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산업은 복잡하고 장기적인 과도기를 거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대응 속에서 새로운 산업 표준이 등장하고 있다. 산업 내 가치사슬이 세분화되고 기술이 융합되어 혁신적인 기술과 상품이 출시되고, 시장 및 경쟁환경이 변화되면서 하드웨어에만 집중하기에는 지속성장에 한계가 있다. 자동차산업에서 여전히 기술력은 중요하지만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며 소프트웨어, 통신, 기반시설 등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서 완성차업체, 1차업체, 2차업체, 신규 진입업체들이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에서 각 업체들의 위치와 핵심 역량을 재정의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구조는 차량설계 및 개발-부품-시스템 모듈-자동차 조립(생산) - 마케팅·유통 - 사후관리 등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제품 기획, 판매, 사후 서비스는 완성차업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나, 제품 기획에서부터 부품과 소재업체들과의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구개발은 완성차와 부품업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1차, 2차, 3차로 중층구조를 지닌 부품업체들에 부품조달이 이루어지고 있다. 유통, A/S 등은 자동차산업 전체에서 중요하고 많은 고용을 지니고 있지만 주로 외주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마케팅, 판매는 업체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국내업체들은 아웃소싱보다는 완성차업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동화, 자율주행화 진전으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가치사슬 외관상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는 충전, 모빌리티 서비스와 같은 전방산업에서의 변화이다. 전기동력화로 인한 전기충전 관련 인프라 또는 수소 충전 관련 인프라가 필요해지고 충전기 제작, 충전서비스 등이 필요하다. 또한 자율주행화에 따른 승차공유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서비스, 인포테인먼트, 자동차 주행으로 축적된 각종 데이터를 활용하는 서비스 등도 전방 부분에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이다. 조달 프로세스의 경우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수평 분업형 협력관계로 전환되고 모듈화 형태로 조달도 변화되고 있다.
전기동력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적고 공정도 감소하면서 생산 난도가 낮아져 설계·기획 전문업체와 생산 전문업체로 분업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완성차업체가 수행하고 있는 디자인·설계에서 생산단계까지 일괄로 내재화된 생산체계가 분리될 가능성이 높으며 디자인·설계 프로세스 역할이 강화되면서 디자인 또는 설계만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업체도 등장할 수 있다. 생산 프로세스에서 필요한 공정과 작업공수도 대폭 축소되고 일부 핵심 부품의 외주화도 가능해지면서 생산시스템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에 전기동력차 전용 플랫폼이 개발되고 주요 핵심 부품들의 일체화로 모듈화 경향이 높아지고 바디 온 프레임 형태로 변화가 진행되면서 플랫폼 개발 및 생산업체, 차체전문 생산업체 등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전기동력차 생산이 상당 기간은 기존 공장을 활용한 혼류생산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커스터마이징된 다품종 소량생산 차량 또는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전문 생산업체에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가능성도 높다. 자율주행 시스템 도입도 생산에 있어 가치사슬 내에 차별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복잡하고 고도의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자율주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키텍처가 요구되며 자율주행에 필요한 자동차용 OS, 알고리즘, 플랫폼 등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업체와 차량을 제조하는 업체로 구분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소프트웨어업체와 기존 완성차업체들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동력화, 자율주행화 등 미래차로 이행되면서 자동차산업 경쟁 우위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과거 기계부품 위주에서는 규모의 경제, 높은 기술 장벽, 수요업체와의 관계 등의 이유로 신규 진입이 어려운 대표적인 산업이었으나 미래차로의 이행은 모듈화, 전자화, 수평분업화가 중요한 경쟁 요인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져 테슬라, BYD와 같은 신생 완성차업체들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한다.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가 나타나면서 구매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SNS 파급력이 증가하면서 개인 구매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신규 전기차 업체 등 공급업체가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선택지가 증가하고 모빌리티 플랫폼업체의 등장으로 대형 플릿(Fleet) 판매가 늘어나는 등 구매자의 협상력이 커지고 있다. 또한 공급자의 협상력도 커지고 있다. 많은 IT 기술들이 접목되면서 공급망에서 대형 부품회사들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다.
이전에는 공급망에서 역할이 전무했거나 적었던 IT업체들이 신규로 자동차산업 공급사슬에 진입하고 이들 부품의 중요성 및 독점성이 강화되어 부가가치 점유와 협상력 측면에서 완성차업체들의 상대적 우위가 하락하게 된다.
향후 자동차산업에서의 협력구도는 기존의 가치망 구조와는 다르게 개별의 제품을 완성차업체가 선택하여 조합시키는 것으로 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의해 차량기능성과 용도가 결정되고 완성차업체는 개별소비자 또는 모빌리티 플랫폼 등의 요구 등을 반영하여 차량을 구성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자동차 및 IT업계는 차량의 개발 단계부터 비즈니스 범위와 수익 창출 메커니즘을 고려한 비즈니스 모델 설계 및 시장 선점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