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2021년 8월 상장을 추진한 카카오뱅크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상장 설명서)엔 낯선 이름을 가진 회사가 등장한다. ‘파그세그루’라는 브라질 핀테크(첨단 기술을 접목한 금융) 회사를 기업 가치(시가총액) 산정을 위한 기준으로 삼았다고 적혀 있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는 이런 해외 핀테크 회사들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각각 18조·12조원으로 제시했다. 둘을 합치면 은행·카드·보험 등 거의 모든 금융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최대 금융지주 (시총 기준)인 KB금융(22조원)보다 기업 가치가 크다.
증시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 등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핀테크 회사의 면면을 볼 때, 이 들이 추구하는 기업 모델이 은행이나 신용카드사가 아닌 IT(정보기술) 회사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두 회사가 동시에 지목한 파그세그루는 브라질 최대 인터넷 포털인 ‘UOL’의 자회사로 2006년 탄생했다.
초기엔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처럼 포털용 결제 수단으로 출발했는데 소비자·소상공인 등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점차 신용카드·은행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2018년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해외 핀테크 기업과 비교해 정한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의 기업 가치와 공모가가 적절한지에 대해선 증권가 평가가 엇갈린다. 한국 여건을 고려했을 때 기업 가치나 공모가 가 지나치게 높게 산정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애널리스트는 “공모 가 산정 과정에서 영업 환경이 비슷한 시중은행(금융지주) 대신 해외 핀테크 회사를 기준으로 잡다 보니 기업 가치나 공모가가 과도하게 산정된 듯하다”라고 했다.
은행업은 자본이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해야 성장이 가능한데 카카오뱅크의 자본이 국민은행의 약 10분의 1 정도로 아직 작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반면 IT 업계에 몰리는 돈이나 최근의 폭발적 성장세를 감안하면,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기업의 확장성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IT 회사의 기업 가치는 현재의 실상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산정되기 때문에 기존의 은행과 같은 틀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증시에 상장한 2021년 8월 6일 국내 한 일간지에서 진행한 전문가 인터뷰에 의하면, “IT재벌이 1등 금융사가 되어버렸다며 IT공룡이 만든 은행이 금융 대장주가 되어, 정체된 금융 산업에 메기 역할을 한다더니 대형 식인 상어가 탄생한 것 이어 큰 위기감을 느낀다”며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30% 올라 상한가인 6만 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일 기준 시가총액은 33조 1620억원으로 기존에 1등 금융사였던 KB금융(21조 7052억원)을 단숨에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김범수 의장이 대주주인 IT대기업 카카오가 지분 27%를 보유하고 있다. 특례법인 ‘인터넷 전문은행법’적용을 받기 때문에 비금융 기업이 은행 지분을 10% 넘게(의결권은 4%)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금산(금융-산업자본)분리 규제를 받지않는다. 경영권을 위협받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지분을 보유한 ‘확실한 주인이 있는 대형 은행’이 탄생한 것이다.
IT기반 시가총액 1등 은행 탄생을 계기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한국의 금산분리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국내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카카오뱅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하향 평준화시키지 말고, 기존 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금산 분리를 융통성 있게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