 법을 모를 경우 일자리 유지가 어렵다. 이제 우리는 AI를 잘 쓰는 법을 연구해야 한다.
물론 AI가 인간이 직업을 대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란들은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론은 인간의 판단력과 고차원적인 기술은 AI에 의해 복제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브록만도 AI 이후의 세상에서 일하게 될 미래에 대해 "가장 중요한 것은 판단력과 고차원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을 거라는 얘기다. 결국 최종 업무를 판단하는 것은 인간이며 사람이 AI를 계속 다루는 트렌드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AI 긍정론자들은 AI 도입 이후 사람들의 일자리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I의 도움으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AI가 많은 직업을 죽이겠지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긍정 사이클은 AI가 적절하고 정당하게 사용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오픈AI CEO도 인정했듯, 사람을 대체하는 수준의 AI를 이용하는 경향은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AI는 부작용을 더 양산할 수 있다. AI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오픈AI뿐만 아니라 구글 등 현재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이 AI에 뛰어들었다. AI 플랫폼의 급성장이 예상된다. 성장 속도만큼, 적절한 사용에 대한 기준을 빨리 세우는 것도 상당히 중요할 것이다.
생성형 AI는 우리에게 긍정적인 동시에 부정적이다. 결국 생성형 AI에서 중요한 것은 활용이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AI는 무기가 되기도 하고 흉기로 변하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