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코로나19가 가져온 업무 방식의 변화는 원격근무(재택근무)의 확산이다. 2020년 한국의 재택근무 활용 비율은 48.8%로 높은 수준이었다. 유럽에서도 간헐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코로나19 이전 11%에서 코로나19 이후 2020년에 48%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가 폭증하던 시기가 지난 후에도 2020년 7월 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여전히 재택근무를 하는 근로자들이 전체 근로자의 30%를 초과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재택근무의 도입을 망설이던 기업들도 대규모로 재택근무를 실험한 뒤에는 재택근무의 새로운 가능성과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보다 유연한 입장을 갖게 되었다.
재택근무는 근무 장소의 유연화, 사무실 임대 비용 절약, 통근비 절약, 일하는 방식의 개선(훨씬 더 계획되고 구조화된 작업 일정과 흐름) 등의 이득이 있다. 그러나 장비투자 필요, 기업기밀 보안, 고립감 심화, 의사소통 부족, 기업문화(기업근로자로서의 소속감, 정체성, 협동작업)의 약화라는 문제점도 드러내고 있다. 재택근무를 경험한 근로자의 2/3 정도가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적정한 결합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전환 속 노동의 과제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디지털 전환은 일자리의 양과 내용 그리고 질 및 일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영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기술이 확산되고 더욱 고도화된 기술이 보급되더라도 고용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특정 업종, 직종, 직무는 자동화되어 없어질 것이다. 이와 함께 새로운 업종, 직종 혹은 기존 업종과 직종에서 새로운 직무가 만들어지고 있다.
또한 직종과 직무는 있더라도 일하는 내용이 크게 바뀌어 단순한 과업은 더욱 자동화될 것이고 분석적이고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과업은 늘어날 것이다. 과거의 기술이 주로 단순업무를 자동화했다면, 디지털 기술은 중간숙련 일자리를 줄이고 저숙련과 고숙련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산층의 기반을 무너뜨리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생산공정의 합리화, 자동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에서는 디지털기술이 생산공정에 채택되고 활용되는 속도가 늦고 점진적이다. 한국에서 디지털 기술을 생산공정에 도입한 스마트 공장 실험은 나름대로 공정혁신과 개선의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필요와 적절하게 연결하지 못하여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확산 및 코로나19로 인한 가속화로 각광을 받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에는 노동 매개 플랫폼 등 네 종류의 플랫폼이 있다. 노동 매개 플랫폼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일거리 수요와 구직 수요의 정교한 매칭 능력을 바탕으로 많은 일거리를 개발하여 플랫폼 노동자와 연계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은 고용관계가 아니라 일회적 계약, 단기계약, 프리랜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의 형태로 다양성과 비공식성, 파편화를 강화하면서 비표준적인 노동제도를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플랫폼 노동은 전일제 정규직이 중심인 표준적인 고용관계를 약화시키면서 소득과 일자리의 불안정성, 노동조건의 악화, 사회적 보호의 배제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기술은 대규모 재택근무를 실험하였고, 재택근무의 새로운 가능성과 문제점을 확인하였다. 앞으로 노사의 필요에 따라 일하는 장소의 유연성을 높이면서도 업종, 직종, 기업의 필요에 맞추어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탄력적으로 결합하는 근무 형태가 나타날 것이다.
최근 들어서 첨단 디지털 기술일수록 기술주기가 비교적 짧고 같은 기술이라도 업데이트된 내용을 갖고 있어서 지속적으로 신기술의 특성을 익히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 중간숙련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고, 고숙련 일자리는 구인수요는 높은데 적절한 기술을 가진 고숙련 노동자를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로 인해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면서 평생직장을 갖기란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과 일자리에 적응해야 하는 일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며, 같은 일자리에 있더라도 직무 내용이 지속적으로 바뀌어 가면서 이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도 적지 않아질 것이다.
이와 같이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과 크게 달라지고 있는 노동시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전직 지원, 일자리 찾기와 매칭, 실업수당 개선 등 고용서비스의 대폭 개선과 함께, 평생교육과 직업훈련을 포함한 국가의 과감한 투자와 지출이 필요할 것이다. 고령자들을 위한 사회보장이 현상유지를 목적으로 한다면, 이와 같은 고용서비스, 직업훈련과 평생교육 등을 위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