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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29개 소나무 1 만그루 벌체 ‘구례군청 골프장건설 논란’

환경단체, 골프장 조성 중단하라고 촉구
사업권만 취득하고 되팔아서 금전적 이득 노려
지리산국립공원과 170m 거리인 산 정상부에 골프장 건설중
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기자회견

  • Editor. 이은광 기자
  • 입력 2023.06.24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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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지리산 골프장 조성공사 현장. (사진=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제공)
구례 지리산 골프장 조성공사 현장. (사진=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제공)

[디지털비즈온 이은광 기자]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난 5월 11일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동 온천 골프장 사업은 침체한 산동온천지구를 살리고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업”이라고 밝혔다.

김순호 구례군수는 “지리산 온천 관광지는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됐지만 민간 투자가 장기간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 닫는 상가가 날로 늘고 있어 많은 군민이 골프장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 파괴, 지하수 오염 우려에 대해서는 “의견을 귀담아듣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지난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맞아 전남 구례 지리산자락에 추진하는 골프장 조성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등 4개 단체는 22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리산 숲 보전을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골프장 조성 계획을 철회하라”고 밝혔다.

◇지리산국립공원과 170m 거리인 산 정상부에 골프장 건설중

구례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2월 8일부터 산동면 좌사리 일원 산 16개 필지(21만㎡)의 소나무 1만600여그루 벌채를 허가했다. 구간별로는 1차 5만㎡(약 1만5000평), 2차 16만㎡(약 4만8000평) 등 축구장크기의 29.4개 규모의 면적이다.

(사진=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위치/네이버지도 캡처)
(사진=전남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위치/네이버지도 캡처)

이미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중턱 일대 21만㎡(약 6만3500평)의 소나무 벌채가 허가된 상태였다. 지리산골프장 조성을 놓고 구례군과 주민·환경단체 사이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태다. 사업 지역이 지리산국립공원·자연부락과 인접한 산 정상부이며 주민들은 골프장 예정지 아래쪽에 사포마을·산수유마을·다랭이논 등이 있어 환경훼손과 산사태 등을 우려하고 있다.

주민들은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박현무(57) 비상대책위원장은 “구례와 인접한 곡성에서도 3년 전 산 정상부 도로가 무너져 5명이 숨졌다”며 “국립공원인 지리산에서까지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기자회견

5월 2일,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은 전남도청 앞에서 지리산골프장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구례군과 시행사의 불순한 업무협약 등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 2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사진=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사람들’이 2일 전남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사진=광주환경운동연합 제공)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와 사포마을 주민을 포함한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은 5월 1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하여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산93-8번지를 포함한 지리산 기슭에서 벌어진 불법적인 벌목 행위의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또한 벌목지의 산주가 이사로 있는 시행사와 구례군 사이에 업무협약 과정에서 편법 특혜와 유착 비리가 있던 것은 아닌지, 왜 구례군은 벌목지에서 벌어진 불법 행위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았는지 감사원 감사가 명명백백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전라남도 역시 특별감찰을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지리산 노고단의 정기가 뻗어 내린 간미봉 기슭이 무참히 파헤쳐지고 있습니다. 노고단과 간미봉은 예로부터 산악을 숭상하던 우리 민족이 지리산 산신에게 제를 올리고, 나라와 국민의 안전을 기원하던 성역과도 같은 곳입니다. 이렇게 신성시되고 대대로 지켜져 오던 숲이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며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최근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산93-8번지를 포함한 지리산 기슭에서 대규모 벌채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구례군이 벌채를 허가한 이 지역은 2004년부터 지리산골프장 건설을 추진하였으나,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대와 환경생태 훼손에 대한 사회적 지탄 그리고 자금조달 실패 등으로 골프장 개발사업이 좌초된 지역입니다. 그런데 구례군은 또다시 이곳에서 골프장을 지으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구례군이 벌채를 허가하여 현재 수만 그루 나무가 잘려나간 이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이 약 21만㎡이며,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겨우 170m 벗어난 지역입니다. 이 땅은 수백 년 된 굵은 아름드리가 숲을 이루고, 멸종위기야생생물 1등급 수달과 2등급 삵, 담비 등의 서식 흔적이 발견되는 천혜의 보고입니다. 구례군은 생태계 보전 가치가 높은 이곳에서 수확벌채가 진행되도록 서둘러 허가를 내줬습니다.

