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의 노력만으로 2050년까지 정부 계획에 비해 누적 온실가스 배출을 16억3000만톤 더 줄일 수 있는 2050 탄소중립 경로가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미래 세대에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부담을 떠넘기지 않으면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 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찾은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한국의 신속한 기후 행동을 위한 주요 전략
탄소중립을 향한 30년간의 산업 구조 전환은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익이 큰 기회다. 이러한 전환을 가속화하는 열쇠는 적절한 정책과 기존 기술 및 미래의 기술에 대한 관심 위에 놓여 있다. 이미 기술 성숙도가 상당해 일부 국가에서는 원자력 발전이나 화력 발전에 비해 경제성을 확보한 재생에너지는 이러한 전환의 근간이 될 것이다. 2050년 탄소중립 을 향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가면서 건물, 수송, 산업 부문에서의 점진적인 전력화와 다양한 유연성 자원(에너지 저장 및 수요 관리)은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더욱 촉진할 것이다.

1.재생에너지 확대
한국의 1인당 전력 소비는 OECD 주요국 38개국 중 8위를 차지한다. 연간 525TWh의 전력을 소비하며 이 중 산업 부문에서의 소비가 56%를 차지한다.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전력화의 중요성, 특히 재생에너지 전력의 중요성은 한국의 전환기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강조될 것이다.
내연 기관 및 화석 연료 보일러 등과 비교해 볼 때 수송, 저온 난방, 냉방, 온수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전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이로 인한 산업 및 수송 부문에서 전력화의 영향으로 에너지 효율화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전체 전력 수요는 2018년 526TWh에서 2030년에는 723TWh로 약 40%, 2050년에는 1258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이러한 전력 수요는 가능한 신속하게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충당돼야 한다. 재생에너지 전력 비중은 2030년 53%, 2050년에는 84%까지 확대돼야 한다. 현재 37GW에 달하는 석탄화력 발전은 2035년까지 폐지돼야 하며 40GW의 용량을 차지하고 있는 천연가스 발전 또한 2045년까지 수소 터빈으로 교체돼야 한다. 원자력 발전은 정부 계획에 따라 2018년에는 22GW였던 발전 용량이 2030년에는 20GW, 2050년에는 11GW로 줄어 들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연 평균 18GW(태양광 11.7GW, 육상풍력 3.8GW, 해상풍력 2.7GW)의 설비 보급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수준에 비하면 상당히 늘어나야 한다. 영토의 제약으로 육상 풍력은 이미 2030년에 보급 잠재량인 40GW에 도달하고 해상 풍력은 2030년부터 연간 6.3GW 이상 보급돼 2050년에는 154GW의 설비 용량을 기록한다. 태양광 발전 잠재량은 상당하다. 2050년에는 총 375GW에 도달하는데 2030년부터 2040년 사이에 연간 14.5GW가 보급되고 그 이후로는 연간 10GW 수준의 보급이 필요하다.
2050년의 전체 전력 생산에서 육상 풍력, 해상 풍력, 태양광의 전력 비중은 각각 10%, 37%, 38%를 차지한다. 205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총 1093TWh로 전체 전력 생산량 1296TWh의 84%를 차지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전환부문은 2050년 탄소중립에 도달한다.

2.수소 확대를 위한 지원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서 수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K-Map 시나리오에서는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생산 하는 블루 수소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블루 수소는 온실가스 포집률이 최대 98%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완전한 탄소중립 에너지원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과정에서 메탄이 발생할 수 있는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이러한 잔여 배출이 어떠한 흡수원을 통해서 라도 제거돼야만 한다. 또한 블루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개질 설비와 포집 설비 등의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데 이러한 인프라가 '기술 잠금 효과'를 유발해 그린 수소로의 이행을 저해할 수 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산업 부문의 일부 업종은 공정에서 수소를 활용해야만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전력 계통에서의 계절별 유연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도 수소의 비중은 늘어나야 한다.
K-Map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기준 우리나라의 수소 수요는 1820만톤으로 산업 부문이 1350만톤을 차지하며 수송 부문 280만톤, 전환 부문 180만톤이 될 전망이다. 이는 정부안 의 수요 2740만톤보다 30% 이상 적은 수준인데 정부안에서는 전환 부문에서의 연료 전지 및 수소 터빈 활용에 큰 비중을 두었기 때문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K-Map에서의 수소 수요가 정부안보다 190만톤 많다. 수소 환원 제철 공정(철강)의 환원제, 그린 나프타(석유 화학·정유)의 원료, 전체 산업의 주요 연료로서 수소가 사용된다. 수소는 2025년부터 산업 부문에 도입돼 2050년에는 산업 부문 에너지 수요의 26%를 차지해 전력 다음의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한다.

