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의 기온을 높이고 그 결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바다가 산성화되며 태풍, 가뭄, 홍수, 폭염, 산불 등의 기상이변의 빈도가 잦아지고 강도가 세진다. 이로 인해 건강과 복지에 심대한 위협을 초래하는데 특히 어린이, 노인, 임산부, 기저 질환자, 빈곤층 등 취약계층이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보건의료분야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건강피해를 줄이는 역할을 하지만 동시에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자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분야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4.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포크라테스 이래 보건의료의 금과옥조가 ‘해를 끼치지 마라(First, do no harm)’임을 감안할 때, 보건의료 분야도 온실가스 감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기후변화의 건강영향
기후변화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첫째는 폭염, 홍수, 산불, 태풍, 가뭄 등 극한 기상이변이 증가하여 손상 및 온열질환, 그리고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와 같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는 전 지구적 탄소순환, 물 순환, 생물권을 교란시켜 새로운 형태의 인수공통감염병이나 곤충매개감염의 출현하고, 수분(pollination) 감소, 농사 실패, 식량 및 물 부족, 해수면 상승 등을 유발한다.
셋째는 사회체제의 붕괴로 생계수단이 상실되고, 식품 및 연료 가격 상승, 공급망 붕괴,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부담, 사회적 갈등, 강제 이주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지구의 평균기온을 상승시키고 폭염의 빈도, 강도, 기간을 증가시킨다. 폭염에 노출되면 급성신장손상, 열사병, 임신결과에 악영향, 수면장애, 정신건강에 영향, 기저질환(심혈관질환 및 호흡기질환) 악화, 사망 증가를 초래할 수 있다. 폭염 기간에는 노동과 운동이 제한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 노인, 산모, 신생아, 빈곤계층, 야외노동자들이 더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기후변화는 대기 및 실내 공기 질에 영향을 미친다. 기후변화는 날씨의 양상에 영향을 미치고 그로 인해 지상의 오존이나 미세먼지의 농도가 영향을 받는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는 식물 성장을 촉진하고 알레르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꽃가루 방출이 늘어나게 된다. 꽃가루를 포함한 대기오염 물질은 실내로도 침투하기 때문에 실내 공기질도 악화 되는데 공기의 질 악화는 호흡기계질환과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오존은 위치에 따라 다른 역할을 한다. 지상으로부터 10km 이상 상공의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반면에 지표면에 있는 오존은 이산화질소나 휘발성유기화합물 같은 오염물질이 햇빛과 반응하여 생성 되는데, 스모그의 주요 성분 중 하나로 호흡기계질환을 유발한다.
기후변화는 감염병을 매개하는 모기, 진드기, 벼룩 등 매개체의 지역적 분포와 계절적 분포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매개체는 바이러스, 세균, 원충 등의 병원체를 숙주 간에 이동시켜 감염병을 전파하게 된다. 지구가 온난화되면 식물이나 동물은 기온이 낮은 서식처를 찾아 고도가 높은 곳이나 위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의 정의에 따르면 정신건강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삶의 스트레스에 대처할 수 있고, 생산적으로 일할 수 있고, 자신에 속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안녕한 상태를 말한다.
기후변화는 정신건강, 심리적 안녕, 그리고 이들을 결정하는 사회적 환경적 요인에 영향을 미친다. 기온 및 습도 상승은 정신질환과 자살시도 증가와 관련이 있다. 간접적인 방식으로는 가뭄으로 농사를 망치고 식량과 물이 부족해지면 가족 관계가 악화되고 스트레스가 증가하여 정신건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후변화는 갈등과 폭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기후변화가 보건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기상이변은 보건의료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 의료용품 공급이 안되거나, 전기가 끊길 수 있고, 환자 수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재난에 대비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기상이변으로 쉽게 타격을 받는 것은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하는 백신을 포함한 약물의 콜드체인을 유지하는 것인데, 그 뿐 아니라 의료용품 생산시설의 파괴로 용품이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
국내법상 재난은 자연재난(자연재해대책법)과 사회재난(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완전히 독립적이지는 않다. 같은 규모의 재해라도 보건의료를 포함한 사회적 대응에 따라 피해양상이 달라져서 사회적 재난의 성격을 띠는 복합재난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의 최종적인 종착점이 건강피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에 대비할 뿐아니라 적극적인 기후 옹호자가 되야 할 도덕적 의무도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