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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특집⑧]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영향평가, IAEA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제법이 권고하는 환경영향평가(EIA) 조건 불충족
2차 ALPS 처리 결과의 불확실성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의 국제법적 위법성
도쿄전력이 무시한 정당화 및 최적화 원칙, 해양의 세슘 고함량 미립자

  • Editor. 이호선 기자
  • 입력 2021.12.19 17:21
  • 수정 2022.05.27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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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4월 13일 일본 수도 도쿄에서 후쿠시마현의 오염된 방사성 폐수를 바다로 방류하기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하는 모습.(사진=CHINA DAILY /Xinhua/Du Xiaoyi)


[디지털비즈온 이호선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1월 발표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16일 도쿄전력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은 이 초안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더라도 해양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경미하다'고 주장했으며, 오는 18일까지 해당 보고서에 대한 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 보고서를 발표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가는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도쿄전력의 단편적인 방사선 평가”라며 “도쿄전력은 충분한 과학적 근거 없이, 10㎢ 범위 이상의 해역과 해양 생태계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단정지었다”고 지적했다.

도쿄전력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지침을 따라 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검토 결과, 도쿄전력은 방사선 영향평가 대상을 매우 지엽적이고 협소한 영역으로 설정했을 뿐 아니라, IAEA의 지침을 편의적으로 차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현재의 방사선 영향평가 범위에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 시민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 영향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아래 내용은 2021년 11월 도쿄전력(TEPCO)이 공개한 방사선 영향평가 보고서 초안(이하 RIA)에 대한 검토 의견서 요약본을 정리했다.

◇국제법이 권고하는 환경영향평가(EIA) 조건 불충족

도쿄전력의 RIA는 1982 해양법에 관한 협약 206조가 요구하는 환경영향평가로 볼 수 없다. 현재의 RIA는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옹호하는 도쿄전력의 방사선 평가에 불과하며, 해양 환경 방출 시 예상되는 잠재적 환경 영향 평가에 대한 결과를 담지 못했다.

오염수 방류로 인해 해양으로 수십 년간 방출될 방사성 핵종은 세기를 넘어서까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나, 생태계 유입시 예상 결과와 피해나 방사성 핵종의 생물종 누적 영향 등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IAEA의 일반안전지침 'No.GSG-9'에 따르면, 방사선 영향평가는 자연 방사능, 핵무기 실험, 원전 사고 등의 영향을 고려해 원전 부지 주변의 물, 토양, 식물, 곡물 등 다양한 환경 영역의 방사능 농도도 함께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도쿄전력은 IAEA 지침에 명시된 종합적인 환경 영향 평가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오염수가 최소 30년 간 방류되며 해양 생태계에 끼칠 장기적인 피폭 피해 역시 설명하지 않았다. 이는 오염수 방류로 인한 해양 생물과 이를 섭취한 인간에게 이어질 피폭 위험 등 잠재적 영향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행위라고 그린피스는 밝혔다.

현재 도쿄전력 오염수 처리 방침은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방사능 총량은 농도 측정도 없이 그대로 해양에 방류된다.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생물체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유전적 변이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없다.

영국 정부의 '내부 피폭에 의한 방사선 위험 조사 위원회(CERRIE)'의 과학 담당관을 역임한 이안 페어리(Ian Fairlie) 박사는 “오염수가 장기적으로 방류될 경우, 유기결합삼중수소(Organically Bound Tritium, OBT) 농도가 점차 증가한다”고 밝힌 바 있다.

◇2차 ALPS 처리 결과의 불확실성

도쿄전력의 RIA 및 방류 계획은 오염수 2차 처리 시 성공적으로 ALPS를 진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을 때의 계획은 다루고 있지 않다.

도쿄전력의 RIA는 ALPS 처리수의 약 70% (2019년 12월 31일까지 채워진 수조 인벤토리 기준)가 “재정화 대상 처리수”로서, 환경 방출 기준을 초과하는 방사능 물질 (삼중수소 제외)을 포함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처리 후 오염수의 70%가 여전히 방류 기준을 초과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도쿄전력 RIA는 2차 처리의 복잡성과 불확실성, 실패 시 영향 (향후 발생문제, 오염수의 부지 내 저장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의 국제법적 위법성

국제법은 타 국가의 영토뿐만 아니라 국내 관할권 외 구역에 대한, 심각한 초국경적 환경 피해를 금지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모두 비준한 유엔 해양법 협약(UNCLOS) 194(2)조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자국의 관할권 또는 통제 하의 활동이 타 국가 또는 그 환경에 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야기하지 않고, 또한 자국의 관할권 또는 통제 하의 활동이나 사건으로 인한 오염이 해당 국가가 본 협약에 따라 주권을 행사하는 구역을 넘어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도쿄전력이 향후 최소 수십 년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면, RIA에서 평가된 10km2 구역을 넘어선 해역까지 장기적인 방사성 오염에 노출될 것이 자명하다.

