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새로운 혁신 성장 요구
딥테크는 기술 선도국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식을 넘어선 또는 그 다음의 새로운 혁신 성장 방안으로 인식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2010년 말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글로벌 성장을 주도했던 빅테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의 우수성을 기반으로 아날로그 세상을 디지털화하여 변화를 이끌고 혁신을 이루어 왔다.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민간 자본과 스타트업 창업가, 그리고 누구나 컴퓨팅 자원에 쉽게 접근하여 상품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서로를 뒷받침하며 선순환 구조를 만든 덕분이다.
하지만 사람은 물리적 존재로써 영향을 받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디지털에 집중된 혁신은 어느 수준에 이르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기초 과학적 뒷받침이 있어야 과학적 응용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이는 물리적 기반과 기초 과학을 중심으로 한 혁신이 기존 방식을 넘어선 새로운 혁신 성장의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세상은 새로운 혁신 성장 방안을 찾고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의 디지털 혁신은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디지털은 관념적 대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땅에 발을 딛고 있는 물리적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물리적 실체가 있는 세계를 기반한 혁신이 필요하다. 둘째 유럽이 새로운 혁신 성장을 통해 재도약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유럽은 산업 혁명을 주도했던 세계 혁신의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식 성장 방식을 주도한 미국에 뒤쳐졌다.
유럽은 새로운 변화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성장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첨단 기술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식의 최근까지의 혁신 성장은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한 성장이었다. 그래서 기술적 진보없이 네트워크 효과만 노린 서비스들이 등장해서 관심을 받았다가 사라진 경우도 많다. 이에 기술 우위에 기반한 새로운 혁신 성장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산업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몇 번의 기술 혁신의 파동이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켜 왔다. 그 출발점은 1차 파동으로 정의되는 1·2차 산업 혁명이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2차 산업혁명은 화학, 전기, 석유 및 철강 분야의 기술 혁신으로 산업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2차 기술 혁신 파동은 2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대기업 연구소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디지털화 중심의 3차 파동에서 예상되는 한계를 넘어서 기술 그 자체와 물리적 실체에 더 집중한 새로운 혁신 성장이 요구되고 있다. 딥테크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딥테크는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대학 연구소 및 연구기관과도 협력하여 기술 중심의 고도화된 혁신 꾀하고 있다.
그 영역은 전자 및 소프트웨어 등 응용공학을 넘어 다양한 과학과 공학 영역을 아우른다. 그래서 수소, 원자와 양자를 다루는 물리학, 우주를 다루는 항공우주학, 로봇을 다루는 기계공학 등 물리적 실체가 있는 대상에 대한 기술을 통한 혁신을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딥테크는 기술 선도국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식을 넘어선 또는 그 다음의 새로운 혁신 성장 방안으로 인식하고 준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2차 산업 혁명을 통해 산업화를 주도한 리더였지만 지금은 혁신에 뒤쳐지고 후발자가 된 유럽이 리더로 재기하기 위한 방안으로 딥테크에 관심을 갖고 지원 체계를 만들고 있는 것은 인상적이다.
그리고 3차 기술 파동부터 전세계를 이끌고 있는 미국 역시, 기존의 혁신 시스템 지원 체계에서 첨단 과학 기술 연구 개발 역할을 담당하는 FFRDC와 같은 기관을 두고 딥테크 분야도 리더십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