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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애경’…“기업의 사회적 책임 외면”

이익배당으로 오너일가 곳간만 채워
윤 의원“이익잉여금 1,617억원, 분담금 부담 가능”
윤 의원, 환경부 인사청문회에 '애경 채동석·옥시박동석 증인 신청'

  • Editor. 이호선 기자
  • 입력 2022.04.29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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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들의 폐에서 섬유화 증세가 일어나 신고된 사망자만 1,740명, 부상자 5,902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나온 화학 재해다. 국가기구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연구 결과, 신고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해 1994년부터 2011년 사이에 사망자 20,366명, 건강피해자 950,000명, 노출자 8,940,000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었다. 1-2차 조사에서 인정된 폐 손상 피해자(221명)의 57%(125명)가 5세 미만의 영유아, 16%(35명)가 임산부였다.

치사율 70-80%, 원인 불명의 간질성 폐질환 환자가 1995년부터 매년 봄철마다 발생하였다. 해당 폐질환은 2006년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 등에 의해 인지되었고, 2011년 4월부터 대량으로 발생하였다. 2011년 8월, 가습기 살균제가 해당 폐질환의 원인임이 서울아산병원 이무송 교수 등에 의해 밝혀졌다. 옥시레킷벤키저, 애경,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LG생활건강, GS리테일, 롯데쇼핑, 이마트, 홈플러스, 다이소, 헨켈 등의 기업이 치명적인 가습기 살균제의 제조와 유통에 대한 책임이 있다.

2017년 24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와 가피모 회원들이 AK프라자 구로지점 앞에서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촉구하는 다섯번째 시리즈캠페인을 열고 있다.(사진=환경운동연합)
2017년 24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와 가피모 회원들이 AK프라자 구로지점 앞에서 가해기업들의 책임을 촉구하는 다섯번째 시리즈캠페인을 열고 있다.(사진=환경운동연합)

[디지털비즈온 이호선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미향 국회의원(비례)은 애경산업이 2021년 1,617억 7,400만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을 쌓아놓고, 52억 4,200만원의 이익배당을 하면서도 11년만에 나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안을 거부한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4월11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조정에 참여한 9개 기업 가운데 애경과 옥시레킷벤키저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아 조정안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2월24일 이사회에서 2021년 당기순이익 151억 9,000만원에서 배당성향 34.5%인 52억 4,200만원을 이익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또 미처분 이익잉여금 1,617억 7,400만원을 이월했다.

                                                               (자료=윤미향 의원실)
                                                               (자료=윤미향 의원실)

애경산업의 이익배당은 AK홀딩스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AK홀딩스가 애경산업의 주식 45.08%(1,190만 4,812주)을 보유하고 있다.

AK홀딩스는 창업주 2세인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 이들의 모친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채은정 애경산업 부사장, 3세인 채문선·채수연·채정균·채문경·안리나·안세미 등의 오너일가가 65.15%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애경산업의 주식 18.05%를 차지하는 애경자산관리(주)는 오너일가가 100% 소유한 특별관계자이다. 즉 애경 오너일가가 애경산업의 63.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오너일가가 AK홀딩스를 통해 애경산업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배상을 위한 책임은 애경그룹 오너일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애경은 그동안 기업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채동석 대표이사는 2018년 3월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출범 이후 가습기살균제 대응을 위해 브로커 고용을 지시한 사실이 검찰조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애경의 사참위 대응 총괄을 맡았던 김모 상무는 브로커 양 씨와 영업컨설팅 계약서를 작성하고 회삿돈 6,000만원을 건넸다. 이 사건으로 양 씨는 2019년 9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또 채 대표이사는 지난 2019년 8월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출석해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했으나 이후 사내게시판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중적인 태도가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자료=윤미향 의원실)
                                                             (자료=윤미향 의원실)

윤미향 의원은 “애경은 영업이익으로 오너일가의 곳간만 불리고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1,617억 7,400만원의 미처분 이익잉여금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분담금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피해자 지원 조정 분담금은 수년에 걸쳐 지출됨에도 경영 부담을 이유로 조정안을 거부했다”라며 “애경은 더 이상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주지 말고 조정안을 수용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윤미향 의원은 “애경이 조정안을 거부하던 시기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평가에서 A등급, 특히 사회부문(S)에서‘A+등급’을 받았다”라고 지적하며 “애경은 ESG경영 강화로 기업이미지를 높이려고 하겠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선 진정한 ESG경영을 실현할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한편, 윤 의원은 오는 5월2일 열리는 한화진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의 증인으로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와 박동석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 참고인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준석 군의 어머니 추준영 씨를 신청했다. 미성년 피해자인 박준석(15세)군은 영유아 때 옥시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해 폐 손상을 입어 지금까지 병원 입원과 치료를 반복하면서 고통을 겪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애경가습기 메이트 등 애경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모두 1,360명(사망 피해자 214명)으로 집계됐다. 조정위원회 조정안에 따르면 9개 기업 분담금은 9,240억 원이고, 이 가운데 애경 분담금은 7.4%인 689억 4,800여만 원이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2세들의 '오너리스크' 영향]

◇장영신 회장 셋째 아들 채승석, '프로포폴 투약' 혐의 검찰 수사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2세이자 삼남인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이사가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의료약품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불법으로 투약한 혐의로 검찰에서 2020년 3월 수사를 받았다. 2021년 4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51)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장재윤)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채 전 대표의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4532만원과 사회봉사 300시간, 약물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수강을 선고받았다.

◇장영신 회장 장남 채형석, 도덕성 논란 휩싸여…여론 뭇매

현재 애경그룹을 이끄는 채형석 총괄부회장이다. 채 총괄부회장은 지난 2008년 12월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는 2005년과 2007년에 2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2009년 4월에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의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2010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으나 재계의 지탄을 면치 못했다. 

채형석 총괄 부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당시,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책임 회피를 하려 했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특히 사건이 불거진 뒤 8년이 지나서야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지만 보상은 재판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고 밝혀 피해자들을 두 번 올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장영신 회장 둘째 채동석, '비서'로 신분 속이고 '가습기 살균제' 책임 회피

지난해 장영신 회장의 차남인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도 무책임한 경영 행보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에 대한 애경산업의 책임을 묻는 피해자와 전화 통화에서 채 부회장은 본인의 신분을 '비서'라고 속인 채 대응한 것이다. 당시 이 같은 행태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채동석 부회장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부터 애경산업의 ‘조사 무마’목적 뇌물 제공 과정에서 관여했는지를 조사해 달라는 내용으로 고발도 되었다. 실제로 애경산업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 브로커 Y씨에게‘가습기 살균제 사건 조사를 무마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과 함께 6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020년 9월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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