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생명 '비자금’ 의혹…금감원 “비리 혐의 짙다”
임직원 가족 운영 유령업체에 20억 원 수의계약…납품 절반 그치고 차액 9억 원 사라져
2025-10-28 이은광 기자
국정감사장에서 NH농협생명이 고객 사은품용 핸드크림 구매 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농협중앙회에 상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농협생명이 사실상 유령업체와 20억 원대 계약을 맺고 물품 절반만 납품받았다”며 “남은 금액 중 최대 9억 원이 비자금으로 조성돼 농협중앙회로 흘러간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계약은 지난해 말 농협생명이 ‘지현살롱’이라는 피부샵과 체결한 것으로, 이 업체는 당시 농협생명 3급 직원의 여동생이 운영한 개인사업자였다. 계약서상 납품 수량은 10만 개였지만 실제로는 5만 개만 입고된 것으로 확인됐다.
허 의원은 “생산 단가와 계약 단가 차이를 고려하면 9억 원가량의 자금이 남는다”며 “농협생명 전 부사장이 내부감사에서 ‘11층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11층은 농협중앙회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사실상 상납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비리 혐의가 짙다고 판단한다”며 “현장검사를 이미 완료했으며, 수사 결과와 별개로 위법 사항이 확인되면 법에 따라 엄정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또 “농협중앙회를 중심으로 한 내부통제 취약성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시스템 개선과 제도 보완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