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디지털이 가져온 산업의 변화는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산업의 변화는 일자리 변화로 이어지고, 일자리 변화가 급작스럽게(해고 및 집단 감원) 일어나는 경우 많은 노동자가 실업자로 전락하는 사회 문제가 발생한다. 디지털화에 따른 일자리 변화는 다방면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다.
기업의 아웃소싱, 노동력 유연화(비정규직화, 계약직화, 파트타임화, 플랫폼 노동, 클라우드 워킹, 긱 노동 등)는 디지털 기술에 의한 기업(협력업체 포함) 관리의 원격화, 노동 시간과 장소의 유연화에 따른 것이다. 노동이 유연화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기술적 흐름이다. 문제는 노동의 유연화가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로 인하여 갈등이 증폭된다는 데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으로 구분되는 노동시장의 양극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을 비롯하여 경제적 집단 간의 비대칭적 교섭력 차이로 인한 것이다. 노동자들도 소속된 집단에 따라 비대칭적 교섭력을 갖게 됨으로써 업무는 비슷한데 처우와 보상(임금 등)에 있어서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은 규모는 줄어들지만 강한 교섭력으로 과잉보호를 받고, 중소기업과 비정규직은 약한 교섭력으로 차별적 대우를 받는 구조가 정착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지털화에 의한 노동의 유연화는 비정규직, 계약직, 플랫폼 노동자의 상태를 더 열악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노동의 유연화로 비정규직, 계약직, 플랫폼 노동이 증가함에 따라, 노동력의 상대적 공급과잉이 일어나면서 처우가 더 열악해지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혁신 역량을 저하시키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대기업 정규직 종사자들이 나와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경제로 전환하는 것이 선진국 모델이다. 한국은 이들이 과잉보호의 울타리 안에서 자기들만의 파이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노동시장의 디지털화, 자동화까지도 차별적으로 작용하도록 이끈다. 이는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함에 따라 갈등과 저항을 불러오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보안요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정규직을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직원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은 바로 이러한 부당한 차별적 대우와 자동화라는 복합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타다’ 논란도 저임금 운수 노동자와 디지털 신기술 간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차별적 노동시장으로 인하여 열악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들은 디지털화, 자동화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게 된다.
그나마 일부 공기업의 비정규직은 정부와 공기업을 대상으로 한 싸움에서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과잉 공급된 노동시장의 열악한 처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