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미국과 EU 등 주요국은 최근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반독점 이슈와 데이터 주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상 기업인 구글, 아마존, 메타(舊 페이 스북), 애플 등은 소위 웹 2.0의 개방, 공유, 참여 및 협력 정신에 힘입어 큰 성공을 이룬 기업들이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문화 등 많은 부분의 혁신을 동인하며 긍정적 영향을 미쳤으나, 한편으로는 감시자본주의 도래, 거대 플랫폼 기업 출현과 독과점 이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빅테크 기업들의 지나친 상업주의와 이들의 과도한 영향력이 문제가 되었고, 이를 극복하고자 새로운 웹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는데, 최근 웹 3.0이 이담론의 중심에서 있다. 웹 3.0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2010년대는 시맨틱 웹을 중심으로 한 지능형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었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웹 3.0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현 중앙집중화 된 인터넷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탈중앙화를 실현하고 사용자가 데이터를 소유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
웹 패러다임 변화와 웹 3.0의 등장
웹 1.0은 1989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과학자 간 원활한 데이터 공유를 위해 개발한 HTML 기반의 초기 인터넷 산업시기를 의미한 다. 이시기는 닷컴버블의 영향으로 수많은 포털, 이메일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이 출현한 시기로, 이들 서비스의 특징은 사업자(공급자)가 뉴스나 논문 등의 콘텐츠(데이터)를 웹에 올리면 사용자들은 이를 검색하거나 읽기만 가능하고, 댓글 등 콘텐츠를 생성하는 행위는 불가능한 단방향의 일방적인 수용행태 위주였다는 점이다.
닷컴버블이 꺼지고, 많은 인터넷기업이 사라졌다. 생존한 기업과 새롭게 출현한 기업들을 가리켜 웹 2.0으로 구분하였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웹을 보다 사용자 참여 중심적으로 만들고자 한점이었다. 여러 사람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생산해낼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서의 웹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HTML과 같은 웹 언어를 몰라도 손쉽게 웹에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서비스(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및 유튜브 등)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웹 2.0 시 대가 개막하였다. 웹 2.0은 개방, 공유, 가치, 협력 등의 가치를 기치로 누구나 웹에서 글, 그림,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었고, 다른 사용자의 콘텐츠에 참여할 수 있는 읽기-쓰기의 양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었다.
웹 3.0을 ‘콘텐츠(데이터)의 읽기, 쓰기 및 소유가 가능한 사용자 중심의 탈중앙화된 인터넷 환경’이라 정의한다. 웹 2.0에서 사용자는 타인이 생성한 콘텐츠를 읽거나 댓글을 쓰는 이용자가 되기도 하고, 직접 콘텐츠를 생성 및 배포하는 공급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콘텐츠의 소유권은 기업에 귀속된다. 반면 웹 3.0에서는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사용자들도 수익을 얻고 콘텐츠의 소유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차별화 된다.
웹 3.0 특징과 전망
웹 3.0에 대한 논의는 데이터 통제와 운영의 탈중앙화, 사용자의 데이터 소유권 확보, 높은 보안성 및 프라이버시를 핵심적인 특성으로 인식한다. 그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기존 웹 2.0 진화의 연장선상에서 지능화 서비스와 메타버스와 같은 몰입형 가상융합 서비스까지 확대하여 새로운 웹 패러다임의 총합을 담아내는 그릇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웹 3.0 서비스는 주로 디앱(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을 통해 제공되고 있어서 디앱 현황을 통해 웹 3.0 현황을 가늠할 수 있다. 디앱은 ’22년 2월 현재 기준으로 3,925개가 등록되어 있으며, 이는 최근 3년간 359% 성장한 수치이다. 이중 금융분야 562개(14.3%), 소셜분야 411개(10.4%), 게임분야 673개 (17.1%)가 전체의 41%를 차지하며, 금융, 소셜, 게임 분야에 집중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웹 3.0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앞서 제시하는 모든 특징이 발현된 서비스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웹 3.0은 기술과 서비스 개념이 확립되지 못한 초기 단계로 다양한 쟁점 사항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웹 3.0의 촉진요인과 저해요인을 살펴보고, 향후 전개방향에 대해 간략히 살펴본다.
첫째, 수익독식 구조나 운영 불투명성 등 현 인터넷 산업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는 새로운 웹 방향에 대한 분명한 니즈가 존재한다. 우선 수익 독식 구조를 살펴보면, 오늘날의 빅테크 기업 매출에 큰 부분은 사용자들이 생성한 데이터와 콘텐츠에 기인한다.
둘째, NFT, P2E 등 웹 3.0의 대표 비즈모델이 그 가능성을 빠르게 입증하고 있다. 이용자가 생성한 데이터 및 콘텐츠를 수익화하는 NFT는 ’21년 가장 높은 관심과 빠른 성장을 보인 시장 중 하나이며, 암호화폐와 연동하여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과 경험치를 수익화할 수 있는 P2E 역시 전 세계 게임회사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다.
셋째, 웹 3.0은 메타버스, 인공지능, 블록체인 등 거대 기술이 융합되어 차세대 웹 패러다임을 담아 내는 용광로(Melting Pot)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기술은 이미 개별 기술로도 잠재력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으나, 시장과 산업측면에서 인터넷 서비스에서 융합될 때 보다 큰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에 차세대 인터넷 기반기술로서 시장에서의 융합시도는 앞으로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웹 3.0은 이를 총칭하는 용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웹 3.0에 대한 논의와 전망은 이미 15여년전 웹 2.0이 부상하면서부터 시작되었지만, 실감할 수 있는 수준의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최근의 웹 3.0에 대한 논의는 기존과 달리 현재 시장구조의 한계와 문제점에서 촉발되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새로운 기술에는 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해왔다. 혁신저항 이론에 따르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이를 소비자가 수용할 때에는 저항감이 발생하며, 이는 혁신 수용과정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웹 2.0의 도입 시기에도 현재의 논쟁과 마찬가지로, 마케팅적 수사에 불과하다는 회의론적 시각과 정보격차의 심화, 수익기반의 부재,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등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웹 2.0이 결국 산업·사회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계기가 되었던 것처럼, 웹 3.0의 진행과 발전방향을 잘 살피면서 웹 3.0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함께 새로운 기회 포착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