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디지털화와 글로벌 가치사슬의 디지털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가치의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가치의 정의, 가치가 창출되는 방식, 가치의 목표.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는 그간 기업 단위에서도 다르지 않다. 급격한 변화와 변화에의 적응, 그 안에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일련의 행위가 디지털화되고, 기업이 가치를 포착하고 생성하는 과정이 변화한다.
전통적인 경제체제에서 가치사슬이 하나의 가치사슬(R&D, 생산, 유통, 소비)로 연결된 파이프라인 경제였다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가치사슬은 외부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작용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한 플랫폼 기반 경제(규모의 수요경제)로 변화된다. 각자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중간재, 인력 이동을 통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견고함보다는, 디지털화를 통한 데이터나 원거리 서비스 기반의 연계가 강화되고, 외부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가치사슬이 재구성되어가는 중이다.
플랫폼 기반의 가치사슬은 이전 ICT 서비스 산업이 가지고 있던 전통적인 가치사슬과는 확연히 다른 형태로 구성된다. 공급자, 수요자, 제3자 개발사, 투자자, 유통과 마케팅, 인프라 등 각종 주체와 리소스가 얽힐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보유한 자원과 가치를 통합,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수요자에게 전달한다. Cennamo(2020)에 따르면, 플랫폼은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가 최종 수요자 에게 가치를 창출, 전달할 수 있게 해주는 새로운 인프라스트럭처이다.
클라우드와 AI 기반의 가치사슬 변화
클라우드는 컴퓨팅 파워와 인프라에 대한 민주화된 접근방식을 제공하고, 소규모 회사가 비용 부담을 낮추고 최신 인프라에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여, 신생기업의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산업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기능한다. 단순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넘어, 급속도로 증가하는 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관리하는 수단을 제공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탑재, 수요자에게 연결한다.
또한, SaaS 시장의 성장과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는 무료 SW를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여, 기술력 대비 마케팅 역량이 취약한 신생기업들의 서비스가 시장에 노출되어 고객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여 진입장벽을 해소 하는 데 기여한다.
클라우드 플랫폼을 중심으로 API와 SDK 등을 통해 보완재의 개방과 공유가 촉진되며,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인프라, 기술, 서비스 등의 리소스를 제공하는 CSP(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 Cloud Service Provider)가 공급자로, 공급자가 제공하는 인프라와 서비스를 기반으로 제3의 서비스를 제작하여 판매하거나 최종 소비 하는 개발사, 기업이나 개인이 수요자로 기능하게 된다.
또한,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수집된 데이터와 정교해진 서비스는 다시 플랫폼으로 환원, SaaS 제품과 서비스는 클라우드 플랫폼의 마켓플레이스에 탑재되어 클라우드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공급자-플랫폼-수요자가 상호보완 관계를 이루는 생태계형 가치사슬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 기반의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는 지속 가능한가?
글로벌 국가 단위로 확장해 보자면, AI 기술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기술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는 로컬 플랫폼들이 로컬 데이터를 활용하여 차별화와 특화를 꾀하는 것이 가능해짐으로써,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로컬 플랫폼이 글로벌 플랫폼으로부터 내수를 방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한 플랫폼이 글로벌화를 진행하는 모습도 목도할 수 있다. 또한, 글로벌 플랫폼들에게도 로컬 소비자가 생산하는 데이터의 중요도가 배가되면서, 로컬에서 창출되는 가치가 글로벌 가치사슬의 상류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도 강화되고 있다.
원천기술과 클라우드, AI 등의 플랫폼을 미국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면, 그 플랫폼 위에 구현되는 새로운 서비스 모델들은 국가 단위로 출현하는 양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후발국들은 선도국에서 출현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로컬 맥락에 맞게 응용, 개선하면서 자체적인 로컬 플랫폼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의 쿠팡, 중국의 바이트댄스, 인도의 플립카트 등 고유한 특성을 가진 유니콘 기업들이 대거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기업이 글로벌 가치사슬 안에서 범용화되고 모듈화된 핵심기술과 부품, 개방형 협력을 기반으로 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을 둔 플랫폼 서비스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중소기업들에 막대한 클라우드 이용료나 전환비용으로 작용하게 될 수 있으며, 나아가 플랫폼 기반으로 촉진되는 가치사슬의 초국경성, 리소스의 개방과 공유, 상호호혜적인 네트워크 관계와 협업, 공동의 가치창출로부터 발생하는 혁신의 기회가적어질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