수송 부문에서는 K-Map에서의 수소 수요가 정부안보다 130만톤 많다. 전력화가 어려운 대형 트럭 및 항공과 해운 등 장거리 운송 수단에 수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송 부 문 수소 수요의 60%는 이러한 장거리 운송 수단에 이용된다.
철강 부문에서의 탄소중립 달성에 있어서도 수소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기존 고로를 이용하는 제강 공정이 현재 철강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2040년까 지 DRI 공법으로 전면 교체해야 한다. DRI 환원제로 우선은 천연가스를 사용하지만 수소가 원활하게 보급됨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소를 환원제로 이용한다. 2050년에는 철강 부문에서의 에너지 소비 전체의 60% 이상을 그린 수소가 차지한다.
K-Map 분석에 따르면 2050년 국내에서 생산한 수전해 수소 공급량은 670만톤 수준으로 국내 수소 수요의 약 37% 수준에 불과할 전망이다. 재생에너지의 잠재량이 제한적인 국내에서의 그린 수소 생산은 원거리 부유식 풍력발전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육지 전력망에 연계되지 않은 해상 풍력이 가동하는 2035년부터 그린 수소 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다.
3.전기 자동차 보급 및 2040년 내연 기관 판매 금지
2013년부터 시작된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지원 정책의 영향으로 최근 들어 친환경차가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의 발전을 반영해 보급 목표를 더 상향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생산 계획에 따르면 2030년 한 해 동안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약 80만대에 이른다.
K-Map 분석에 따르면 2030년까지 1000만대의 친환경차량 (전기차 533만대, 하이브리드차 400만대, 수소연료전지차 85만대)이 보급되고 2050년에는 총 2450만대(전기차 1882만대, 기타 친환경차량 554만대)가 운행된다. 또한 2040년 이후 새로운 내연 기관차(하이브리드 차량 포함)의 판매는 금지된다.

결과적으로 도로 교통에서의 에너지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한다. 친환경차량 보급에 비례해 화석 연료 소비가 줄어드는데 2020년 소비량 대비 2030년에는 171TWh(1470만TOE), 2050년에는 407TWh(3500만TOE)의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이는 2030년에는 약 2900만톤, 2050년에는 약 78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으로 나타난다. 친환경차 보급을 통해 2050년까지 80%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친환경차로의 빠른 전환은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준다. 수송 부문에서 직접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으며 석유 제품의 수요가 감소해 정유 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유도할 수도 있다. 또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고 V2G(Vehicle to Grid) 등의 신기술을 보다 용이하게 도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발전 부문의 변동성 리스크를 보완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보다 강력한 정책과 지원책이 필요하다. 친환경차에 대한 보조금 확대, 교통수단 전환을 위한 대중교통 및 철도망 확충, 자동차 에너지 효율 강화, 바이오 연료 및 e-fuel 규제(장거리 운송 수단에만 사용) 등이 마련돼야 한다.
4.그린 리모델링 가속화·난방 에너지원 전환
건물 부문에서는 난방을 위한 에너지 사용이 전체 에너지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므로 단열을 강화하고 난방 연료를 탈탄소화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건축물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단열 기준이 강화되기 시작한 2010년 이전의 노후 건축물이 특히 중요하다. 건물 최저 에너지 성능 기준 도입, 그린 리모델링에 대한 세제 감면 또는 직접 지원 등의 정책을 통해 연 2%의 그린 리모델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신축 건축물에 대해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 기준을 의무화해 전반적인 건물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신축 건축물에 대해서는 제로에너지건축물 의무화를 즉시 도입하고 건물 에너지 효율 기준을 점차 강화해야 한다. 그린 리모델링의 효과로 2050년까지 노후 건물의 연면적이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에너지 고효율 건물의 연면적 비중이 늘어난다. 2050년을 기준으로 2019년 이후 리모델링되거나 새롭게 건축되는 건물의 연면적이 약 70%를 차지하고 2010년 이후 건축되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물이 92%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2025년부터는 신규 가스보일러 설치를 금지하고 히트 펌프(360만대)를 보급하고 지역난방을 확대하는 등 탈탄소 연료로의 점진적인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 이같이 감축 수단을 적용함에 따라 난방용 에너지 수요는 2018년 대비 2030년에는 55TWh, 2050년에는 155TWh가 줄어들고 온실가스는 2018년 대비 2030년에는 1700만톤, 2050년에는 4200만톤이 줄어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전력화 및 기기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통해 건물 부문의 총 에너지 수요는 2018년 521TWh 에서 2050년 292TWh로 44% 줄어들고 온실가스는 2018년에는 5200만톤이 배출됐으나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할 전망이다.
5.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지원 정책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BAU 시나리오 대비 약 1330조원(2022년 현재 가치화 830조원)이 더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BAU 대비 총 483조원, 연평균 16조7000억원의 투자가 추가로 요구되며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서는 수소 환원 제철 기술 보급 등 을 위해 BAU대비 659조원이 더 필요하다.

