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송민경 기자] 엔비디아(Nvidia)의 매출과 이익이 급증하며 AI 반도체 시장의 강세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 기업들의 수요가 지속되면서, 엔비디아는 지난 분기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393억 달러(약 52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치(383억 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21억 달러(약 29조 원)로 80% 증가했다. 회사 측은 다음 분기 매출을 약 430억 달러로 전망했다.
최근 2년간 엔비디아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식 중 하나였지만, 지난달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비교적 저성능의 칩으로도 고성능 AI 모델을 학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엔비디아의 칩 수요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러나 엔비디아 CEO 젠슨 황(Jensen Huang)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최신 블랙웰(Blackwell) 칩에 대한 놀라운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며 딥시크의 주장을 일축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증가했으며, 블랙웰 칩이 이 기간 동안 11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젠슨 황은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딥시크의 AI 모델 'R1'을 언급하며, “새로운 ‘추론(reasoning)’ 모델들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많은 AI 칩 성능을 필요로 한다”며 딥시크의 등장이 오히려 AI 기술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촉진했다고 설명했다.
블랙웰 칩의 초기 출시 과정에서 생산 문제와 일부 서버에서 과열 현상이 보고되었지만, 이번 실적 발표에서는 이러한 전환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콜렛 크레스(Colette Kress) CFO는 “블랙웰 시스템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며 총이익률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4분기 총이익률은 73%로, 전년 동기의 76%에서 소폭 감소했다.
월가 투자자들은 장기적인 AI 칩 수요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엔비디아 주가는 예전만큼 시장을 주도하는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지난달 딥시크의 발표 이후 엔비디아 주가는 하루 만에 17% 급락하며 시장을 흔들었으며, 올해 들어서는 약 2% 하락한 상태다.
엔비디아는 높은 매출로 AI 기술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에서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새로운 수출 통제 정책과 관세 부과 가능성은 회사의 미래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반도체 관련 관세를 추가 부과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는 대만산 반도체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크레스 CFO는 “아직 미국 정부의 계획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영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AI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여전히 강력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무역 긴장, 경쟁사의 기술 발전, 새로운 AI 칩 아키텍처의 등장 등이 향후 실적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