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비즈온 송민경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반도체 칩 제조업체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칩을 확보해 가장 진보된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우디 데이터 및 AI 당국(SDAIA)의 압둘라만 타리크 하빕(Abdulrahman Tariq Habib)은 지난 13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중으로 사우디 왕국이 그러한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빕은 이번 주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 AI 정상회의(GAIN)에서도 이 같은 발언을 했다.
하빕은 엔비디아(Nvidia)의 가장 강력한 AI 칩인 H200s의 접근권을 확보하는 것이 사우디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칩은 OpenAI의 GPT-4o에 사용되는 칩으로, 미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로 인해 현재까지는 사우디로의 수출이 제한된 상태이다.
하빕은 사우디아라비아가 "H200s 칩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사우디와 미국 간 비즈니스가 더 원활해질 것"이라며, "또한 사우디에서의 계산 능력을 강화하는 데 많은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는 AI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며, 9일 발표된 SDAI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AI가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9,250억 달러 규모의 공공투자기금(Public Investment Fund)이 AI 분야 투자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하는 Vision 2030 계획의 일환으로, 사우디 경제를 현대화하고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하빕은 미국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고성능 칩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긍정적인 AI 협력 관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2021년부터 중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 대한 반도체 수출을 제한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또한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로 인해 미국의 제재 대상국 중 하나로 포함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동 여러 국가를 대상으로 고성능 반도체 수출에 특별 허가를 요구하는 규제를 도입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