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태양 남극 영상 공개…자기장 비밀 풀릴까?

2025-06-17     송민경 기자

[디지털비즈온 송민경 기자]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하고 미국 NASA가 협력하는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의 극지, 그중에서도 남극을 직접 촬영한 이미지를 공개했다고 ESA가 밝혔다.

유럽우주국(ESA)의 책임자인 캐롤 먼델(Carole Mundell)은 솔라 오비터가 2025년 3월 중순부터 약 열흘간의 고각 관측을 통해 이례적으로 태양 남극을 -15도에서 -17도 각도로 바라본 영상을 확보했으며, 이 같은 각도는 지구 및 대부분 우주선이 위치한 황도면(ecliptic plane) 밖에서만 가능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SA는 “우리가 지금껏 본 모든 태양 이미지는 지구 궤도와 같은 평면에서 촬영된 것들이며, 이번 관측은 전례 없는 각도에서 태양을 바라본 것”이라며 “태양 활동, 자기장, 우주 기상 예측에 대한 전환점을 제공할 수 있는 중대한 과학적 전진”이라고 강조했다.

솔라 오비터는 2020년 2월 발사된 이후 금성 중력 도움(flyby)을 이용해 점차 궤도를 기울여왔으며, 이번 고각 관측은 그 첫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ESA는 향후 탐사선의 궤도가 더욱 기울어질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넓고 선명한 극지 관측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관측은 PHI, EUI, SPICE 총세 가지 첨단 장비를 통해 확보되었다.

PHI(Polarimetric and Helioseismic Imager)는 태양 표면을 가시광선으로 촬영하고, 자기장 지도를 생성한다. EUI(Extreme Ultraviolet Imager)는 태양 외곽 대기층인 코로나에서 발생하는 100만 도 이상의 플라즈마를 자외선으로 포착한다. SPICE(Spectral Imaging of the Coronal Environment)는 태양 대기 각 층에서 나오는 빛을 온도별로 분석해, 다층 구조를 정밀하게 추적한다고 ESA는 설명했다.

이 세 장비가 수집한 데이터는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며, 특히 자기장 분포와 플라즈마 흐름을 함께 분석함으로써 태양 내부 에너지의 이동 경로를 유추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영상에서 PHI는 남북 양극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합 자기장 상태를 태양 남극에서 확인했으며, 이는 태양 활동 극대기(solar maximum)에 나타나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자기장이 반전되면 극지에 단일 극성이 서서히 정착될 것이며, 이를 통해 태양의 11년 주기 변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SA 측은 “태양 자기장 주기나 폭풍의 발생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는 기존 모델의 한계를 이번 탐사로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솔라 오비터 프로젝트 과학자 다니엘 뮐러(Daniel Müller)는 “이번 데이터는 태양 자기장, 태양풍, 태양 활동 주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향후 수년에 걸쳐 더 많은 과학적 분석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