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CES에서는 일본 기업의 부활과 유럽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소니는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하며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기차 출시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경쟁에까지 가세하겠다는 포부다. 완제품 사업으로는 게임기나 TV, 음향기기 등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대부분인 소니가 별안간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할 수 있는 것은 세계 1위인 이미지 센서 반도체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by양향자 의원

양향자 의원(광주 서구을)은 지난 11일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반도체특별법)」을 '미완의 숙제'로 규정하고 후속 조치에 적극 나설 것임을 밝혔다.
양향자 의원은 "'반도체 특별법'이 장고 끝에 꿰어진 '과학기술 패권국' 도약의 첫 단추"라고 평가하면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위 위원장으로서 수립하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로 추진한 'K-반도체 벨트 전략'이 힘든 과정을 거쳐 결실을 맺었다"라고 말했다.

양 의원은 올해 열린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박람회 에 참석 후, “현장과 온라인을 통해 삼성과 LG가 전 세계적으로 이번 CES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등 기술 강국으로서의 우리 지위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하면서도, 세계 1위 이미지 센서 반도체를 기반으로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일본의 소니, 고도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통해 사람과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영국의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와 같은 기업을 보며 “과학기술 패권국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 향후 세계 패권의 기준은 '더욱 더 반도체'라고 평가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 기술은 산업의 경쟁력은 물론 국력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 전했다.
한편 이번에 통과된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서는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 △세제 혜택 △인력 보호 및 양성이라는 당초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법안의 핵심이라고 여겼던 인재 양성 방안에는 낙제점을 매겼다. “전 세계는 지금 반도체 인재 확보 전쟁 중”이라며, 미국·일본·중국 등은 반도체 인재 양성과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이번 법안에서 '수도권 대학 반도체 인재 확대'는 수도권 과밀화를 이유로 논의 과정에서 대부분 제외됐고, 기업이 기술 실무교육을 맡고 정부는 교육비 일부를 보전해 주는 대안 역시 기업에 교육의 주도권을 맡길 수 없다는 반대 논리를 넘는 데 실패했다. 또 반도체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탄력 적용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반도체 업체들의 인력수급 불안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양향자 의원은 “우리의 경쟁 상대 미국, 일본, 중국 등은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인재 양성을 위해 그야말로 '반도체 투자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며, “미국은 올해에만 24조원을 투자했고, 중국은 칭화대에 반도체 단과대학을 설립했다. 일본도 4조원이 넘는 자금을 투자해 TSMC 반도체 공장이 올해 착공된다. 정치 논리와 특정 집단, 부처의 득실을 따져가며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지금의 반도체 강국 대한민국이 설 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반도체특별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선언한 뒤 미완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후속 입법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후보의 '반도체 슈퍼클러스터', 안철수 후보의 '시스템반도체 초격차산업 육성' 등 “차기 대선주자들 모두 반도체 산업 활성화를 외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면서, 앞으로 있을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부처간 갈등으로 인해 그 빛을 잃게 되는 일이 없도록 학계, 언론, 산업계와 함께 저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래는 양향자 의원이 기고한 「반도체특별법이 남긴 숙제들, 또 다른 시작으로 삼자」 내용을 소개한다.
◇장고 끝에 꿰어진 '과학기술 패권국'의 첫 단추, 반도체특별법
CES2022 참관 차 미국출장 중이었던 지난 1월 11일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과학기술 패권국'으로 가기 위한 첫 단추를 무사히 꿴 것에 대한 기쁨이 크다.
또한 30년 반도체 엔지니어로 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정치인이 된 후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백방에 호소하며 숨 가쁘게 뛰어왔던 시간들이 머리에 스치며 만감이 교차한다. 이 기회를 빌려 법안 마련과 통과를 위해 함께 애써 주신 동료 의원들 및 관계자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번 반도체 특별법 통과로 특화단지 내의 산업 기반시설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허가 과정을 신속화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행정적 지원도 더해지면서 첨단산업단지 조성의 애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로의 첨단기술과 전문 인력 유출을 막는 방안도 특별법에서 마련되었다. 기술을 수출하거나 우리 기업이 해외로 인수합병 될 시 정부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최강국이 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것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정치인이 된 나의 소명이자, 정치에 입문하면서 우리 미래 세대에게 나 스스로가 한 약속이었다. 처음의 다짐과 약속을 아주 조금이나마 지켜낸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그렇지만, 마냥 만족만 하고 있기에는 아쉬운 점도 많다.