왜 이토록 서둘렀을까요? 2023년 6월부터 20ha 이상의 대규모 벌채는 민관합동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이 신설된 탓에 지리산골프장 건설에 유리하게, 법 시행을 피해가도록 벌채 허가를 서둘러 진행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결과 소중한 숲 21ha가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구례군은 벌채 허가를 내면서 해당 지역이 자연재해 취약지역이라는 사실을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인근 마을주민들에게 벌채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주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행정의 의무를 저버렸습니다.

과거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던 사례를 고려하여 주민의 눈을 피해 조용히 벌채를 진행한 것입니다. 대체 구례군은 누구를 위해 이런 졸속 행정을 벌인 것인지 우리 군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리산골프장 예정지의 벌채작업은 불법이 난무하는데도, 구례군은 이에 대한 감시 감독을 하지 않고 방관했습니다. 산주는 벌채 과정에서 허가 수종 외의 나무도 모두 베고, 허가 기준벌기령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또 능선부와 돌이 많은 땅, 공사 시 황폐가 우려되는 땅 등 갱신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지역은 벌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또한, 산주는 허가지 외 지역에서의 무단 벌채와 절·성토, 운재로 확대 행위로 단순 수확벌채가 아닌, 골프장 개발 수준의 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배수로를 확보하지 않고 흐르는 계곡을 메우는 불법적 행위도 자행하였습니다.

이런 불법적인 벌채가 진행되는 동안 구례군은 원상복구나 벌목중단 명령은커녕 지리산골프장 추진에만 열을 올렸습니다.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시행사인 ㈜피아웰니스, 시공사인 ㈜삼미건설로부터 개발 제안을 받은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온천CC(지리산골프장) 조성사업(가칭)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2023년 3월 23일)을 맺었습니다.

그것도 관련 부서라고 보기 힘든 재무과가 추진 주체가 되어 서둘러 진행한 일입니다. 벌채 허가와 지리산골프장 개발이 관련 없다고 부인하던 구례군 측 설명과는 전혀 다른 행보입니다.

골프장 예정지 산주들은 지리산골프장 업무협약의 시행사인 ㈜피아웰니스의 사내이사들입니다. ㈜피아웰니스는 2022년에 설립된 자본금 1억 원도 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입니다.

산주와 ㈜피아웰니스의 관계자는 모두 지난 골프장 건설을 주도했던 지리산온천관광개발주식회사 소유주입니다. 주민들의 반대와 자금조달 문제로 폐기되었던 골프장을 10년이 지나 산주가 이사로 있는 시행사와 함께 다시 시작하려는 의도는 누가 보아도 불순해 보입니다.

이는 골프장을 건설하겠다는 것보다, 사업권만 취득하고 되팔아서 금전적 이득을 보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행사인 ㈜피아웰니스의 돈벌이 욕심과 구례군의 엉터리 행정은, 지리산에서의 대규모 벌채로 인한 산림파괴와 섬진강 오염, 그리고 주민들의 삶의 피폐화로 귀결될 것입니다.

지리산골프장 추진은 구례군 주민들의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구례군은 지리산골프장 업무협약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400여 개나 걸도록 관변단체 등에 지시하였습니다.

이어 군은 ‘구례군민의 날’(4월 21일) 참가자들에게 관변단체 명의로 된 ‘지리산골프장 찬성’ 현수막과 팻말을 들고 입장하도록 하였습니다. 1,000억 원이나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에 관한 어떠한 설명회도, 주민들과의 간담회 한번 진행하지 않고, 구례군은 일방적으로 지리산골프장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의 고충과 군민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고,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포마을 주민들을 포함하여 지리산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은, 현재 자행된 불법적인 벌채사업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구례군과 시행사인 ㈜피아웰니스의 불순한 골프장 업무협약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청구합니다.

아울러 골프장과 산림경영의 인허가권을 모두 가져 이번 대규모 산림 훼손을 가능케 한 구례군과 골프장을 추진하려는 업자 사이에 편법 특혜와 부적정 업무처리, 유착 비리가 있었는지에 대해 전라남도가 특별감찰할 것을 촉구합니다.

2023년 5월 2일

사포마을 골프장 건설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지리산 골프장 개발을 반대하는 구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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