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속한 디지털 전환과 코로나19의 충격은 일상에서 온라인 가상공간이 차지하는 비중을 광범위하게 확장시켰다. 한국콘텐츠진흥원(2020)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가상현실(VR) 게임을 경험한 이용자의 26.6%가 코로나19 이후 게임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VR 게임 콘텐츠 구입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45.7%는 이전보다 콘텐츠 구입에 더 많은 돈을 쓴다고 답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최근의 변화가 단순히 시간과 소비의 양적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상공간 내 활동 범위와 성격에 대한 질적 변화의 흐름도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에 치중되어 있던 VR 서비스는 친교활동과 교육,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그 결과, 현실과 가상이 분리된 패러다임에서 매우 제한적 영역에서만 구현되었던 가상세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오감을 접목시켜 한층 진화된 상호작용이 가능하게 되었으며, 가상의 경험들이 현실과 긴밀히 연결되고 사용자 또한 두 세계의 공존을 익숙해하는 이른바 '혼합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더 나아가 가상의 공간이 실제 현실로 착각할 만큼 정교해지고, 일상의 활동 대부분이 구현됨으로써 굳이 두 세계의 영역을 구분할 필요가 없게 되는 대체세계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양자가 융합되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지는 이 같은 진화는 확장가상세계로서 메타버스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메타버스 세계의 유형과 특징
최근, PwC 컨설팅은 메타버스 시장이 2030년까지 1.5조 달러(세계 GDP의 1.8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글로벌 IT 기업들 또한 메타버스를 포스트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발전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메타버스의 발전 잠재력을 예측하기 위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들의 특징을 유형화하는 중이다.
가장 선구적으로 메타버스 분류 기준을 제시한 곳은 미국의 비영리 미래예측 기술연구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라고 볼 수 있는데, ASF는 메타버스를 가상적으로 향상된 물리적 현실과 영구적으로 결합된 가상공간의 융합으로 정의하고 있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라이프로깅(Life-logging), 거울세계(Mirror Worlds), 가상세계(Virtual Worlds)의 네 가지 유형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네 가지 유형 중 상대적으로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새로운 혁신 동력을 창출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VR·XR 기반의 메타버스 가상세계라 할 수 있다.
현실과 유사하거나 혹은 완전히 다른 대안적 세계를 디지털로 구축한 공간으로서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확장된 세계를 구현하는 동시에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광범위한 사회 경제적 활동들을 지원해나가는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 사용자들은 실제의 자신을 상징하는 아바타를 통해 현실세계의 경제적, 사회적인 활동과 유사한 활동을 영위하게 된다.
리니지와 같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에서부터 세컨드 라이프와 같은 생활형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3차원 컴퓨터 그래픽 환경에서 구현되는 커뮤니티를 총칭하는 개념인 것이다. 나아가,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가 창조될 수도 있으며, 그 안에서의 독특한 경험의 가치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최근의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은 놀이와 여가로서의 의미를 넘어 현실세계의 수익으로 연결되는, 경제적 가치창출의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메타버스가 게임과 SNS를 넘어 다양한 비즈니스와 산업영역을 깨우는 메시지가 되는 순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훗날 우리는 메타버스의 강자들이 불러온 인터넷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잠시간의 존속적 혁신 뒤에 이어진 파괴적 혁신의 시대로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