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테크 기업들의 대응과 유럽의 AI 시장의 미래

주요 기업의 AI 전략과 유럽 AI 시장의 미래 EU의 AI 규제 도입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2024-11-09     김맹근 기자
사진 : pixabay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유럽의 AI 규제 강화는 테크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먼저 고위험 AI 개발사들은 엄격한 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데이터 기근(data famine)'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메타는 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2022 년 연구개발비가 무려 324 억 달러에 달했고, 그 중 상당 부분이 AI 고도화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AI 규제에 대해서도 메타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먼저 EU 현지 사용자들이 공개한 데이터를 활용해 언어, 문화 맥락을 반영한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는 AI 규제법상 고위험 분야 중 하나인 '고용'에서 메타의 모델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메타는 자사의 AI 기반 채용 솔루션이 편향성을 최소화하고 다양성을 제고한다며 EU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메타는 EU 이용자들에게 자신들의 데이터가 AI 학습에 활용될 수 있음을 사전에 고지하고, 원치 않을 경우 거부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GDPR 은 물론 AI 규제법상 설명 의무 준수를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종합해 보면 메타는 EU 현지화 전략과 책임감 있는 AI 개발이라는 양 축을 중심으로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현지화를 통해 EU 시장 내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투명한 AI 개발 프로세스를 앞세워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애플은 메타와는 사뭇 다른 고민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프라이버시 중시 원칙이 AI 기술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은 DMA 시행에 따른 타사 앱과의 상호운용성 의무화로 인해 자사의 AI 기반 신기능 출시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데이터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결국 프라이버시 보호와 AI 도입 간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절충점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iOS 17에서 예고된 개인화 음성 비서, 실시간 텍스트 변환 등 다양한 on-device AI 기능이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애플은 클라우드 기반의 거대 언어 모델 개발 경쟁에서 한발 비켜선 채, 자사 생태계 내에서 프라이버시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의 AI 도입에 무게를 싣고 있다고 하겠다.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나름의 해법을 모색 중인 셈이다.

유럽 AI 시장의 미래

EU의 AI 규제 강화로 인해 유럽 시장은 테크 기업들에게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곳이 될 전망이다. 엄격한 규제 준수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겠지만, 역설적으로 이는 차별화의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EU 기준에 부합하는 책임감 있는 AI 개발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알고리즘 편향성 최소화, 설명 가능한 AI 구현 등에서 앞서 나가는 기업은 EU 소비자와 기업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의 프라이버시 중시 정책이 브랜드 가치 제고로 이어진 것처럼, AI 윤리 선도 기업이 되는 것이 시장 내 입지 강화의 발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EU 역내외를 잇는 AI 거버넌스 구축을 선점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EU의 규제가 사실상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EU 기준에 맞춘 AI 시스템을 개발한 기업은 전 세계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규제를 준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제적으로 EU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혁신과 안전의 균형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U 집행위가 제시한 '규제 샌드박스' 참여 등을 통해 윤리적이면서도 실용적인 AI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모범사례를 만들어 간다면,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 발 앞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과적으로 EU의 AI 규제 도입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에게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데이터 규제 강화와 높은 과징금으로 인한 부담이 상당하지만, 윤리 기준 준수를 통한 신뢰 제고와 EU 중심의 AI 생태계 선점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EU 입장에서도 지나친 규제로 인한 역내 AI 혁신 둔화를 경계하면서도, 시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기술 오남용을 방지하려는 고민이 깊어 보인다. 결국 양측 모두에게 요구되는 건 규제와 혁신의 균형, 그리고 '책임감 있는 AI'의 내재화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정책 당국, 시민사회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EU 가 추진 중인 '규제 샌드박스'와 같은 제도를 적극 활용해 파트너십 기반의 혁신 모델을 창출해 나가야 할 것이다.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되 그에 따른 위험은 최소화하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EU는 진정한 의미의 'AI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