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배터리 4대 핵심소재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이다. 양극재는 배터리 성능(주행거리)을 결정하고, 음극재는 배터리 수명과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전해액은 양극과 음극의 리튬이온 이동통로를 제공하면서 배터리 수명과 셀 특성을 향상시킨다.
SNE리서치 발표(2020년)에 의하면, 양극재 시장 점유율 기준 1위 기업은 벨기에의 유미코아(Umicore)다. 그 뒤를 일본의 니치아(Nichia)와 스미토모메탈마이닝(Sumitomo)이 잇고 있으며, 국내 기업인 LG화학, 엘앤에프(L&F), 에코프로비엠(ECOPRO BM), 포스코케미칼도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다. 중국 기업으로는 롱바이(Ronbay), 샤먼텅스텐(XTC) 등이 눈에 띈다. 이러한 양극재 제조사들은 자사의 양극재를 배터리 셀 제조사에 납품하기 위해 경쟁한다.
음극재 시장의 경우, 주로 중국 업체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중국의 주요 음극재 기업으로는 베이터뤼(BTR), 즈천(Zichen), 산산(ShanShan), 카이진(Kaijin) 등이 있으며 이들 중국 업체들의 전 세계 음극재 시장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일본의 음극재 기업으로는 히타치(Hitachi)와 미쓰비시 케미칼(Mitsubishi)이 있다.
국내의 경우, 포스코케미칼이 음극재를 양산, 공급하고 있으며 2020년 SNE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포스코케미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5~6위권으로 나타난다. 배터리 셀 제조사들은 음극재를 다수의 회사에서 공급받고 있기 때문에 음극재 기업 간 경쟁도 필연적이다.
분리막 시장은 국내를 비롯, 중국과 일본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 기업 중 상하이은첩(SEMCORP)은 최근 몇 년간 M&A를 통해 분리막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장해 오면서, 2022년 연간 생산능력을 약 45~50억 ㎡로 넓히는 등 분리막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카세이(Asahi Kasei)와 도레이(Toray), 중국의 싱웬(Senior), 그리고 국내 SK아이이 테크놀로지(SKIET) 등도 시장 점유율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양극재, 음극재와 마찬가지로, 배터리 셀 제조사는 다수의 분리막 소재 공급사와 연계되다 보니 분리막 소재 공급사 간 경쟁이 관찰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한국의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중국의 상하이은첩, 싱웬, 시노마(Sinoma)1), 일본의 아사히카세이, 도레이 등에서 분리막을 공급받고 있다.
전해액 시장은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톈츠(Tinci, 천사첨단신소재), 궈타이화롱(GTHR), 캡켐(Capchem) 등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차지하는 업체들이다. 이에 더해 일본의 미쓰비시 케미칼도 시장 내 선도 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엔켐(Enchem)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엔켐의 전해액 생산능력은 2022년 9.5만 톤, 2023년 25.5만 톤, 2024년 74.5만 톤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제련·배터리 셀 제조·완성차 제조사와 협업
배터리 핵심소재 제조사가 배터리 생태계 내에서 협업하는 모습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광물 제련 기업과 배터리 소재 제조사와의 협업을 들 수 있다. 배터리 소재 제조사는 선행 물질을 원활히 공급받고자 하는 니즈가 있으며 광물 제련 기업 역시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다. 이러한 니즈를 토대로 배터리 소재 제조사는 광물 제련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거나 투자를 진행하면서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대표적인 사례로는 LG화학과 켐코(고려아연 자회사)가 ‘한국전구체주식회사’ 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을 들 수 있다. 켐코는 황산니켈을 생산하며, LG화학은 양극재 중심 배터리 소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켐코는 합작법인에 황산니켈을 공급하고, LG화학은 합작법인에서 생산한 전구체를 활용하여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합작법인은 2024년 2분기 양산을 목표로 울산에 공장을 건설 중이며, 향후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도 고려 중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 전구체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한 투자를 단행했고, 이를 통해 양극재 및 전구체 생산역량을 확보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코발트 생산 1위 기업인 화유코발트와의 파트너십도 공고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로 배터리 소재 제조사와 배터리 셀 제조사 간 협업이 있다. 첫 번째 유형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소재기업은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배터리 셀 제조사는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배터리 산업에서의 탈중국화 기조가 강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는 중국 기업이 아닌 배터리 소재기업들과 협업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소재 중 비교적 중국의 점유율이 낮은 양극재 시장의 경우, 국내 배터리 셀 제조사와 국내 배터리 양극재 기업 간 협업이 활발하다. 특수 관계에 있긴 하지만 LG화학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배터리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SDI는 국내 양극재 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삼성SDI와 에코프로비엠과 합작하여 에코프로이엠을 설립했으며, 에코프로이엠은 연간 55,000톤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가진 공장을 세울 예정이다.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과의 합작 법인 설립 등 협업을 통해 양극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면서 배터리 제조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세 번째로 배터리 소재 제조사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는 완성차 제조사 간 협업을 들 수 있다. 테슬라가 완성차 제조사이자 배터리 제조사로서 입지를 다지면서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등과 같은 완성차 제조사도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함과 동시에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준비 중이다.
배터리 소재기업인 포스코케미칼은 2022년 5월, GM과 양극재 합작사인 ‘얼티엄캠(Ultium CAM)’을 캐나다에 설립하기로 했다. 얼티엄캠은 2022년 8월 착공하여 2024년 하반기에 완공을 목표로 하며 1단계로 연간 생산량 3만 톤 규모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