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지능혁명시대,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下)

2024-06-01     이은광 기자
(사진=pixabay)

3. 21세기,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우리는 컴퓨터가 빅데이터를 처리하여 ‘정보’를 만들고, 더 나아가 그것들이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 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면 우리 인간은 어떤 능력을 기를 것인가?

필자는 미래역량으로 12C를 든다. 개념적 지식(conceptual knowledge),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컴퓨팅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융합역량(convergence), 의사소통(communication), 협력(collaboration), 용기(Courage), 도전(Challenge), 인격(character), 자신감(confidence), 신용(credit), 창의성(creativity)이다.

더 간추려 표현하면 AI, 로봇 등과 함께 살아가는 지능정보력(digiteracy), 급변 사회에의 창의적 적응능력(adaptability), 세계화시대 세계시민형성(globality)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은 이러한 핵심적인 미래역량을 지닌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융복합적 사고, 데이터(자료) 분석 및 활용, SW 이해와 활용, 창의적 문제해결력, 글로벌 마인드 역량 등이 강조된다.

인간은 AI와 달리 실수, 거짓말, 나쁜 일 꾸미기, 숨긴 의도 파악하기, 특이한 개성, 미세한 감각(향수, 병아리 감별, 맛 등), 통찰력 등을 갖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며,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은 무한하다.’고 했다.

이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핵무기, 자연 파괴 등 인류의 파멸을 가져오는 어리석음을 최대한 피해야 할 것이다. 무엇으로? 어릴 때 교육으로!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기계가 지식을 창출하는 시대가 도래한다면, 우리 인간은 현명한 판단과 지혜를 키워야 한다.

혹자는 생각하는 능력이 필요가 없으며, 공부나 일도 더 이상 인간의 삶에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필자는 결단코 아니라고 생각하고, 아직도 가르치고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한다. 기계가 스마트해진다면 인간은 더 스마트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의 질문인 ‘우리는 AI(지능)혁명시대에 공교육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로 돌아 가보자.

분명한 것은 AI deep learning 때문에 이전보다 지식을 익히는 것의 비중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 이성, 인지의 발달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성과 인지 교육을 등한 시하고, 오히려 감수성 교육을 중시하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행위이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필자는 우리 국가사회의 정체성 확립, 정통성 견지, 지속발전을 이끄는 다음 세대를 키우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려 한다. 필자의 전공인 ‘한정된 시간 안에 가장 가치있는 학습경험을 찾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즉, 배울 만한 것들을 선별하고, 선정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국가사회적으로 지향할 이념과 가치, 영성의 수련, 메타(핵심) 인지・감성・스킬의 학습(새로운 상식과 교양의 학습), 선한 의지의 형성, 문무겸비의 강건한 신체 발달’ 등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사회의 온 국민이 추구할 만한 이념과 가치의 설정이다. 이는 국민들이 글로벌 관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건국헌법, 국민교육헌장, 1987년 헌법 등이 문재인정부의 4,025개의 법률과 8만여 개의 조례 제・개정으로 형해화되고 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실 수업분위기를 망치고 교권을 추락시킨 것에서도 드러났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국가사회의 정체성, 정통성, 발전지속성을 확보하는 이념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의 역사성과 정합성을 고려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준을 가지며,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적절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 헌법을 기준으로 국제외교안보, 정치, 경제, 과학기술, 산업, 사회문화, 윤리도덕 등에서 추구할만한 이념과 지향점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공유하고 애써 실천해야 한다.

만약 서로 공유되지 못한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서로 숙의하고 논의하며 합의된 공통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본질에 맞는 것이며, 이러한 것 역시 우리나라가 추구해야 할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둘째, 영성의 수련이다. 과학혁명, 시민혁명, 계몽주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은 오만해졌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의 인본주의(humanism)로 인간은 자연과 멀어지고, 조물주나 절대자가 없다고 여기고 행동한다.

그 결과 인간은 고립무원의 지경에 이르러 불안, 불만, 불신을 안고 산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적어도 두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수련해 왔다. 하나는 명상 등을 통해 자신을 갈고닦아 신인(神人)합일의 경지에 이르겠다는 것이다.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 등에서 볼 수 있는 bottom up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은 결코 완전하거나 선한 존재가 아니기에 절대자의 계시와 섭리와 은혜로 구원을 얻어야 한다고 보는 기독교의 top down방식이다. VUCA(끝없는 변화, 불확실성, 복잡성, 애매모호성)시대에 인간은 레저와 운동 그리고 명상 등으로 이를 이어가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심지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지에서는 인간을 한낱 몸뚱아리, 고깃덩어리로 보는 유물론이 횡행하여 인간의 가치가 바닥에 이르렀다. 21세기에는 이성, 감정, 신체를 통어하는 영성의 회복과 수련이 점점 절실해지고 있다.

셋째, 핵심가치, 핵심개념, 핵심기능, 핵심역량을 추출하고 익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메타 인지, 메타 감정, 메타 스킬과도 유사하다. 전자를 도구로 하여 후자는 우리 주변의 현상과 환경을 제대로 통어할 수 있게 된다.

