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없는 국가들, 연구·산업·인재 유출 ‘트리플 위기’ 직면
미국·중국,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90% 독점하고 있으며, 전 세계 84%는 '제로'에 해당
[디지털비즈온 송민경 기자]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텍사스의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을 찾아 뉴욕 센트럴파크보다 큰 부지에 세워지고 있는 이 센터가 약 600억 달러 규모이며, 자체 천연가스 발전소까지 갖춘 초대형 AI 컴퓨팅 허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 시기의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국립대학교의 니콜라스 월로빅 교수는 학교 한 켠의 개조된 실험실에서 노후된 AI 칩과 서버를 얽은 케이블들 사이에서 자국 최고의 AI 연산 센터를 운영 중이었다. 그는 “모든 것이 점점 더 분열되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뒤처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기술이 새로운 디지털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력 차이를 넘어서, 연산 자원(compute power) 을 갖춘 나라들과 그렇지 못한 나라들 간의 지정학적, 경제적, 과학적 분열을 낳고 있다고 언급되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AI 데이터센터의 절반 이상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3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들 센터는 복잡한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데 필요한 막대한 연산 자원을 제공하며, 전 세계 약 32개국만이 이러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시 말해 전체 국가의 84%는 ‘없음’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운영 중인 AI 연산 센터 수는 87개이며, 중국기업은 39개, 유럽 기업은 6개로 이들 센터의 핵심 칩 대부분은 미국 기업 엔비디아(Nvidia) 제품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면, 아프리카·남미 대부분 국가는 사실상 AI 데이터센터가 전무한 상태이며, 인도는 최소 5개, 일본은 최소 4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활용되는 분야는 이제 채팅봇이나 자동화 작업을 넘어, 신약 개발, 유전자 편집, 국방 무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고성능 컴퓨팅 자원을 전제로 한다.
이로 인해 AI 연산력을 보유하지 못한 국가들은 과학 연구의 진전, 스타트업 성장, 인재 유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외국 기업과 정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석유를 생산하는 국가들이 국제 정치에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듯, 향후 AI 시대에는 ‘연산 자원 보유국’이 유사한 위상을 가질 것”이라고 연구 책임자인 옥스퍼드대 빌리 레돈비르타 교수는 언급했다.
현재 일부 국가들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공 예산을 투입해 AI 인프라를 직접 건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AI 칩 확보와 데이터센터 유치는 이제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니라 외교·무역 전략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로 옥스퍼드 연구진은 세계 9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Amazon, Google, Microsoft, Tencent, Alibaba, Huawei, Exoscale, Hetzner, OVHcloud) 의 고객 공개 정보를 분석해 대표적인 AI 허브의 위치와 연산력 분포를 추적했으며, 일부 비공개 인프라를 제외하고도 뚜렷한 세계적 편중 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힌 사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