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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훈의 과학서평] 엔드 오브타임

  • Editor. 이호선 기자
  • 입력 2021.11.09 17:56
  • 수정 2022.04.2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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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가 다른 공간으로 이전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브라이언 그린은 책에서 중력과 핵력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구조체의 근원이라 말한다.

항생과 행성이 생겨났으니 이젠 생명이 생겨날 차례다. 원자는 에너지가 낮은 위치부터 전자를 배치한다. 여기가 다 차야 다음 위치에 전자를 배치하는데 1층엔 2개, 2층엔 8개, 3층엔 18개인 식이다.

원자는 각 층이 다 차거나 아예 비어야만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원자는 항상 각 층의 전자가 모자라거나 남아 불안한 상태가 되며 이로 인해 서로 전자를 주고 받아 결합하여 분자를 형성한다. 이 과정이 화학반응이다.

물분자는 산소원자는 1층엔 2개 2층엔 6개의 전자가 자리하여 2층에 2개가 모자란다. 반면 수소는 1층에 1개만 있다. 산소원자는 수소원자 두 개와 결합하여 전자 2개를 얻으며 수소는 전자 각각 한개씩 잃게 된다.

서로 안정화되는게 이 화학반응의 결과 생겨난게 물이다. 물은 전기적으로는 중성이나 가운데 산소에 양쪽 끝에 수소를 한 개씩 두어 산소쪽은 음극을 수소쪽은 양극을 띠어 각각 다른 전하를 끓어당긴다. 때문에 물질이 물과 닿으면 각각 그 부분으로 전자를 빼앗겨 분해된다. 물이 물질을 녹이고 포획하는 능력을 이 때문이다. 그래서 물은 생명활동에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생명은 주변환경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질서정연한 구조를 유지하고 저품질의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입자들도 그러한데 불규칙한 입자는 외부에너지를 흡수하면 질서 정연한 배열로 바뀐다.

그리고 향후 유입되는 에너지는 현재의 배열을 유지하거나 질서를 더 높이는데 사용되며, 역시 이 과정에서 저품질의 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이를 소산적 적응이라 하는데 이것이 최초 생명체 탄생과 관련한다. 핵력과 중력으로 항성이 에너지를 방출하고 행성의 분자가 이를 받아들여 질서를 형성하여 점점 복잡한 구조를 띠어가기 때문이다.

복잡한 구조의 물질은 어쩌다 RNA를 형성했을 것이고 이 RNA 분자는 복제능력을 갖고 있어 다른 분자들을 제끼고 지구상에 가득하게 된다. RNA분자가 복제되던 중 자외선이나 다른 요인으로 변이가 일어나게 되고 이 변형RNA가 일부 아미노산을 사슬처럼 연결해 최초의 단백질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단백질은 촉매작용을 하므로 RNA의 복제효율을 더욱 향상시켰고 더욱 번성한다. 그러다 RNA가 더욱 빈번해지게 되고 2개의 RNA가 엃히는 변이가 일어나 최초의 DNA가 형성된다. DNA는 두 개의 사슬이 견고히 얽혀있어 RNA보다 더욱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복제가 가능하다.

그리고 RNA는 지금처럼 복제과정에서 서서히 소외되어 다른 역할을 갖게 된다. 그리고 DNA 분자주머니가 형성되어 세포벽의 작용을 하게되어 복제는 더욱 안정성을 띠게 된다. 이후의 과정은 우리가 아는 진화론에 의지하게 된다.

이 부분부터 브라이언 그린은 인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다. 진화론자나 다른 인류학자들이 다룬 것에 비해 크게 차별성은 없지만 몇 가지 독특한 부분이 있었다. 먼저, 자유의지다. 인간은 현실세계를 살아가며 이것이 자신의 생각과 욕망, 그리고 결정이 반영된 행동을 통해서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물리학적 입장에서는 고도의 질서를 갖춘 것일뿐 인간 역시 물리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입자의 집합일 뿐이다. 즉, 인간의 자유의지는 물리법칙의 결과일뿐이라는 것이다. 내가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은 물리법칙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나의 거대한 내부조직이 고도의 질서를 갖춰 나로 하여금 자유롭게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해방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변화는 결국 입자의 형태 변화다. 인간 몸의 입자는 매순간마다 특별한 형태로 바뀌는데 내부나 외부에서 특별한 경험을 쌓을때마다 배열상태가 조금씩 달라지며 이것으로 인해 향후의 생각과 행동에 변화가 발생한다. 그리고 이것이 입자의 규모에서 학습이 된다.