오염수 해양 방류는 한국, 중국, 태평양 연안국 등 인접국 수역 뿐만 아니라 공해에 대한 오염 피해를 야기하지 않을 국제법적 의무를 위반하는 처사다.

◇도쿄전력이 무시한 정당화 및 최적화 원칙

도쿄전력의 RIA 초안은 국제 사회가 약속한 기본적인 방사선 방호 원칙(ICRP 103)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ICRP(국제 방사선 방호 위원회, International Commission for Radiological Protection)는 방사선방호의 기본 3원칙 즉, 정당화(Justification), 최적화(Optimization) 및 선량한도(Dose Limit) 적용 원칙을 준수하며, 피폭을 주는 방사선원과 피폭하는 개인에게 이 원칙의 적용이 수반되어야 함을 명확히 권고하고 있다.

정당화(justification) 원칙은 방사선 피폭을 수반하는 행위는, 이로 인한 리스크를 충분히 상쇄하는 이득을 줄 수 있어야만 허용된다고 명시된다.

원자력 사고로 인한 방사성 오염수를 고의적으로 해양에 방출하는 행위가, 이로 인해 피폭 피해를 입을 개인 또는 사회에 대한 순효용이 방사선 피해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오염수 해양 방류의 정당성은 확보되지 못하는 것이다.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방류를 막을 수 있는 신규 기술뿐만 아니라, 장기 저장이라는 대안이 있음에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순효용(일본 국내와 피해가 예상되는 국외 영역 포함)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해양의 세슘 고함량 미립자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인한 후쿠시마 주변 지역과 해역, 일본 전체와 아시아 태평양 에 걸친 방사성 오염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가운데, 원전 부지에 저장된 약 128만톤 이상의 오염수가 향후 최소 수십 년간 바다로 방출될 위기인 것이다.

삼중수소, 탄소-14 등 기체와 액체 형태 분자 구조에 빠르게 유입되는 베타 핵종과 세슘, 스트론튬 등 퇴적층에 오래 잔류하는 감마 핵종은 끊임없이 생태계 순환 시스템 안에서 재오염을 일으키고, 원전 재난의 영향을 향후 수백 년 간 지속시킬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의 방사능 피해를 지속적으로 축소해온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행보는 원전 사고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현 주민들에 대한 연간 방사선 선량을 세계 권고치인 1mSv/y에서 20mSv/y로 상향 조정했다. 당시, 국내외 전문가들과 UN 인권 특별 보고관, UN 인권이사회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 2018년 발표된 유엔 인권이사회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UPR) 결과, 일본 정부는 다음과 같은 강력한 권고를 받았다.

◇후쿠시마 연안과 하구의 방사성 오염

도쿄전력은 RIA에서 지난 10년간 발생한 후쿠시마 현 주변 태평양 연안과 바다로 이어지는 하구에 대한 방사능 오염 평가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후쿠시마 현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산림은 제염이 불가하여, 고지대의 숲과 호수에 저장된 상당량의 방사성 핵종은 지속적으로 태평양 연안에 유입되고 있다.

연구소가 후쿠시마 연안의 퇴적물에서 채취한 7개의 샘플 전부에서 세슘 고함량 미립자가 발견됐다. 세슘 고함량 미립자는 고선량 방사능을 뿜는 밀리미터 수준의 소입자로, 기상 영향에 따라 넓은 범위까지 이동하며 흡입시 내부 피폭의 원인이 된다. 2019년에는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됐다.

오염수 해양 방류의 불가피성 역시 해명되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원전 부지 내 오염수 저장이 가능하다는 각계의 지적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오염수 처리의 해답은 해양 방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보고서에는 후쿠시마 원전 폐로가 오염수에 미치는 영향도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원전의 폐로 작업을 위해 원자로에 대량의 냉각수를 투입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 방식을 취하면 원자로에 남은 스트론튬 90, 플루토늄, 우라늄 등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알파 핵종이 전량 오염수가 된다. 현재 저장된 약 128만톤의 오염수에 더해, 도쿄전력의 폐로 작업은 더 유독하고 더 많은 양의 오염수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것이고 그린피스는 지적했다.

◇그린피스, 도쿄전력의 검증 요구

그린피스 장마리 탈원전 캠페이너는 “도쿄전력의 방사선 영향평가는 오염수의 2차 정화 처리가 반드시 성공하는 상황만 전제하고 있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다”면서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수년 간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을 온전히 처리하는데 실패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마리 캠페이너는 이어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오염수 해양 방류 자체가 과학적·기술적으로 불가피한지에 대해 도쿄전력의 검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마리 캠페이너는 "도쿄전력의 RIA 초안은 일본 국민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국제사회에 대해, 2011년 재난의 방사선 상황과 영향, 지속적인 여파 등을 설명하기에는 전적으로 부족하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계획은 이러한 폭넓은 컨텍스트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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