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학회,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 강력 규탄"

이재명 정부에 게임산업 ‘국가전략산업’ 지정 및 외국자본 통제 조치 촉구

2025-06-16     이은광 기자
▲한국게임학회(학회장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중국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에 분노하며, 게임을 포함한 K-컬처 산업 장악 시도를 즉각 중단하기를 요구한다” 라는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게임학회(학회장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는 16일 성명을 통해 중국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침투를 넘어선 사실상의 산업 주권 침탈 시도”로 규정했다.

학회는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는 단순한 민간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대한민국 핵심 산업에 대한 조직적 지배 시도”라며, “이 사안은 정부가 결코 중립적으로 방치할 수 없는 국가 안보적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텐센트는 이미 넷마블(17.5%), 크래프톤(13.6%), 웹젠(20.7%), 시프트업(40%) 등 한국 주요 게임사의 지분을 대거 확보해 사실상 ‘한국 게임업계의 2대 주주’로 군림 중이다. 넷마블을 통해 엔씨소프트에도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까지 구축해, 산업 전반에 대한 장악력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텐센트는 하이브가 보유하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9.7%)을 2,400억 원에 인수하면서 K-팝 산업에도 본격 진입했다. 게임과 음악을 동시에 지배하려는 의도는 단순한 투자라 보기 어렵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71.5%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갖고 있으며, 중국을 ‘적’으로 인식하는 비율도 29%에 달한다. 이처럼 광범위한 반중 정서 속에서 텐센트의 행보는 국민 정서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양국 정부가 어렵게 회복해가던 외교적 신뢰까지 흔들 수 있다.

한국게임학회는 정부에 게임산업을 즉각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외국 자본의 비상식적 지배 시도에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게임은 단순 오락이 아닌 AI, XR, 그래픽, 네트워크 기술이 총집결된 최첨단 산업이며, 전체 K-콘텐츠 수출의 67%를 차지하는 주력 수출품목이다.

게임업계 종사자는 약 8만 명에 달하며, 청년 고급 인재가 대거 포진한 미래산업의 핵심 분야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지금껏 게임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지정하지 않았으며, 외국 자본의 위협에 대한 법적 방어막도 마련하지 않았다. 학회는 이를 “미래 산업에 대한 명백한 무대응, 직무유기”로 규정했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은“이번 사태는 이재명 정부가 게임산업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금석으로 정부와 국회가 더 이상 사태를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되며, 즉각적인 규제 방안과 산업 보호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1. 우리는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를 규탄한다.

2025년 6월 12일, 블룸버그는 텐센트가 넥슨의 지주회사 NXC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텐센트는 고 김정주 창업자 유족과 약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거래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한다.

텐센트는 이미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사들에 전략적으로 지분을 투자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대표적으로 넷마블의 약 17.5%, 크래프톤의 약 13.6%, 웹젠의 약 20.7%, 시프트업의 약 40%를 보유하며 2대 주주로 자리하고 있고, 카카오게임즈의 3대 주주이자 카카오에도 5.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넷마블은 엔씨의 2대주주이기 때문에 텐센트는 넷마블을 통해 엔씨에 대한 간접적 영향력 행사가 가능한 구조이기도 하다)

또한텐센트는게임을넘어 K-팝에까지투자를확대하고있다. 텐센트는하이브가보유하던 SM엔터지분약 9.7%를약 1억 7천7백만달러(2433 억원)에매입했다. 이로써텐센트는 SM엔터의 2대주주가되었으며게임을넘어 K팝에대한진출거점을확보했다.

이처럼 텐센트는 단순한 재무 투자 수준을 넘어, 한국 게임업계의 핵심 기업들, 나아가 K팝에 걸쳐 포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게임 1위업체인 넥슨까지 인수하게 된다면, 국내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지배력은 사실상 결정적인 수준에 이를 수 있다. 이점에서 우리는 텐센트의 넥슨에 대한 인수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

2. 텐센트의 일방적인 한국 게임 산업 지배 시도는 다시금 한중 양국 간 불신을 자극하고 우호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텐센트의 공격적 지분 확보 전략은 한중 간 상호 신뢰에 기반한 우호적 분위기를 손상시키고,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71.5%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권위적, 억압적, 정직하지 않다’는 이미지가 각각 79%, 75%, 72%에 달했고, ‘위협적이다’와 ‘불신한다’는 응답도 각각 67%에 이르는 등 중국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적(敵)이다’라는 응답이 29%로 조사됐으며, 그와 달리 ‘친구’라는 응답은 8%에 불과해, 한국인의 대중국 호감도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중국에서 시작되고 있다. 양국 정부의 이런 노력의 와중에 발생한 텐센트의 일방적인 한국 게임 산업 지배 시도는 다시금 양국 국민 간 불신을 자극하고 우호적 분위기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3. 우리는이재명정부에 게임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게임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AI, XR와 같은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 글로벌 문화적 영향력, 고용 창출 등 다방면에서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이다. 게임 개발은 AI, 그래픽 엔진, 네트워크 최적화, 사용자 인터페이스 등 첨단 ICT 기술의 집합체이며, 이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AI 산업과도 융합되어 국가 디지털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또한, 게임은 콘텐츠 수출의 67%를 차지하는, K-콘텐츠 수출의 선봉장으로서 K-팝, K-드라마과 함께 글로벌 한류 영향력의 핵심축으로 작동해 왔다. 이는 게임이 고부가가치 지식산업이자 창조산업의 정점임을 의미한다.

게임산업은 청년 고용에 특히 중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한국의 게임 산업은 약 8만 명의 종사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작가, 사운드 아티스트 등 창의 기반 고급 인력을 대규모로 흡수하는 산업 구조를 보유한다.

결과적으로 게임산업은 ICT 기술력, 문화적 영향력, 고용 안정, 콘텐츠 수출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 융합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아직 게임산업을 전략산업으로 분류하지 않고 있으며, 외국 자본으로부터의 산업 주권 보호에 대한 대응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렇게 중요한 게임산업이 무방비상태로 방치되어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번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를 계기로, 게임산업을 법적, 제도적으로 국가 전략산업으로 명확히 지정하고,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4. 이번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에 대한 정부 대응은 이재명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과 육성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우리는 역대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이에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이번 ‘텐센트 사태’에 대한 문제인식을 공유하기를 촉구하며 차제에 제도적인 방어책을 강구하기를 요구한다.

2025년 6월 16일

한국게임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