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얼굴만 보면 '스트레스 장애' 알 수 있다…미국, 아동용 AI 정신진단 개발
[디지털비즈온 송민경 기자]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학교(USF) 연구팀에서 아동의 얼굴 표정만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혀. 퓨처리티, 인디아 매거진 등 외신이 보도했다.
이번 기술은 말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운 아동의 정신건강 진단에 AI를 활용하는 윤리적이고 혁신적인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동은 언어 능력, 인지 발달, 감정 표현의 제약 등으로 인해 PTSD와 같은 심리적 고통을 명확히 표현하기 어렵다. 기존에는 면담이나 자가 보고식 설문조사 등이 주된 진단 도구였으나, 주관적 한계로 인해 오진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USF 사회복지학부의 앨리슨 살룸 교수는 아동 면담 중 “아이들이 말은 거의 하지 않더라도, 얼굴에는 감정이 드러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관찰은 USF AI·사이버보안·컴퓨팅 대학 소속 얼굴 분석 전문가 쇼운 캐너번 교수와의 협업으로 이어졌고, AI 기반 표정 분석 모델 개발의 출발점이 되었다.
개발된 시스템은 개인 식별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눈동자 움직임, 입꼬리 곡률, 머리 위치 등 미세한 안면 근육의 변화를 분석한다. 연구팀은 “원본 영상은 절대 저장하지 않고, 신원 정보는 완전히 제거된 비식별화 데이터만을 사용한다”며 윤리적 경계를 철저히 지킨다고 강조했다.
이 AI는 단순 표정 분석을 넘어 대화의 맥락까지 고려한다. 즉, 아이가 부모와 이야기할 때와 치료사와 대화할 때의 감정 표현 차이를 구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실제로 총 18회의 심리치료 세션, 아동 1인당 100분 이상의 영상(총 약 18만 5천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PTSD를 진단받은 아동에게서 특정한 감정 표현 패턴이 지속적으로 나타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동은 부모보다 치료사와 있을 때 감정을 더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향이 뚜렷했으며, 이는 수치심이나 회피 성향으로 인해 가정 내에서 감정 표현이 억제될 수 있다는 기존 심리학 이론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기존 임상 전문가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정 신호를 보조적으로 탐지하는 '디지털 보조 시선'으로 설계되었다. 캐너번 교수는 “이처럼 방대한 아동 심리 데이터는 AI 연구에서 매우 드문 자산”이라며 “객관적이면서도 윤리적인 방법으로 아동 정신건강 평가를 보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 기술이 향후 대규모 검증을 거쳐 실용화될 경우, 말이 서툰 유아 및 미취학 아동까지 포함해 비언어적 신호를 활용한 정신건강 진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