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인공지능 소식이 뜸하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모두들 앞다투어 인공지능의 장밋빛 미래를 예측했던 것에 비하면 의아하다. 맥킨지는 2018년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GDP의13조 달러가 인공지능으로부터 창출될 정도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2020년보고서에서는 지난 1년간 인공지능을 새롭게 도입한 기업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체기에 도달했다고 언급해 인공지능의 확산이 더뎌지는 것을 확인해 주었다. 또 다른 컨설팅 기업인 BCG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각 기업의 인공지능 도입 계획은 2019년 20%에서 2020년4%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10개 중 7개의 프로젝트가 매출액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인공지능의 확산이 주춤하게 된 원인으로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와 업무 현장 도입 시 의사소통의 문제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작년 인공지능 챗봇 ‘이루다’를 둘러싼 논란은 여러 문제를 한꺼번에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루다는 성별 고정관념과 혐오 표현 등 편향성을 보였고, 학습 데이터 확보 과정에서 윤리적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헬스케어의 새로운 장을 열 것 같았던 IBM의 인공지능 헬스케어 기술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천대, 을지대 등 대학병원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해 암 진단과 치료에 활용했을 정도로 유명했으나, 2015년부터 연구개발에 40억 달러를 쏟아부은 이 기술은 올해 초 10억 달러에 매각되기에 이르렀다.
부족한 데이터와 각국의 질병 차이에 대한 학습 부족이나 병원 시스템과의 연계 어려움 등 기존에 예측된 문제점 이외에도 의사가 인공지능 시스템과 다른 치료방법을 제시해야만 할 때 환자와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 예측하지 못한 어려움도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적절한 활용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도 인공지능의 확산을 주춤하게 만든 원인이다. 즉, 인공지능을 단순한 자동화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챗봇과 헬스케어 기술을 포함해 자동번역, 신문 기사 생성 등 사람을 대신해 기존의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 새로운 혁신보다는 비용 절감에 활용되는 것이다.
첫째, 새로운 설계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혁신
자동화를 넘어서는 인공지능 활용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두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아마존의 랜덤 스토(Random Stow) 사례이다.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는 유명해질 대로 유명해진 물류 운송로봇 키바(KIVA)도 물론 혁신적이지만 아마존의 랜덤 스토는 기존의 자동화를 넘어선 새로운 방식의 인공지능 활용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물류창고에서 비슷한 제품끼리 배치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볼 수 있듯이 사무용품은 사무용품 코너에 주방용품은 주방용품 코너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마존의 물류창고 에서는 입고된 제품을 아무 곳에나 넣는다.
랜덤 스토 방식이다. 그렇다고 완전히 아무 곳에나 넣는 것은 아니고, 인공지능에 의해 계산된 ‘무질서의 질서’ 규칙을 따른다. 그래서 아마존 창고의 선반에는 주방용품이 사무용품과 하나의 상자에 있을 수 있지만, 인공지능 시스템이 보관된 위치를 기억하고 작업자의 최적 동선을 제시함으로써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 둘이 함께 있는 것인데, 이것이 오히려 작업자가 최적의 동선으로 움직이기 편하고 창고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쿠팡도 이런 방식으로 물류창고를 운영하고 있는데 기존의 상식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창고 적재 방식이 빠른 배송은 물론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정리하자면 이 사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기존 방식에 자동화를 더해 효율성을 높였다기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처음부터 설계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 한 것이다.
둘째, 인공지능 학습하는 방식
또 다른 사례는 미국의 의류 스타트업 스티치 픽스(Stitch Fix)이다. 스티치 픽스는 정기적 으로 옷을 배송해주는 스타일링 구독 서비스인데, 인공지능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고객의 선호에 맞는 최적의 스타일링을 제시한다. 스티치 픽스는 먼저 몇 개의 옷을 고객에게 보낸다. 고객은 마음에 드는 옷을 선택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은 반품하는데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이 고객의 개별 선호 스타일을 학습하게 된다.
이후에는 고객이 더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을 배송해주면서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또한 고객이 원하는 상황에 맞춘 추천도 가능한데, 예를 들면 야외 결혼식에 입고 갈 옷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인공지능이 개인의 선호도와 야외 결혼식이라는 상황을 분석해 옷을 스타일링 해준다.
이 인공지능 시스템을 설계하기 위해 실제로 스티치 픽스에는 80명 이상의 데이터 과학자, 수학, 신경과학, 통계학, 물리학 박사가 근무하고 있을 정도이다. 과거 패션 산업은 유명 브랜드의 패션쇼에서 다음 계절에 유행할 스타일이 선도적으로 제시되고 이 스타일이 대중 브랜드로 확산되는 과정을 거쳤다.
유명 브랜드가 아닌 의류 기업과 개인은 유행을 따라가는 수동적인 생산자와 소비자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티치 픽스는 인공지능을 통해 개개인의 취향을 학습하고 최적의 대안을 제시함 으로써 패션 산업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정리하자면 인공지능이 고객의 선호도를 학습 하는 데 도움을 주면서 패션 산업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도구로 활용된 것이다.
셋째, 인공지능 활용의 전략 필요
앞서 두 사례는 인공지능이 자동화를 넘어서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하는 도구로 활용되거나 환경 변화와 고객의 요구를 학습하는 도구로 활용됐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사례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Haefner et al은 인공지능이 혁신을 어떻게 강화하는지 살펴봤는데, 특히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기존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 방법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이 기존에 자동화를 넘어 인지적, 관계적, 조직적 관점에서 이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과 (인지적), 협력의 방법 및 기회발굴(관계적), 기존 조직 구조의 변화(조직적) 등으로 기존 연구를 정리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 활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생태계 관점에서 다양한 이슈들을 살펴보고 이러한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한 패키지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산업별로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도 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이슈라 하더라도 그 정도의 차이가 존재한다. 향후 인공지능 활용 강화를 위한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별 전문가, 인공지능 기술 전문가, 법률 전문가, 정책 입안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세세한 이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토론의 장이 필요하며, 국가 차원에서 산업별 인공지능 활용 로드맵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