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물보안법 입법화와 한국 바이오산업 대응

중국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 및 산업의 급성장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른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변화 전망 한국 바이오산업 현황과 전망

2025-01-17     김맹근 기자
사진 : pixabay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2024년 미국 하원에서 발의된 Biosecure Act(이하 생물보안법)은 중국 선도 바이오 기업의 미국 내 사업 금지를 골자로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된바 향후 글로벌 바이오산업 생태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바이오산업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반영하며 유전체 분석 및 첨단 바이오 기술을 활용한 주요 중국 기업들이 직접적인 제재 대상으로 언급되었다.

특히 해당 법안은 국가 안보와 자국민 건강정보 보호를 강조하기 때문에 미국 양당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어 통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변화가 국내 산업과 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전략을 심도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 및 산업의 급성장

중국은 ‘국가 과학기술 발전 중장기 계획(2006~2020)’부터 본격적인 기술 굴기 전략을 시작으로 ‘중국제조 2025’, ‘제14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기술 자립 가속화에 주력했다. 중국은 일련의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생명공학 분야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핵심 신흥산업으로 보고 있으며 산업의 혁신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주도형 생명공학 전략을 개발했다.

특히 2021년 3월에 열린 제13기 전국인대 제4차 회의에서 ‘제14차 5개년 규획’ 과 2035년 비전목표 강요를 발표했다. 해당 규획은 미국의 강력한 기술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혁신을 최우선 전략과제로 선정하고 장기적 육성이 필요한 7대 기술(뇌과학, 유전자·바이오, 임상의학·헬스케어 등)과 8대 산업(첨단의료기기, 신약, 신소재 등)을 제시했다.

바이오 제조와 신규항생제·항바이러스, 유전자 시퀀싱· 분석 분야 역시 중국이 다수의 세계 최고 기관을 보유하고 논문 점유율도 30% 내외를 달성하며 다른 경쟁국 대비 원천기술 우수성을 선점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ASPI는 이번 결과를 통해 중국의 중장기 전략계획이 첨단 바이오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고 기술적 우위를 달성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의 축적과 인재 양성, 우수한 연구기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바이오테크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가 모이면서 전세계 생명공학 벤처캐피탈 자금 중 중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조달한 자금의 비중이 2010년 3.5%에서 2020년 18.9%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점유율은 약 68.6%에서 62.1%로 소폭 감소했고 EU는 24.9%에서 14.5%로 급감한 결과와 대조적이다.

미국 생물보안법

2024년 9월, 미국 하원에서 생물보안법(US Biosecues Act, HR8333)이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미국 정부가 중국 등 적대국의 제약·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미국 내 첨단바이오 기술 및 제조 역량의 유출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을 갖는다. 이와는 별도로 상원에서도 2024년 미국 유전정보에 대한 외국인 접근 금지법(S.3588)을 자체적으로 검토 중이다.

따라서 미국 행정기관이 중국을 포함한 적성국의 기업으로 미국의 안보를 잠재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우려 대상 바이오기업”과 현재 또는 앞으로 상업적 관계에 있는 회사에 계약을 체결하거나 장비나 서비스 조달·확보를 위해 대출 및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유예기간을 거쳐 2032년 시행 예정으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관련 부처와 협의한 다음 시행 지침과 ‘우려 생명공학 기업’ 목록을 마련하고 계약금지 조치를 실행할 예정이다.

미국 생물보안법에 따른 글로벌 바이오산업의 변화 전망

미국 양당의 적극적인 지지를 기반으로 한 생물보안법은 신속히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그러나 법안의 주요 제재 대상으로 언급된 중국기업의 사업모델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큰 변화를 목도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공존한다.

우선 글로벌 의약품 시장 측면에서 우시앱텍은 합성의약품 CDMO와 CRO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최초의 고형암 T세포 치료제의 위탁 생산(CMO)과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 원료의약품의 공급 파트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 유전체 분석 시장 측면에서 BGI는 중국 정부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 수행하며 2013년 미국의 유전체 분석 장비 제조 기업인 컴플리트 지노믹스를 인수하여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확보했고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전체 분석시장 점유율 8.6%를 차지하고 있다.

BIO는 해당 기업들이 제조 파트너를 변경하는데 최대 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중국에 기반을 두거나 중국 소유의 바이오 제조에 대해 포괄적이고 신중한 ‘탈동조화(de-coupling)’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수백만 명의 미국 환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15일 하원 상임위원회는 산업계의 일부 의견을 반영해 생물보안법 유예기간을 2032년 1월 1일 이전까지로 설정했다.

한국 바이오산업 현황과 전망

한국 바이오산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가 매년 발표하는 “국내바이오산업실태조사”를 살펴보았다. 해당 조사는 국내 바이오산업을 9개 세부 분야로 구분하고 생산, 수출입, 고용 및 투자현황 등을 조사· 발표한다.

2022년에는 바이오산업의 수출 규모가 13조 5,189억 원이고 의약·의료기기 등 레드바이오 분야의 수출 비중이 76%를 차지했다. 2022년의 경우 의료기기산업 8조 8615억 원(28.6%), 의약산업 3조 7,408억 원(27.7%), 바이오서비스산업 2조 6,197억 원(19.4%) 순으로 나타났으며 국내 바이오 장비 및 기계산업의 수출 비중은 전체 바이오산업 수출실적 중 0.5% 미만에 그쳤다. 전반적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26.7%의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바이오의료기기산업과 바이오서비스 산업은 57.5%, 41.7%의 가파른 성장세로 증가했다.

2022년에는 바이오산업의 수입 규모가 4조 2,466억 원이고 레드바이오 분야가 수입 비중이 약 90%를 차지했다. 2022년 기준 의약산업 3조 4,374억 원(80.9%), 바이오 장비 및 기기산업 2,926억 원(6.9%), 바이오 의료기기산업 639억 원(1.5%) 순으로 나타났으며 국내 바이오 서비스의 수입 비중은 전체 바이오산업 수입실적 중 0.1%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패권 경쟁의 일환으로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 결과가 확정된 이후 시장 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산업계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에 직면했다.

한국 바이오산업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선도 CDMO를 비롯해 혁신 신약, 바이오시밀러, 체외진단기기 등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ADC·DAC 기술, 세포 침투 항체 기반 기술, 피하주사(SC) 제형 기술 등의 첨단 기술을 글로벌 빅파마에 라이센싱 아웃하며 우수한 성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있다.

다만 미국 생물보안법이 제정되더라도 국내 기업 중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수혜 효과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오산업의 기술의 첨단성 뿐만 아니라 수탁업체의 높은 신뢰도와 규제기관의 승인 이력 등 트렉레코드 또한 중요한 사업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중국 바이오 기업의 사업모델, 기술 수준, 서비스 제공 역량은 국내 기업의 수준과 상이하기 때문에 글로벌 수요기업과의 실질적인 협업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생물보안법의 제정 배경을 철저히 복기하여, 국내 CDMO와 유전자 진단 기업의 데이터 보호·관리 역량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지 점검하고 특허권을 포함한 지식재산권(IP) 관련 계약조건을 명확하게 작성하여 법적 분쟁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