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진공 속 “외계 생태계 가능성 열렸다”… 283일 이끼 포자가 버텼다

지구 귀환 후 90%가 다시 발아… 우주 농업·달·화성 생태계 연구에 단서 제공

2025-11-26     송민경 기자
(사진=후지타 토모미치(Tomomichi Fujita))

[디지털비즈온 송민경 기자] 우주 공에 9개월간 노출된 이끼가 살아남았다는 연구 결과가 공개되면서, 지구 생명체의 내구성과 우주 농업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열리고 있다.

국제우주정거장(ISS) 외부에 부착된 채 진공 상태, 극한의 온도 변화, 강한 자외선 등 우주 환경에 완전히 노출된 이끼 포자(spores)가 장기간 생존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CNBC, 가디언 등 외신에서 보도했다.

이번 연구는 일본 홋카이도대학교 생명과학과 후지타 토모미치(Tomomichi Fujita)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iScience에 발표한 것으로, 연구진은 “이끼 포자가 우주 환경에서 생존했을 뿐 아니라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생식 능력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후지타 교수는 “대부분의 생명체는 우주 진공 상태에서 잠깐도 버티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라며 “지구에서 진화한 생명체가 세포 수준에서 우주 환경을 견딜 수 있는 내재적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이 선택한 식물은 '피스코미트륨 파텐스(Physcomitrium patens)'로, 약 4억 5천만 년 전 물에서 육지로 진출한 초기 식물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극 툰드라부터 용암지대까지 다양한 극한 환경에서도 번식할 수 있는 생존력을 지닌 것으로 보고되었다.

연구진은 실험에 앞서 지상에서 극저온(섭씨 –196도), 극고온(섭씨 55도), 진공, 고자외선 등 우주 환경을 모사한 테스트를 진행해 포자가 높은 생존 가능성을 가진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2022년 3월, 연구팀은 수백 개의 포자를 노스롭그루먼 화물선에 실어 ISS로 보냈고, 우주비행사들은 이를 정거장 외부 구조물에 직접 부착했다. 포자는 총 283일(약 9개월) 동안 우주 공간에 노출된 뒤 2023년 1월 스페이스X 화물선을 통해 지구로 귀환했다. 실험 결과, 80% 이상이 생존했고, 그중 약 90%가 다시 발아(germination)하는 데 성공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연구팀은 높은 생존율의 이유로 포자를 감싸는 특수한 구조를 지목했다. 이는 수억 년 전 육지 식물 초기 진화 과정에서 자외선 등 환경 스트레스를 방어하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이끼가 우주에서 최대 15년까지도 생존할 가능성이 있으며, 장기적으로 달·화성 등 외계 환경에서의 생태계 구성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지타 교수는 “이 연구는 우주 환경에서의 생명체 생존 가능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향후 우주 농업 시스템 개발과 외계 토양에서의 식물 재배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