◇반도체특별법이 남긴 숙제, 인재 육성
반도체특별법은 심화되는 과학기술 경쟁에 대비해, 핵심 첨단산업에 대한 선제적 지원으로 국가 전략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마련되었다.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인력 보호 및 양성이 초기 법안의 요체였다. 그러나 최종 통과된 내용은 당초 취지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법안의 핵심이라고 여겼던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부족한 반도체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확대하는 등의 인재 수급 방안은 논의 과정에서 대부분 제외됐다. 현행법상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기업이 기술 실무교육을 맡고, 정부는 교육비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의 반도체 인력 육성 지원책도 결국 포함되지 못했다. 기술 인력 양성을 대학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기업에서 직접 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인재 부족의 급한 불을 꺼보겠다는 취지였다. 그렇지만 기업에 교육의 주도권을 맡길 수 없다는 반대 논리를 넘는 데 실패했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하고, 키워낼 방안도 뾰족하게 만들어 내지 못했는데, 반도체 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탄력 적용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 특성상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이 일할 사람이 부족해 멈춰서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은 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호소해왔지만, 이번 특별법에서 인재 확보 대책은 다시금 숙제로 남겨 두게 되었다.
혹자는 이를 두고 명분과 실리의 싸움에서 명분이 이긴 것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정치 논리에 밀려 더 큰 명분을 놓치고 만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세계 각국이 무한 기술경쟁에 돌입한 지금, 기술 강국의 지위를 유지하고 부강한 나라로 살아남는 것 보다 우리에게 더 시급하고 중요한 명분이 어디에 있겠는가.
◇CES 2022에서 확인된 기술 강국 위상, 글로벌 함정이 될 수도
CES 2022는 기술 강국으로서의 우리 지위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전세계 2,200여개 기업이 참가한 이번 CES에 한국 기업은 역대 최다인 500여개가 참가했다. 1,300여 기업이 참가한 주최국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규모였다.
단순히 양적인 위세뿐만이 아니다. 삼성과 LG는 전 세계적으로 CES와 관련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행사 기간을 전후해 CES 2022와 관련된 구글 검색어 중 1위가 삼성, 2위가 LG였다. 소니가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큰 자긍심을 숨길래야 숨길 수가 없었음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CES 2022는 동시에, 각국 기업들의 치열한 미래 준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들이 우리의 주요 견제 대상이었다면, 이번 CES에서는 일본 기업의 부활과 유럽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의 소니는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하며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기차 출시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경쟁에까지 가세하겠다는 포부다. 완제품 사업으로는 게임기나 TV, 음향기기 등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대부분인 소니가 별안간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할 수 있는 것은 세계 1위인 이미지 센서 반도체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영국의 로봇 기업인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는 사람과 유사한 표정과 동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고도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통해 자연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구현하며 사람들과 대화도 나눈다.
엔지니어로 평생을 살아온 한사람으로서, 놀라운 기술적 성과를 이뤄낸 기업들을 향한 찬사가 나온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산업 지형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지, 혹 이러한 새로운 경쟁 지형에서 우리만 뒤처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과학기술 패권국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만 같아 조급해진다.
◇기술 강국의 저력, 그 시작도 끝도 반도체
이번 CES2022에서도 빠지지 않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관을 찾았다. 기술유출 이슈로 아무나 볼 수 있는 공간도 아니고, 비 전공자의 눈에는 패키지로 쌓인 손톱만한 크기의 물건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필자는 가슴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2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입은 전통 산업 강국들이 CES의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있던 때, 우리나라는 경공업으로 겨우 경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산업의 변방국이었다. 그런 우리가 지금 CES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게 되기까지의 배경에는 바로 반도체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3차 산업혁명을 기회 삼아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표국가이다. 정보통신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반도체에 있었고, 우리는 반도체 경쟁력을 발판 삼아 ICT 첨단산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반도체는 그야말로 '산업의 쌀'이었던 것이다.
