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 위에서 생명 지킨다… 예일대, AI로 심장병 조기 진단 성공

2025-11-10     송민경 기자
(사진=미국심장협회(AHA)

[디지털비즈온 송민경 기자] 예일대 연구진은 스마트워치에 내장된 간단한 심전도(ECG) 센서를 이용하여 구조적 심장 질환을 최초로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심장협회(AHA)의 2025년 과학 세션(Scientific Sessions 2025)에서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매우 유망하다”고 밝혀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연구팀은 소비자용 스마트워치에 내장된 단일 리드(single-lead) 심전도(ECG) 센서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결합해 심장의 구조적 이상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AI는 심장의 펌프 기능 약화, 판막 손상, 근육 비대 등 주요 형태의 구조적 심질환을 정확히 식별했으며, 이는 통상 심장초음파(Echocardiogram) 검사로만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의 질환을 손목 위 기기로 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예일대 의대 심혈관 데이터 과학 연구실 소장이자 이 연구의 수석 저자인 로한 케라(Rohan Khera)는  "단일 리드 심전도(Single-lead ECG)는 그 자체로는 한계가 있어 의료 환경에서 사용되는 12 리드 심전도 검사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하면 중요한 심장 질환을 선별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해집니다."라고 밝혔다. 

AI 알고리즘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예일 뉴헤이븐 병원에서 수집한 266,000건 이상의 12리드 ECG 데이터와 110,000명의 성인 환자 기록을 기반으로 AI 모델을 학습시켰다.

목표는 숨겨진 심장 질환과 관련된 전기적 신호 패턴을 학습시켜, 이를 단일 리드 신호에서도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예일대 내과 전문의이자 연구 책임자인 아리야 아미노로야(Arya Aminorroaya) 박사는 “현재 수백만 명이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지만, 이 기기는 대부분 부정맥(심방세동) 탐지에만 사용되고 있다”며 “구조적 심질환은 정밀 초음파 장비를 사용하는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만 진단할 수 있어, 접근성이 매우 낮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실제 스마트워치 ECG에서 발생하는 잡음(noise)을 반영하기 위해 학습 데이터에 인위적 간섭을 추가하는 “노이즈 주입(noise injection)” 기법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AI는 움직임이나 주변 환경에 따른 왜곡을 보정하며, 손목 기반 ECG 신호를 임상 수준에 가까운 정밀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이어 미국과 브라질의 병원 및 일반 인구 데이터를 활용해 검증을 거친 뒤, 60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스마트워치 ECG와 병원 심장초음파 검사를 동시에 실시했다. 피험자들의 평균 연령은 62세였으며, 약 절반이 여성으로 구성되었다.

그 결과 AI는 단일 리드 ECG 데이터만으로도 88%의 정확도와 99%의 음성예측도(negative predictive value)를 기록했다. 즉, 질환이 없을 때 이를 정확히 배제할 확률이 매우 높았다는 의미다.

단 30초간의 데이터만으로도 86%의 민감도(sensitivity)를 달성하며, 실제 구조적 질환이 있는 대부분의 환자를 식별했다.

예일대 카르디오바스큘러 데이터 사이언스(CaRDS) 연구소의 카이라(Khera) 교수는 “단일 리드 ECG는 그 자체로는 제한적이지만, AI가 결합되면 강력한 조기 진단 도구가 된다”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보유한 기기를 활용해 대규모 심장 질환 스크리닝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아직 학회 초록 형태로 발표된 예비 연구이므로, 향후 대규모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만약 임상적으로 입증된다면, 이 기술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가정에서 직접 ECG를 측정해 의사에게 전송하고, 심장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를 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