이는 21세기형 인지교육이고 새로운 교양과 상식의 형성을 말한다. 우리는 ‘핵심가치’로 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잡아야 한다. 이 점이 가장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는데, 심지어 우리나라 공교육을 위한 국가교육과정기준 문서에조차 지향할 국가사회상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국가사회상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 우리나라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방향과 목표를 잡았다면,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개념’(의사소통, 상호관계, 시스템, 변화 등)을 폭넓게 혹은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개념은 무수히 많지만, 개념과 간의 경중(輕重), 중심과 주변 등을 따져 공교육은 가장 핵심적인 것, 일평생 새길만한 것을 가르치고, 알아두면 좋은 것은 개인에게 맡겨두어야 한다. 아는 것을 넘어, 할 줄 알아야 하기에 ‘핵심기능’(창의적 발상 발견 발명하는 법, 설계하기, 데이터 처리와 활용하기, 만들기, 유지 관리하기, 연구방법론 등)을 배워 두어야 한다.

이런 것들은 문제상황을 맞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인 ‘핵심역량’으로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10C가 그것이다.

넷째, 위에서 정립한 이념과 가치를 기필코 실현하겠다는 선한 의지의 단련이다. 좋은 일 하기를 결심하고 인내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하여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부정적으로 사회를 인식하고 있다. 이는 결국 강력 범죄의 증가, 높은 자살률, 낮은 출생률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한편으로는 힘든 사회 속에서 집단보다는 개인, 변화보다는 통제가능한 환경, 고생보다는 편안함을 추구하며, 아무리 그 가치가 귀중한 것이더라도 그것의 추구하는 행위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저출생 고령화, 이웃보다 반려동물의 우선, 각종 중독, 100년 기업과 고용 창출을 위한 상속세 줄이기, 민의가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의 투명성과 공명성 보장, 아이들을 망치는 교육 쇄신, 사법부의 공정성 확보, 거짓말과 무고 없애기, 대충 일하는 버릇 버리기 등이다.

핵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며 주민을 공포와 기아로 몰아넣은 북한의 실체를 외면하는 태도, ‘사회주의가 답’이라는 인식도 반드시 깨야 한다. 우리는 선한 의지를 길러 김가 3대 우상을 부수고 양민들을 자유와 풍요와 개방의 세계로 안내해야 한다.

유엔이 정한 SDGs는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이루어져 있다. ‘빈곤퇴치, 기아종식,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양성평등, 물과 위생, 깨끗한 에너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혁신산업와 사회기반시설, 불평등 완화, 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책임있는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 대응, 해양생태계 보전, 육상생태계 보전, 평화와 정의의 제도 구축, SDGs를 위한 협력체제 구축’ 등이다.

교육은 개인적 시각이 아닌 보다 크고 넓은 시각에서 생각할 줄 알며, 그것을 추진하고 지속할 수 있는 의지를 단련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는 선한 의지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전혀 다른 세대로 인한 단절이 아닌, 면면히 이어지는 다음 세대를 길러내야 한다.

다섯째, 강건한 육체를 단련하는 교육이다. 영국에서 전승되는 한 시가는 ‘사람이 천년을 살기로 보장받았다면, 뭘 그리 서둘러, 뭘 그리 전전긍긍하며, 알려고 들고, 하려고 들겠는가?’라고 노래하였다. 교육에서는 시한부 인생에게 가장 가치있는 학습경험을 찾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영양이 좋아지고 의술이 발달하여 과거보다 현대의 기대 수명이 높아졌으나, 그것이 강인하고, 건강한 삶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고대 올림픽이나 화랑도에서도 강인한 체력을 강조하였다. 현재는 좁아져서 문이(文理)과를 따지지만 사실상 문무(文武)겸비가 최고의 덕목이다.

조선의 선비는 무를 잃어 문약(文弱)해졌고, 일본의 사무라이는 문무를 겸비해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면서 한때 제국을 이루었다. 우리도 박정희시대에 한 때 문무겸비를 경험하였으나, 문민정부는 평화와 정의를 읊조리며 다시 문약해졌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꽂힌 우리는 거북목, 관절염, 디스크 등을 앓고 있다. 개인운동과 단체운동을 통해, 영양, 휴식, 수면을 통해 건강을 회복해야 할 때다. 주변을 돌아보아도 건강한 체력의 단련은 아마도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기초공사와 같다.

교육은 문명의 변화를 읽고, 그에 적응하며, 나아가 문명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을 키우는 일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고, 사회를 사회답게 가꾸며, 국가를 국가답게 세우는 일이다. 21세기 문명사적 대전환이 도래했다.

그간 우리 교육은 일제하 교육구국, 해방후 교육입국, 6.25 때 교육호국, 산업발전기에 교육흥국, 민주화기에 교육보국을 성공적으로 실천하여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왔다.

이제 선진일류교육을 추진할 때이다. 교육의 방향과 목표, 교육의 내용과 활동, 교육의 방법, 교육의 성과 평가, 교수자와 학습자의 자세, 교육행・재정의 재편 등을 통해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 교육이 요구된다. 그것은 최대 다수의 포용, 최신 방법과 도구의 사용, 최적의 내용과 활동, 최고의 잠재력 발현, 최선의 교육 성과를 지향하는 선진일류교육을 말한다.

필자:홍후조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교육과정학 전공

<참고문헌>

안종배(2024), 인류혁명과 문명대변혁, 박영사.

용환승(2024), 포스트 휴먼과 로보데우스, 자유아카데미.

홍후조(2108), 알기 쉬운 교육과정, 학지사.

홍후조(2024.5.22.), “지능혁명시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한선브리프 304호.

Spencer, H.(1860), Education: Intellectual, Moral, and Physical, CW Bard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