애매한 말이지만 결국 정리하면 자유의지란 것은 추상적이고 영혼같은 것이 아니라 철저히 물리법칙의 입각해 입자의 질서형태를 바꾸는 것이고 인간 자신은 고도의 질서를 갖춘 존재로 입자배열을 바꾸어나갈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입자를 바꿀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자유의지라고 생각한다는게 아닐런지.

다음으로 재밌는 것은 종교에 대한 생각이다. 브라이언 그린은 종교적 믿음이 생존경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음에도 이토록 광범위하게 퍼진 이유를 집단에 대한 감시기능에서 찾았다. 집단이 커지면서 협동과 규칙준수를 직접적으로 감시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서로에 대해 믿음과 신뢰가 구축될만한 범위가 180명정도인데 소속된 사회의 크기가 이를 아득히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종교가 작용할 여지가 생긴다. 집단의 규율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에 의해 항상 감시받고 있다는 종교의 기능은 많은 사람들의 범법행위를 자제하게 하고 보지 못한 사람을 믿고 협력할수 있게 한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이렇게 범법행위가 줄어들고, 가십에 오르내리를 횟수가 줄며, 집단 추방가능성이 적어지고 이를 통해 번식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적응력은 세대를 지나면 강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인간의 예술에 대한 견해도 재밌었다. 강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갖춘 개체는 생존에 유리하다. 하지만 인간의 경우 이것이 훈련이라는 후천적 노력에 의해 상당 부분 획득이 가능하다. 훈련은 힘든 과정인데 적응력을 높이는 것인 만큼 마땅히 이를 독려하기 위한 즐거움같은 자기강화적 피드백이 생겨났을 가능성이 높다.

스티븐 핑커는 예술이 언젠가부터 이 자기강화적 피드백 회로에서 벗어나서 단지 독립적으로 괘락 중추를 자극하는 행위가 되었을 것으로 주장한다. 이는 예술이 인간의 적응력을 딱히 높이지 못함에도 이렇게 퍼져있는 것을 잘 설명한다.

물론 예술을 짝짓기와 관련되어 설명하는 이론도 있다. 그리고 예술이 혁신적 사고를 촉진하고, 사회적 결속력을 다지는등 적응력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음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맞는 말인 것 같은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이 없다는게 아쉽다.

그렇다면 인간 이후 생명체가 번성한 고도의 질서의 끝은 어떻게 될까. 우주공간의 팽창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는 암흑에너지의 척력이 질서를 갖춘 은하단들의 인력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만약 밀어내는 힘이 점점 강력해진다면 200억년후면 은하단은 해체되고 10억년후면 은하수의 별이 흩어지며 6천만년후면 행성들이 태양에서 멀이지고, 몇개월후면 밀어내는 중력이 분자단위까지 작용해 별과 행성이 폭발하게 된다. 30분후면 개체를 구성하는 입자조차 분해된다. 사실상 질서를 갖춘 생명체의 끝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고는 남을 수도 있다. 다만 사고체 역시 엔트로피가 낮은 존재이므로 무언가를 생각해내려면 주변에서 에너지를 추출해야하고, 추출한 열은 나중에 방출할 열보다 적거나 최소한 같아야 한다.

즉, 계속 생각하려면 저엔트로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만 우주가 팽창하여 에너지와 물질이 넓게 퍼져 매우 희박해서 에너지를 구하기 힘든 경우가 된다면 사고체는 이에 대비하여 사고를 매우 느리게 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거나 겨울잠 같은 휴식을 갖는 형태로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사고를 지속하는게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 사고의 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겠지만 우주의 시간 단위에서 이 정도 느림은 충분히 문제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사고 역시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우주가 가속팽창하여 상당히 커지면 결국 엔트로피가 매우 커져 사고체 자체가 유지된다 하더라도 열배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브라이언 그린은 10의 50승 년정도의 시간이면 사고가 종말 할 것으로 예측한다.

서평필자:이창훈

여주 북내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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