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 북서항로 주요 항만과 우리나라
북극항로 안전성과 기후 대응력... 극지 항해 인력 양성, 감시 기술 및 연구선 운용 확대, 하드웨어 확충과 데이터 수집·분석 역량 강화 등 소프트 인프라 고도화 필요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북극해의 해상항로는 시베리아 북부 해안을 따라 대서양~태평양을 잇는 북동항로(Northern Sea Route: NSR 혹은 Northeast Passage)와 캐나다 북부 해역을 따라 대서양~태평양을 잇는 북서항로(Northwest Passage)로 구분된다. 즉, 러시아 북측 연안항로인 Northern Sea Route(검은색 점선)와 캐나다 북측의 Northwest Passage(검은색 실선)로 대별할 수 있다. 기타 쇄빙선을 이용한 주요 항로로서 그린란드 섬 연안과 노르웨이 북측 연안에서 북극 방향으로 항로가 형성되고 있다.
북서항로(NWP)는 캐나다 북극 제도(Canadian Arctic Archipelago)를 따라 대서양(Atlantic Ocean)과 태평양(Pacific Ocean)을 연결하는 해상 항로이다. 이 항로는 캐나다 영토를 통과하는 내수(Inland Waters)로 간주되어 캐나다 정부가 항행 규제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국제해협(International Strait)”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항행 자유권(FOC, Freedom of Navigation)을 둘러싼 미·캐 양국 간 법적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북서항로는 역사적으로 유럽–아시아 간 북극 항로 탐험의 상징적 구간으로, 1906년 노르웨이의 로알 아문센(Roald Amundsen)이 Gjøa호로 처음 완주했다. 이후에도 군사적, 과학적, 상업적 시도들이 이어졌으나, 극심한 해빙과 복잡한 수로 구조로 인해 상업 운항은 오랜 기간 제한되어 왔다. 캐나다와 미국은 환경보호·안보통제 권한을 유지하면서도 인프라 현대화를 병행 중이며, 특히 Nome(미국)–Churchill(캐나다) 축은 북미-유럽 간 “Trans-Arctic Corridor”의 서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요 항만 및 거점은 Churchill Port (처칠항, 캐나다 매니토바 주), 캐나다 북극권으로 진입 가능한 유일한 심해항, 허드슨만(Hudson Bay) 연안에 위치하며, 철도(Churchill Line)를 통해 내륙 곡물 운송의 거점 역할을 한다. 과거 곡물 수출 중심항이었으나, 최근에는 북극항로 연계 및 LNG·광물 물류 기지로 재활성화 추진 중이다. 여름 해빙기(7~10월)만 이용 가능하며, Arctic Gateway Group이 운영하고 있다.
Cambridge Bay (캠브리지 베이, 누나부트 주)는 중부 북서항로의 주요 보급 및 관제 거점으로, 캐나다 해안경비대의 Arctic Operations Base가 위치해 있다. 연안 선박과 소형 상선의 환적, 연구·탐사 지원 거점 역할을 한다. 2022년 이후 위성통신·기상 관측 시설을 확충했으며, 향후 상업항으로 개발 논의 중이다.
Resolute Bay (리절루트 베이, 누나부트 주)는 북극권 중앙부의 전략적 군사·물류 거점으로, 캐나다 북부 작전의 핵심 기지이다. North Warning System(북부경보시스템) 및 북극복지센터(Joint Arctic Warfare Center)를 운영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항공–해상 복합 수송 허브로 전환 계획 중이다.
Nome Port (놈항, 미국 알래스카 주)는 알래스카 북서부 베링해 연안에 위치하며, 북서항로 서단과 북동항로(NSR)를 연결하는 환적 중심지로 주목받았다. 2023년 미국 정부는 Port of Nome Expansion Project를 승인, 기존 6m 수심 항만을 13m 심해항으로 확장 중이며, 미 해안경비대(USCG) 북극 작전 거점으로 지정되었다. 완공 시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미국-아시아-유럽 간 물류의 중간 기착지로 기능할 전망이다.
Tuktoyaktuk Port (턱토약턱항, 캐나다 노스웨스트 준주)는 북극해 연안 유일의 도로 연결 항만으로, Inuvik–Tuktoyaktuk Highway(2017년 개통)를 통해 내륙과 연결된다. 원유·가스 프로젝트, 북극 석유 탐사 지원 기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총 4건의 북극항로 해상운송 사례가 있는데, 현대글로비스의 나프타 시범 운항(2013), CJ대한통운(15), 팬오션(16), SLK국보의 복합운송(16)의 순이다. 그러나 국내에 내빙선박 보유선사가 없고, 북극에너지 자원개발 단독 진출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앞으로의 북극항로 진출을 위해선 북서유럽-동북아 간 운송화물의 저운임 장기계약을 통해 대형화주 화물을 발굴해야 하고,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북극항로의 안전성과 기후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극지 항해 인력 양성, 감시 기술 및 연구선 운용 확대와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 확충과 함께 데이터 수집·분석 역량 강화 등 소프트 인프라 고도화를 병행해야 한다. 나아가 국제 사회가 북극을 기후변화의 핵심 지역으로 인식하며 환경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도 단순히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차원을 넘어 지속 가능한 해양 활용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