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그룹, 해외 부동산 투자로 1조원 넘는 손실
[디지털비즈온 이은광 기자] 국내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원이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고금리 상황에서 이자 장사로 큰 이익을 얻었던 금융그룹들이 해외 부동산 시장에 진출하며 부동산 투자에서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업용 부동산(CRE) 가격의 전망이 낙관되지 않고 있어, 금융그룹들의 손실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5대 금융그룹(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해외 부동산 투자는 총 782건으로, 전체 원금은 20조3868억원 수준이다. 고객 판매분과는 별도의 고유계정 투자로 이들 회사의 실적에 직접 영향을 주는 투자다.
투자 원금 규모는 하나금융(6조2458억원), KB금융(5조6533억원), 신한금융(3조9990억원), 농협금융(2조3496억원), 우리금융(2조1391억원) 순이다.
5대 금융은 전체 20조3868억원 중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를 통해 총 10조4446억원을 투입했다.
이 투자 규모는 KB금융(2조8039억원), 신한금융(2조7797억원), 하나금융(2조6161억원), 농협금융(1조8144억원, 우리금융이(4305억원) 등의 순으로 우리금융이 타 금융그룹 대비 규모가 작았다.
투자한 10조4446억원 중 현재 잔여 평가 가치는 총 9조3444억원으로, 원금보다 1조1002억원이 줄어둘어 평가 수익률은 -10.53%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5대 금융그룹을 비롯한 국내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해 집중적인 모니터링을 개시했다.
금융그룹들의 세부 투자 내역을 들여다보면 특히 북미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 실패 사례가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5대 금융그룹의 해외 부동산 투자 가운데 상당수가 2020년 이후 집행돼 저금리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한 결과로 나타났다. 경제 침체기 저가에 투자했다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근로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지 않는 현상을 예측하지 못한 결과다.
추가적으로 5대 금융그룹이 해외 부동산에 대출 채권, 신용공여, 채무보증 등 대출 형태로 집행한 투자 규모는 약 9조9421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의 경우 대부분 투자 금액과 현재 평가 금액이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등 담보 가치가 크게 하락해 손실을 본 경우도 있었다.
이에 금융그룹들은 저마다 해외 부동산 투자 관련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등 '초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정책 전환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추가 조정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오피스 수요가 단기간 내 회복되기 어렵다"며 "오피스 공실률이 올해 최대 19.8%로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각 금융그룹에서 은행들이 투자한 비중이 크긴 하지만 은행이나 보험 계열사들은 철저하게 안전자산과 선순위 중심 투자가 많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증권사나 저축은행, 캐피탈 등에서 투자한 부분에서는 일부 문제가 있어 실적이 좋았던 지난해 충당금을 두텁게 쌓았다”며, “각사가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전체 규모와 실제에 있어선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금리 하락으로 인해 금융그룹들이 과감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가 손실을 입은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