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레벨4’ 자율주행 로보택시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웨이모(Waymo)’가 그 주인공이다. 웨이모는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자회사로, 혁신을 주도하는 비밀 연구소인 ‘Google X’에 뿌리를 둔다.
2009년 Google X에서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하여 100마일의 10개 노선을 자율주행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이 프로젝트 사업부가 2016년 분사하여 웨이모라는 독립 법인으로 탄생했다. 2020년 공개한 웨이모 5세대 로보택시의 스펙은 라이다 5개, 카메라 29개, 레이더 6개로, 해당 센서들이 재규어 전기차인 ‘I-PACE’에 탑재된 형태다. 웨이모의 자율주행 시스템 ‘Waymo Driver’는 현재까지 4천만 마일(6천 4백만km)이 넘는 운전 데이터를 쌓았는데, 이는 무려 달까지 운전으로 80번 왕복 가능한 거리라고 한다.
최근에는 캘리포니아 최대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와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로보택시를 시범 운영하며 외연을 넓혀 나가고 있다.
‘웨이모 원(Waymo One)’ 앱만 있으면 로보택시를 호출하는 건 어렵지 않다. 카카오T, 우버 앱 처럼 목적지를 입력하면 차량이 승객의 위치로 오는 온디맨드 방식인데, 단지 그 차가 운전자가 없는 자율 주행차라는 점이 다르다. 센서를 장착한 로보택시는 고객이 탑승 후 주행 시작을 누르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편, 웨이모가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세 곳에서 2023년 10월 말까지 주행한 운행거리는 714만 마일(1,147만km)에 달한다. 최근 웨이모는 로보택시의 주행 데이터와 인간 운전자 주행 데이터를 비교한 연구4)를 발표하며, 웨이모의 안전성을 강조했다.
웨이모가 ’안전’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나선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2023년 10월, 웨이모의 경쟁사라 할 수 있는 General Motors(GM)의 크루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명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크루즈의 무인 택시 운행 허가를 취소했으며, GM은 미국에 운영 중이던 무인 유상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2024년 2월에는 일부 군중들로 인해 웨이모가 파손되고, 불에 타는 사건이 발생했다. 마치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펼쳐진 러다이트 운동(Luddite, 기계 파괴 운동)을 연상케 한다.
이를 기점으로 미국 전역에서 反 자율주행 운동이 확산할지는 미지수나, 자율주행 차의 개발과 확산 측면에서 어느 정도 수난이 예상되는 건 사실이다. 지속적인 안전 기술 개발과 투명한 정보 공개로 신뢰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중국 바이두, 자율주행 서비스·제조에 박차
이제 중국으로 눈을 돌려 보자.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는 바이두의 무인 로보택시 ‘아폴로(Apollo)’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자율주행차에 첫발을 들인 바이두는 2016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세계 15번째로 자율주행 도로 시험 면허를 취득한 후, 2017년 상하이 모터쇼에서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아폴로의 초기 모델인 샤오홍부터 시작해 5세대 아폴로 문, 그리고 최근 6세대 아폴로 RT6를 선보이는 등 지속해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그림 7] 또한 바이두가 자율 주행차를 비롯한 각종 연구개발에 매년 상당한 투자를 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바이두는 2021년 구글 웨이모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로보택시 유료 서비스 ‘뤄보 콰이파오(萝卜快跑, Carrot run)'를 개시했다. 웨이모 원과 유사한 택시 호출 서비스인 뤄보콰이파오는 현재 중국 11개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이며, 그중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한에선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무인으로 시범 운행되고 있다.
2024년 1월 기준, 아폴로의 총 시험 주행 거리는 약 5천만 마일(9천만km)을 상회하고 호출 건수는 500만 건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바이두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재 10여 개의 도시에서) 2025년까지 서비스 지역을 65개 도시로, 2030년에는 100개 도시로 확대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국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2022년 7월 발표된 6세대 양산형 자율주행차 ‘아폴로 RT6'에서 이러한 전략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RT6은 라이다 8개 밀리미터파 레이더 6개, 초음파 레이더 12개를 포함한 총 38개의 외부 센서를 탑재했음에도 차량 가격을 이전 세대인 아폴로 문의 절반 수준인 25만 위안으로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세계 최초 로보택시 기술 상용화를 이룬 웨이모, 중국에서 첫 시범 운행에 나선 바이두, 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소프트웨어 기술력 면에서 빅테크 기업이 완성차 업체보다 앞서 있더라도 상용화를 위해선 자동차 업체와의 협업이 필연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차량 제조 및 모빌리티 서비스의 구현에 있어 자동차 업체들이 보유한 전문제조 기술과 품질 관리, 인프라가 여전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테크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앞서나가고 있지만, 추후 자동차의 안전성과 신뢰성 측면에선 완성차 업체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많은 경우 기술 기업과 완성차 업체 간 파트너십 형태로, 기술을 결합하는 추세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