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2002년, Michael Grieves에 의해 디지털 트윈의 개념이 소개되었다. 디지털 트윈은 디지털 공간에 현실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을 해당 공간에서 일으킬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며, 각종 정보를 통합적으로 시각화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은 최근 제조업, 우주-항공 분야 뿐만 아니라, 에너지, 물류 등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의료 부분의 디지털 트윈 적용은 기술의 초기에서부터 각광을 받았으나, 복잡한 시스템의 특징상 그 활용은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국제적으로 디지털 트윈의 시장 규모는 2021년에는 70억 달러 정도였으나, 향후 연평균 성장률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의료 영역의 성장 또한 연평균 2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용이 기대되고 있다.
의료의 디지털 트윈은 크게 질환의 디지털 트윈(가상질병)과 환자의 디지털 트윈(가상환자), 그리고 병원의 디지털 트윈(가상병원)과 지역의료 시스템의 디지털 트윈(가상의료 시스템)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여기서 질환의 디지털 트윈이란, 다양한 multi-omics 레벨의 데이터를 통해 질병의 발생과 치료의 과정을 밝히는 과정으로, 약물 및 치료법의 개발을 위해 이미 많은 부분 디지털화하여 쓰이고 있는 영역이다.
환자의 디지털 트윈인 가상 환자는 이전에 “아바타”라고도 불려온 모델로, 질병 뿐만 아니라 환자가 발생시키는 일상 생활, 즉 수면, 운동, 식사 등의 데이터를 환자를 기준으로 통합한 모델이다.
가상 환자를 통하여 크게 두 가지 접근을 할 수 있다. 하나는 의학적 데이터를 통합하여 환자를 더욱 이해하고, 맞춤형 의료, 혹은 precision medicine을 구현하는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새롭게 등장한 AR, VR과는 거리가 있는 가상환자이다. 또 다른 접근은 3D모델링 및 AR, VR을 활용하여 가상 공간의 환자의 형태를 구현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서 교육과 훈련, 수술적 처치의 가이드를 제공 받는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상병원은 의료의 demand와 supply를 동시에 담는 디지털 트윈으로, 오늘날 가장 효과적인 의료 제공 플랫폼인 병원의 디지털 트윈을 의미한다. 이는 병원의 건물 구조를 중심으로, 각종 의료장비, 의료인, 의료 재료, 환자 등이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연결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러한 가상병원은 여러 방면으로 현재의 병원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첫째, 가상병원은 병원의 의료 품질을 제고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의 기회를 제공한다. 의료의 효율성, 적시성, 안전성, 상호연결성 등의 주요 지표는 여러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전제하며, 가상병원은 이러한 다중 데이터를 제한된 환경 아래에서 연계하여 각종 상황을 연출하고 이에 대하여 실제 병원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둘째, 가상병원은 병원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의료인과 환자 모두에게 가장 익숙한 공간인 병원의 공간에서 만나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기에,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의료진의 교육을 위해서도 이러한 가상 환경이 중요한데, 실제 많은 교육 센터들이 병실과 유사한 환경을 시뮬레이션 하며 교육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했을 때에, 이러한 가상환경의 교육 효과는 무척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가상병원은 병원의 환경을 다양하게 바꾸어볼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병원의 각 구역은 특정한 의료행위를 위해 최적화되어 있으며,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안과 구역의 경우에는 시력이 좋지 않은 이들을 위해 더 크고 명료한 사이니지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원칙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시스템을 완성하게 된다. 가상병원을 통한 공간에 대한 실험은, 실제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이고, 나아가 미래지향적인 공간설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가상의료시스템 (지역의료시스템의 디지털 트윈)은 이러한 의료수요와 공급을 지역이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현재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큰 문제로 손꼽히는 체계적인 의료전달시스템 구현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트윈은 ‘보이지 않는 현실을 보이도록 하여 더 나은 경험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보여진다.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는 대상이 너무 작거나 크고, 혹은 시각적으로 보기 어려운 특성 (서비스 흐름, 품질 등)을 가지는 경우 등이 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 트윈은 병원을 기반으로 한 현대 의료 제공 시스템에서 효과적으로 쓰이게 될 것이다. 한국의 가상병원 플랫폼이 국내 의료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글로벌 리더로 자리잡는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