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최근 해외 인터넷 은행들의 주요 기능으로 B2C 대출이 아닌, 모기업인 온라인 플랫폼 생태계 내에서 활동하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B2B 대출이 부각되고 있다.
이들 인터넷 은행의 B2B 대출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의 핵심은 모기업인 플랫폼이 획득하는 정보에 있다. 통상적으로 소상공인들의 경우, 단기자금 수요는 높지만, 신용 정보 부재로 인해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플랫폼 생태계 내에서 경제 활동을 영위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플랫폼은 이들의 판매 이력과 재고 수준, 판매 평점 등의 정보를 독점적으로 취급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 신용 평가를 통해 소상공인들로 하여금 대출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여신 제공 기능을 아웃소싱이 아닌 내부 금융사를 활용할 유인이 더 크다. 플랫폼 내부 구성원의 정보 유출을 막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서 외부 은행이나 여신 전문 기관을 활용할 경우, 이들이 적정 마진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자체적으로 여신을 공급하는 것이 대출 금리 측면에서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플랫폼 내부에서 원활한 여신 공급은 플랫폼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은 현금 흐름이 보다 원활해짐에 따라 영업 및 생산 여력을 높일 수 있고, 보다 양질의 상품과 적시의 상품 공급이 이뤄짐에 따라 고객들의 생태계 유입이 늘어나게 되며, 더 많은 소비자와 사업의 성장 지원이라는 메리트를 쫓아 소상공인들의 유입도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플랫폼들은 은행 라이선스를 확보함으로써 저원가성 수신과 소비자 Lock-in이라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캐피탈 등 여전사를 활용할 경우, 여신을 위한 자금 조달을 회사채에 의존하는 만큼, 보다 높은 조달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자금 조달의 안정성도 수신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터넷 은행이라는 수단을 활용할 경우,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은 수신을 활용함으로써 더 낮은 금리에 대출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은행의 수신 기능과 생태계 내의 금융 및 비금융 기능을 결합함으로써 소비자를 Lock-in시킬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플랫폼 내의 인터넷 은행은 B2B와 B2C 생태계 간의 가교 역할을 함으로써 생태계가 더욱 강화되는 선순환의 핵심 연결 고리인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해외 대형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결제 업체들이 인터넷 은행 라이선스를 확보, 적극 활용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해외와 같이 플랫폼 생태계 내에서 정보를 활용한 B2B 금융이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네이버의 스마트스토어 전용 대출을 들 수 있다. 네이버는 20년 12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 대출을 시작하였다. 네이버파이낸셜이 네이버 내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를 담당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실제 대출을 취급하는 구조로, 대출한도는 최대 5천만원, 금리는 3.2~9.9%로 설정되어 시작하였다.
네이버의 B2B 금융은 중국이나 미국 대형 플랫폼들과는 달리, 대출 기능을 외부 금융사로부터 아웃소싱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 알리바바는 자회사인 MyBank를 통해 미소기업 대상 대출을 실행하고, PayPal과 Square는 PayPal Capital 및 Square Financial Service라는 금융 자회사를 통해 운전자금 대출을 포함한 금융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네이버 파이낸셜이 네이버페이를 통한 결제와 신용평가 기능 등 자본 레버리지를 활용하지 않는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공 중에 있다. 즉, 자본을 활용한 레버리지 기능을 필요로 하는 여신 공여 기능은 외부 금융사로부터 수혈하는 구조를 지니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네이버 파이낸셜과 다른 방식으로 B2B 금융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카카오뱅크의 모기업인 카카오가 네이버와 비교할 때, 이커머스 부문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둘째 카카오뱅크가 네이버 파이낸셜과 달리 가맹점의 결제와 관련된 PG 기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카카오 생태계 내의 B2B 금융을 필요로 하는 자체 시장의 규모가 제한적인 것은 물론, 동사가 이들 가맹점에 대한 정보도 아직까지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참고로, 카카오의 생태계 내에서 결제 기능은 카카오페이가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