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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투자 끝내고 국민 위한 연금 되라” …국민연금, 석탄 투자 증가

‘2022년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서 국민연금 석탄 투자 전 세계 연기금 중 3위
국민연금공단, 신규 석탄발전 사업 대한 PF 투자 제한한다는 방침만 수립
명확한 탈석탄 정책 부재… 구체적 기준 없으면 기후 리스크 커져

  • Editor. 조성훈기자
  • 입력 2022.02.1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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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전주 국민연금 본사 등 전국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환경운동연합)


국민연금공단의 실효성 있는 탈석탄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탈석탄 선언을 한 국민연금공단의 석탄 투자액이 작년에 비해 오히려 약 1조 6700억원(14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비영리단체 우르게발트, 프랑스의 리클레임 파이낸스, 350.org 일본과 25개 NGO가 함께 발표한 '2022년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액은 총 약 15조4500억원(128억9400만 달러)으로 회사채에 약 9조6000억원(80억1300만 달러), 주식투자에 약 5조8500억원(48억8100만 달러)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 세계 연기금 중 일본 공적연금과 네덜란드 국부펀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기후솔루션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액이 작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한 원인을 두고 국민연금이 명확한 탈석탄 정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연금은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를 제한한다는 방침만 수립했을 뿐 여전히 구체적인 탈석탄 투자 기준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투자가 대부분 채권과 주식투자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프로젝트 파이낸싱 투자에만 국한한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기관들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탈석탄 기준은 우르게발트 권고에 따른 것으로 3개 요소를 포함한다. 우르게발트는 먼저 석탄 사업의 범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지 석탄화력발전뿐만 아니라 석탄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을 석탄 사업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석탄 기업을 어떻게 분류하느냐는 석탄사업의 비중, 규모, 확장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다.

마지막으로 석탄에 대한 투자 배제 범위에 관련해 포괄적이어야 한다고 권고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뿐 아니라 주식과 사채를 포함한 일체의 금융 상품 제공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한수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네덜란드 연기금 APG, 영국의 국가퇴직연금신탁 네스트 등 해외 연기금들은 한국전력을 기후위기를 악화하는 대표적인 석탄 기업으로 규정하고 한전에 대해 명시적으로 투자 배제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며 “국민연금도 지난해 '기후변화 대응을 잘하고 있는지'를 핵심 투자 기준이라고 밝힌 만큼 기후변화를 악화하는 주요인으로 손꼽히는 석탄 산업과 석탄 기업들에 대한 명확한 탈석탄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탈석탄 투자를 했음에도 석탄투자 규모가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막기 위해선 현재 작업 중인 국민연금의 탈석탄 실행방안에 포괄적인 석탄 배제 기준에 따른 실질적인 탈석탄 방안을 담아야 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그 규모에 맞는 책임투자를 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리클레임 파이낸스의 정책 분석가 얀 루블은 “금융권의 탄소중립 물결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나온 금융권의 야심 찬 기후 성명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투자자들은 여전히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석탄 산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탈석탄 정책을 채택해 1.5°C 목표에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린 84개 기업 중 국내 기업들이 눈에 띈다. 국민연금의 전체 석탄 투자액 중 한국전력공사와 포스코에만 투자된 금액이 각각 약 8조3700억원(69억9355만 달러)과 약 3조7200억원(31억897만 달러)으로 석탄 투자 포트폴리오의 7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는 지난 2017년 처음 발표돼 매년 최신 업데이트 버전이 공개된다. 올해 리스트에는 대규모 석탄발전소를 운영·건설하는 회사, 석탄 광산, 석탄 발전 등 관련 인프라 산업으로부터 전체 매출의 20%를 초과하는 전 세계 1032개 기업과 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융기관들의 투자 내역이 담겼다. 국내 기업은 한국전력공사, 포스코, 두산중공업을 포함한 7개 기업이 석탄 기업 리스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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