아직은 탄소 저감 수단 대부분의 기술 성숙도가 낮기 때문에 초기에 더 많은 투자가 집중돼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해 초기 단계 기술로 경쟁하는 세계 탄소중립 기술 시장에서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초기 투자는 우리나라 제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 베이터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막대한 투자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비용을 줄여 주는 경제적 효과로 돌아온다. K-Map 시나리오는 BAU 대비 약 83억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데 이는 최소 ,400조원에서 최대 3100조원(연평균 50∼110조원)의 경제적 편익으로 돌아올 것이다. 여기에 더해 석유, 석탄, 천연가스 수입 저감에 따른 국부 유출 방지까지 포함할 경우 탄소중립 이행에 따른 편익은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탄소중립을 위한 투자는 자칫하면 에너지 가격과 물가를 상승시켜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정책을 수립해 한국 사회가 조속하게 녹색 전환을 추진하고 신속하게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해야 한다.
보다 신속하게 탄소중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각 부문의 주체들이 빠른 속도로 저탄소 기술을 채택해야만 한다. 그러나 저탄소 기술이 이미 상용화됐다 하더라도 대부분이 기존 기술에 비해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저탄소 기술을 신속하게 보급하고 활용하도록 촉진하는 지원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전력 및 산업 부문의 배출권거래제 강화, 제로에너지건축물 기준 강화, 친환경차량 지원 제도 확대, 탈탄소 기술에 대한 그린 파이낸싱, 친환경 산업에 대한 직접 지원, 세제 혜택,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입찰제 도입, 친환경 제품에 대한 공공 입찰 의무화 등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정책에 해당한다. 이러한 정책의 시행은 친환경 기술의 빠른 보급을 가속화할 것이다.
산업 부문에 있어서는 독일 정부가 기업의 탈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시행하는 '탄소차액지원제도(CCfD)'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탄소차액지원제도는 새로운 저탄소 설비에 대한 투자 등으로 인해 생산 단가가 상승했을 때 그 상승분을 정부가 기업에 우선 지원하고 향후 온실가스 가격이 상승했을 때 배출권을 판매해 초과 수익이 발생하거나 온실가스 다배출 제품에 비해 생산 단가가 낮아져 수익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 정부에 지원금을 환원하는 제도다. 기업이 생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한 채 신규 설비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 설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를 응용해 우선 정부가 기업의 탄소중립 기술 투자비 일체 또는 일부를 지원하고 향후 수익이 발생하면 기업이 정부에 지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도 이 제도를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저탄소 기술 채택에 따른 생산 비용의 변동이나 배출권 가격 변동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정부는 각 부문의 탄소중립 이행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재원을 이미 확보하고 있으므로 이를 한국형 탄소차액지원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전환 부문의 경우 전력산업기반 기금과 에특회계를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 및 천연가스 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지에 따른 정의로운 전환에 지원할 수 있다.
산업 부문은 산촉기금(산업 기술 진흥 및 사업화 촉진 기 금)과 에특회계를 저탄소 공정·기술 개발 R&D 및 실증화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으며 건물 부문은 주택 도시 기금으로 제로에너지건축 및 그린 리모델링을 지원할 수 있다. 수송 부 문은 기후대응 기금에서 친환경차 보급과 인프라 구축을 보조하는 것이 가능하다. 농업 부문에서는 농업·농촌 공익 기능 증진 직접 지불 기금이 농경지 토양에서의 탄소 흡수를 촉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