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최근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 준비와 참여가 빨라지고 있다. 그간 가상자산에 있어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의 글로벌 금융회사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며, 이는 가상자산의 불명확한 법적 지위와 높은 가격변동성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에 대한 태도 변화는 고객의 수요가 그만큼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은 여러 방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대형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이 눈에 띈다. 그간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JP모건(JP Morgan) 등 글로벌 금융회사는 가상자산에 대해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혀왔다. 가상자산의 불명확한 법적 지위와 더불어 과도한 가격변동성이 주된 이유다.
대표적으로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회장은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꾸준히 표명해왔다. 그러던 JP모건이 최근에 들어서는 가상자산 관련 기술 투자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체적 가상자산인 JPM 코인을 발행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수요가 공급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 및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금융회사도 고객 유치ㆍ유지 차원에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제공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가상자산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은 금융업 전반에 걸쳐 그 활용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어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기술에 대한 투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상자산 사업 역량 구축
글로벌 금융회사는 여러 방면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준비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의 중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전담 부서 구축에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1년 3월 기관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트레이딩 부서를 설립했으며, 이는 미국 대형은행 최초의 가상자산 전담 트레이딩 부서로 알려져 있다.
모건스탠리 또한 2021년 9월 가상자산 전담 연구조직을 신설하였으며, 해당 조직은 우선적으로 가상자산이 전통적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앞서 JP모건의 경우 2020년 10월 디지털자산 전담 사업부 Onyx를 신설하였다. Onyx 사업부는 자사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인 JPM 코인의 발행 및 관리와 더불어 블록체인 관련 제품 및 서비스의 연구개발을 위해 100명 이상의 인력을 배치하였다.
글로벌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기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시장 조사 기관 Blockdata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및 JP모건은 각각 2억달러 이상을 가상자산ㆍ블록체인 전문 핀테크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가상자산 시장데이터 분석 및 블록체인 서비스 업체 Coin Metrics, 기관투자자에게 스테이킹 및 노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인프라 스타트업 Blockdaemon을 비롯해서 7개 주요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가상자산 자산관리 서비스
가상자산 투자를 자산관리 사업에 접목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포트폴리오를 헤지(hedge)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글로벌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가상자산 투자는 기관투자자 및 초부유층 고객으로 대상이 제한되어 있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에 수반되는 고위험과 더불어 높은 최소 투자한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 중에서는 모건스탠리가 처음으로 자산관리 사업에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최소 2백만달러, 기관투자자의 경우 최소 5백만달러의 자산을 6개월 이상 모건스탠리에 예치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가상자산 펀드에 투자를 허용한다.
결론은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변동성, 법적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 등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회사도 그간 취해왔던 보수적 입장을 선회하여 가상자산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형 금융회사가 아닌 핀테크 기업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은 확대되고 시장에서의 입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점진적으로 가상자산의 법적지위, 투자자보호 등 가상자산을 둘러싼 규제체계가 보다 명확해지고, 가상자산에 대한 실적 및 데이터의 축적과 리스크 관리 기법의 고도화에 따라 글로벌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사업 범위도 비례하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심화될 마련이다. 국내의 경우에도 시장형성 및 규제마련에 있어서 정도와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투자업의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 금융투자사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역량 구축과 사업 전략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