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자율주행차의 옥석 가리기는 시작됐다. 현재 자율주행 시장은 GM, 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알파벳, MS, 바이두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적극 뛰어들며 경쟁에 불이 붙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개발 속도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막강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반으로 여러 도시에서 로보택시· 버스 주행을 테스트하며 빠르게 기술력을 향상하고 있다.
우리는 왜 자율주행을 원하는가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는 갑자기 혜성처럼 등 장한 개념은 아니다. 자율주행 개념 자체는 1920년대부터 일찍이 존재했으며,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미래 도시상의 핵심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와 하나 다른 점은 당시엔 상상 속에나 존재했다면, 지금은 어느 정도 현실로 접어들었다는 사실이다.
2000년대 이후 컴퓨터, AI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스스로 굴러가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갈망이 점차 실현되고 있다. 여러 선도 기업들이 자율주행차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이제는 뉴스 기사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자율주행차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왜 우리는 ‘자율주행’을 원하는 걸까?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 센서, 통신 등 ICT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스스로 환경을 감지하고 경로를 결정해 주행하는 차를 의미한다. 자율주행차의 운행 방식은 크게 인지-판단-제어로 구분되는데, 운전 행위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사람도 이러한 사고 흐름을 거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가 전방을 주시하고, 주변 상황을 판단하여 핸들을 돌리거나 액셀을 밟으며 운전해 나가듯이 자율주행차는 인지 단계에서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라이다, 레이더, 카메라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차량의 위치와 외부 환경을 감지한다. 이렇게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가 교통 상황과 최적의 경로를 계산하는 판단 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차량에 장착된 조향, 제동 등 구동장치를 제어하여 운전자를 목적지까지 이동시킨다.
자율주행의 단계는 일반적으로 미국자동차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에서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한 기준을 따른다. 레벨별로 시스템이 제어하는 범위가 다르다. L0는 無 자율주행 즉, 수동운전을 의미하고, L1~2는 시스템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장치, 긴급 제동장치, 원격 스마트 주차 등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 여기에 포함된다.
L3부터는 시스템 스스로 주행을 제어하고 변수를 감지한다. 즉,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구간에서 시스템이 주행하고, 위험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며 L2와 달리 상시 모니터링을 요구하지 않는다. L4와 L5는 제어권 전환이 불필요한데, 이 둘의 차이는 자율주행이 특정 구간에서만 가능한가 아니면 전(全) 구간에서 가능한가에 있다. L5는 모든 주행 환경과 조건에서 사람의 개입 없이 스스로 운전할 수 있는 단계며, 이를 ‘완전 자율주행’이라고 한다.
자율주행 규제 빗장 풀려, ‘레벨4’ 시대 개막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지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23년 1,583억 달러에서 연평균 35% 성장해 2032년 약 2조 3,539억 달러(약 3,12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 기준 수익 점유율이 가장 높은 시장은 북아메리카(북아메리카 40.2%, 유럽 20.7%, 중동·아프리카 20%, 아시아·태평양 19.2%)로, 이 보고서에서는 특히, 미국의 규제 완화를 시장 성장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실제로 2011년 미국에선 네바다주를 시작으로,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시간 등 30여 개 주에서 순차적으로 자율주행차 시범 운행을 허용한 데 이어, 2015년 애리조나주에서는 안전 관리자(safety driver)가 없는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허가했다. 아울러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추진력도 상당하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는 2022년 3월 완전 자율주행차에 수동제어 장치 장착 의무화 규정을 삭제했다.
이로써 미국 전역에서 운전석·페달·핸들 없는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 생산과 주행이 가능해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운행되는 차량과 같은 수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지만,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을 허용한 지 6년 만에 개편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유인 주행’ 빗장을 푼 또 다른 국가로는 중국이 있다. 미국이 자율주행 기술과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규제를 대폭 완화하자 중국도 자율주행 법·제도 개편을 단행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2021년 5월과 12월에 걸쳐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우한 등 총 16개 지역을 ‘커넥티드카 및 스마트 도시 공동 개발 시범도시’로 지정하고, 민간 기업들의 로보택시 실증 사업을 지원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후 2022년 12월에는 우한과 충칭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안전 관리자가 없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L4)’ 택시 서비스 운행을 허가하고, 2023년 6월 선전에서 최초로 상업적 유료 운행을 승인했다. 이와 같은 행보는 자율주행에 앞서가는 미국과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기 위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미국과 중국에서 운행 중인 로보택시는 레벨4 자율주행차 중에서도 운전석에 안전 요원이 없거나 사람이 조작하는 핸들·페달이 없다는 점에서 유인 레벨4 택시와 구분되는 개념이다. 일본, 독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도 레벨4 주행이 가능하도록 도로교통법을 개정하거나 상용화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곤 있지만 아직은 일정 지역에서 안전 요원의 동승 아래 시범운행을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