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미중이 벌이는 동맹·외교 및 규범·가치의 플랫폼 경쟁은 ‘플랫폼의 플랫폼’(Platform of Platforms) 경쟁으로 개념화할 수 있다. 어느 한 부문의 플랫폼을 놓고 벌이는 경쟁 이라기 보다는 여러 플랫폼을 아우른다는 의미다. 다른 말로 ‘종합 플랫폼’ 또는 ‘메타 플랫폼’의 경쟁 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
사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글로벌 패권경쟁’이라는 개념도 바로 이러한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복합적인 권력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의 결과는 어느 일방의 승리로 귀결될 수 있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세력전이’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은 두 개의 플랫폼이 호환되지 않는 상태로 분할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플랫폼의 플랫폼’ 경쟁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전망을 더 강하게 갖게 한다. 다시 말해, 최근의 추세는, 미국과 중국이 디지털 패권경쟁을 벌이면서 전 세계를 연결하던 인터넷도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성장과 미중 무역전쟁, 공급망 디커플링, 탈지구화, 민족주의, 코로나19 등으로 대변되는 세계의 변화 속에서 ‘둘로 쪼개진 인터넷’은 쉽게 예견되는 사안이다.
미국을 추종하는 국가들은 미국 주도의 반쪽 인터넷을 이용하고, 중국에 가까운 국가들은 중국 주도의 나머지 반쪽 인터넷을 이용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에 일단 힘이 실린다. 한국처럼 미중 양국에 대한 안보 또는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는 둘로 쪼개진 인터넷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사실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신만의 인터넷 세상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중국 내에서는 유튜브, 구글 검색,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는 물론 해외의 유명 언론매체도 차단되고 있다. 중국은 만리방화벽에 빗댈 정도로 강력한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통해 자국 체제를 반대하는 정보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막고, 국내의 중국 민들이 외국의 인터넷 플랫폼에도 접속할 수 없도록 차단했다.
그 결과 중국인들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대신 바이두나 위챗, 웨이보 등을 사용하게 됐다. 중국은 이러한 “만리 방화벽” 안에서 자국 기술회사들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콘텐츠를 검열 받도록 통제하고 있다.
미래 국력을 좌우할 첨단기술 분야의 미중 갈등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사이버 동맹 외교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디지털 실크로드전략도 이에 맞서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한국의 외교 전략적 고민은 깊어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화웨이사태와 같은 도전이 다시 한번 제기된다면 한국은 어떠한 전략을 모색해야 할지에 대한 좀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