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인공지능(AI)·6G·양자·항공우주를 비롯한 10개 분야를 '국가 필수전략기술'로 선정, 오는 2030년까지 집중 육성하는 선택과집중 전략을 가동한다.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선도국들은 패권경쟁의 출발점이자 승패를 판가름할 열쇠를 기술로 보고, 기술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한국의 전략적 통상·안보 협력에 협상카드가 될 대체불가 원천기술 확보에 한정된 연구개발(R&D) 예산과 국가 자원을 총동원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22일 오전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제20회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어 '국가 필수전략기술 선정 및 육성·보호전략'을 의결했다.
◇국가 필수전략기술 선정
정부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해 주요 선도국들은 공통적으로 10개 내외의 전략기술을 선정,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결집하기로 했다. 정부는 10개 기술에 집중지원하면서 내년 R&D투자를 3조 3000억원으로 늘리고 실증·데이터인프라 구축과 세제 지원 등의 전방위 지원책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번에 선정한 10개 분야는 ▲인공지능 ▲5G·6G ▲첨단바이오 ▲반도체·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수소 ▲첨단로봇·제조 ▲양자 ▲우주·항공 ▲사이버보안이다.
이를 위해 우선 R&D 지원 규모를 확 키운다. 기존 10대 전략기술 분야의 R&D 예산을 올해 2조7000억원에서 내년 3조3000억원 규모로 22% 이상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후 수년간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한다.
◇국가 육성·보호 전략
대규모 국책과제 R&D사업 추진시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을 9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는 '패스트트랙'을 도입한다. 민간의 R&D·시설투자 세제 지원, 수요기반 인력양성·유치 지원, 빠른 특허 취득을 위한 우선심사 지원, 전문가의 국제표준화 기구 리더직 진출 확대 지원, 기술유출 방지 강화를 추진한다.
인터넷, 위성항법장치(GPS), 애플 음성AI, 자율주행, 코로나19 백신 '전령리보핵산(mRNA)' 등을 낳은 DARPA의 방식으로 독보적 원천기술 확보를 촉진한다. 국가 R&D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자리에 세계최고 전문가를 영입하고 사업 전권과 자율성을 맡긴다.
혁신도전프로젝트(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알키미스트(산업통상자원부), 미래도전국방기술개발사업(방위사업청) 등으로 도전적 목표를 세우고 다수경쟁·중도탈락, 외부자원 활용, 인수합병(M&A) 등 수단을 총동원해 치밀하게 달성도를 관리한다.

이에 따라 현재 최고 기술국 대비 60~90%에 머물고 있는 기술수준을 2030년까지 90% 이상 달성을 목표로 국가역량을 집중하는데, 필수전략기술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방향을 토대로 기술의 확보부터 보호까지 종합적 육성·보호 전략을 추진한다.
또한 민관 협업체계를 통해 필수전략기술 내에서 더욱 집중해야 할 3~5개의 '세부 중점기술'을 선별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R&D로드맵과 실증·사업화, 규제개선, 기술보호 등을 포괄하는 육성·보호 종합전략을 수립해 나간다.
이와 함께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대규모 R&D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한 R&D예타 간소화와 산학연 거점 연구기관 지정·육성 등 기술개발 인센티브를 강화한다.
실증·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기업R&D활동 및 시설투자에 대한 세제도 지원하고, 핵심인력 양성·확보 및 원천·핵심특허 확보 지원 등 민간의 혁신활동 촉진을 위한 다각적 지원을 강화한다.
아울러 기술주도권 확보에 핵심적으로 기여할 표준선점을 위해 기술개발부터 전략적 표준개발 및 국제표준화 기구 리더직 진출 등을 지원하고, 국가핵심기술 지정 확대 및 인력관리를 통한 기술보호 조치 등을 강화해 나간다.
◇목표달성 R&D를 본격화
과기정통부는 대체불가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도전적 목표달성 R&D를 본격화하는데, 독보적 원천기술 수준의 과감하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GPS·자율주행·mRNA백신 등 혁신적 연구성과를 창출한 미국 DARPA 방식을 지향하며 추진했던 그동안의 다양한 시도를 우선 점검해 실질적으로 작동 가능한 제도개선 방향도 모색한다.
또한 국가필수전략기술의 세부 중점기술이 세제지원과 기술보호 등 부처별 다각적 지원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술체계 간 연동을 강화하며 필수전략기술을 추가지정·변경하는 등 주기적으로 보완·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밖에도 지속 가능한 추진체계 및 제도기반을 구축하고자 장관급 '(가칭)국가필수전략기술 특별위원회'를 신설해 필수전략기술 선정과 육성·보호 전략의 수립·추진·이행점검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공급망·산업지형 변화, 경쟁국 분석, 국제표준화 동향 등 필수전략기술 관련 정보의 주기적 공유 및 대응책 등을 강구해 나가고, 민관합동 기술별 협의회를 통해 각 기술별 R&D로드맵과 상세 종합전략을 구체화해 나간다.
나아가 이번 전략이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추진돼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가칭)국가필수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해 제도적 기반을 갖출 계획이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술경쟁력이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기술주권'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민·관이 힘을 모아 반드시 확보해야 할 국가적 임무”라고 강조했다.
임 장관은 “이번 전략을 통해 미래 국익을 좌우할 필수전략기술 분야에 국가역량을 결집, 대체 불가한 독보적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함으로써, 기술주권 확보라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