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정책 동향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미국은 엄격하지만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 조성이 되어 있다. 미국은 투자자 보호와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엄격한 금융규제를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핀테크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의 규제 환경이 합리적이고 예측 가능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명확히 금지한 것 이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비용편익 분석에 기반하여 비합리적인 규제를 지속적으로 정비함으로써 신생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기 용이하다. 대표적인 사례로 크라우드 펀딩을 허용하는 법률인 일명 ‘JOBS법(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Act)’의 통과를 들 수 있다.
미국 금융당국은 비조치의견서(No Action Letter) 등의 면책제도를 통해규제의 불확실성을 제거이다. 비조치의견서는 기업이 특정 사업의 합법 여부를 규제기관에 질의하고 답변을 받는 제도로, 일단 허용 후에는 징계할 수 없다. 핀테크와 같은 혁신적인 사업은 합법과 위법의 경계인 ‘회색 지대’에 놓인 경우가 많아 비조치의견서가 일종의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영국은 ‘금융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의 최초 도입했다. 영국의 핀테크 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성장하여 오늘날 미국과 함께 핀테크 강국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 핀테크 산업의 급속한 성장배경에는 규제환경 변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며,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따른 우수한 핀테크 생태계 구축이 핵심 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의 금융규제 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서비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핀테크 산업을 적극 지원한다. 런던 동부에 기술 클러스터인 테크시티(Tech City)를 조성하고,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세제혜택 및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핀테크 기업 지원 전담부서인 이노베이션 허브(Innovation Hub)를 설립하여 핀테크 기업에 직접적인 지원을 제공한다.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은 기존의 핀테크 지원사업인 금융혁신 지원 프로그램(Project Innovate)을 확대한 ‘금융규제 샌드박스(Regulartory Sandbox)’도입을 세계 최초로 추진했다. 금융행위감독청은 5개 영역으로 구성된 선정기준에 따라 지원 기업을 선정했다. 핀테크 기업에게 혁신적인 신규 금융상품을 규제의 제약 없이 일정 기간 동안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호주는 공공데이터 개방과 핀테크 관련 규제 최소화했다. 금융서비스는 호주경제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으로, 특히, 2015년 9월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의 취임은 호주 핀테크 산업발전에 있어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핀테크 관련 예산을 증대하고, 스타트업과 기업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면서 시드니와 멜버른을 중심으로 새로운 핀테크 허브로 발돋움 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이 될 수 있는 공공데이터 개방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호주 정보위원회는 8개의 ‘열린 공공정보 원칙(Principles on Open Public Sector Information)’을 발표하여 정부에서 제시한 공공정보 공개 원칙을 구체화하고 있다. 법무부를 주관으로 하여 공공정보의 저작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없는 경우 등에는 공공정보를 저작권사용 허가표시(Creative Commons by License)로 공개하였다.
호주 금융당국은 금융산업에 네거티브(Negative) 규제 방식을 적용하여 핀테크 관련 규제를 최소화하고, 필요한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법 개정을 통해 스타트업을 포함한 비상장사의 크라우드소싱을 통한 자금조달을 허용했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초기 단계의 기업에 파산법 적용을 완화하는 방안을 계획이다. 선제적·집단적 비조치의견서를 활용해 감독기관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함으로써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사후 관리에 기반한 실험적인 규제 완화 시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핀테크와 같은 신규 성장산업에 대해 실험적인 규제 완화를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플레이어의 시장 진입을 유도하고, 기존 금융사와의 경쟁을 통해 금융의 혁신을 달성한다.
일부 시범지역이나 기업에 대해 엄격한 기존 규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유연한 규제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는 시대의 새로운 핀테크 산업 육성정책으로 큰 효과를 발휘한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서비스 경험을 축적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Alibaba)나 텐센트(Tencent)가 대표적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에 대해서는 사후적인 보완을 통해 법적·제도적 환경을 완비하고 강력한 규제를 적용한다. 그러나 기본적인 핀테크 정책기조는 실험적이고 예외적인 무(無)규제를 용인하는 열린 접근법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장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