우리에게 반도체는 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최대 수출상품, GDP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산업, 한국경제의 주축 산업에만 그 의미가 그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산업 전반에 필수적 부품인 반도체 최강국, '선진 대한민국' 존재감의 상징이다.
우리의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세계의 공장들이 멈춰 선다. 각국의 산업과 경제가 구동되기 위해선 우리 반도체 공급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도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이익을 보호하는 주요 수단이 된다.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떠할까. 나는 '여전히 반도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니, '더욱 더 반도체'라고 하는 것이 알맞을 것이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주로 ICT 기기에 반도체가 들어갔다면, 모든 기계가 전자장치로 변신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 인류가 활동하는 모든 영역, 공간 곳곳에 반도체가 들어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반도체 기술이 산업의 경쟁력, 더 나아가서는 삶의 질을 판가름 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가 모든 산업의 주인공이 된다. 이미지센서 반도체 기술을 믿고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하는 소니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경쟁 상대가 우리 안에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누구인가. 우리 안에서 눈치보고 다툴 시간이 없다. 정치 논리와 특정 집단, 부처의 득실을 따져가며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국가 차원의 고강도 반도체 지원을 이미 시작한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밀려 우리의 설 자리를 잃게 될 지도 모른다.
미국은 올해에만 우리 돈으로 24조 5,000억원을 반도체에 투입한다. 2026년까지 59조원을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쏟아 부을 예정이다. 그야말로 '투하'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관련 예산은 파악조차 어려우며, 그나마 파악된 것은 3,000억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도 수조원대에 이르는 반도체 투자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4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받은 소니와 TSMC의 반도체 공장이 올해 착공된다. 글로벌 반도체 경쟁은 결국 대기업 간의 기술·규모 경쟁이며, 탄탄한 대기업이 있은 후에야 중견·중소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기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어떠한가. 대규모의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2025년까지 반도체 인재 30만명을 양성하기 위해 유수의 대학들이 반도체 학과를 앞 다퉈 신설하고 있다.
반도체 경쟁이 국가간의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는 지금, 국가를 등에 업고 싸움에 나서는 기업과, 당장의 인력 부족으로 쩔쩔매는 기업 간 경쟁의 결과는 어떠할까. 상상조차 필요하지 않다.
◇'과학기술 패권국가'로의 여정을 지금 시작하자
비록 아쉬운 점이 있지만, 반도체특별법은 국가가 산업 지원에 본격 나서기 시작했다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곧 시행령 제정이 착수된다.
이미 법안 통과 단계에서 깎이고 깎여버린 특별법이 시행령 제정에서는 부처간 갈등으로 인해 그 빛을 잃게 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법안의 취지를 십분 살릴 수 있는 해법이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
이제, 반도체특별법이 우리나라의 기술 강국 지위를 유지하기에 충분한지 나부터 반문을 시작할 것이다. 정치인들과 각 부처, 학계, 언론, 산업계 모두가 반문에 반문을 거듭해 주기를 촉구한다. 반도체특별법이 비단 반도체 한 산업만의 경쟁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CES 2022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가 정치 논리에 밀려 반도체 지원을 주저하고 있는 동안 미국, 일본 등 전통의 산업 강국들과 이미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중국이 저만치 앞서가 버릴지도 모른다. 이러한 절박감을 가지고 이번 특별법을 기술 강국으로 가는 여정의 또 다른 시작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양향자의원은
고졸출신의 양향자의원은 삼성전자 사내대학에 입학했다. 들어갈때 꼴찌로 들어가지만 1995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2005년 한국디지털 대학교에서 인문학 박사, 2008년 2월 성균관대학교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사 메모리 사업부 플래시개발팀 상무를 역임하였고, 제21대 국회의원(무소속)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