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AI 기술 경쟁 양상과 블록화 전망

중국 정부는 AI 칩 분야 미국 수출통제 돌파구로 칩렛 기술을 강조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로 디지털 디바이스 분야의 미·중 블록화는 심화 미·중 양국 간 AI 기술 생태계 및 시장 등 분리될 경우 국내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다

2024-02-09     김맹근 기자
사진 : pixabay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미국의 대중국 AI 기술제재와 육성전략은 5G, 반도체로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기술제재는 최근 AI로 확대되면서 그 범위와 강도가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주로 안면·음성인식, 슈퍼컴 등 AI 기술기업에 대해 기술제재를 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국의 몬태나주에서 틱톡 사용을 2024년부터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AI 응용 플랫폼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는 2019년 중국의 AI 응용기업이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인권탄압에 기술을 활용했다는 이유로 엔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하면서 확대되기 시작됐다. 가장 먼저 제재가 시작된 기업은 음성·안면인식 기업으로 모두 중국 및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는 유니콘기업이다. 이어 클라우드마인즈, 치후360, 톈진피튬, 선웨이 마이크로익렉트로닉스 등 슈퍼컴퓨팅 인프라 분야의 기업들이 제재리스트에 올랐다.

이에 더해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가 심화되던 2022년 10월에는 중국의 AI 칩까지 제재하기 시작했다. NVIDIA 및 AMD와 같은 일부 주요 칩 설계 기업들이 AI 시스템 개발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GPU를 중국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AI 기업 대부분이 엔비디아의 A100 칩에 의존하고 있어, 이는 향후 중국 AI 칩 개발 및 양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틱톡 등 중국 AI 플랫폼의 미국 사용 금지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숏폼 틱톡(TikTok)은 미국 내 1억 5,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2023년 3월 미국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틱톡이 미국 내 사용자 개인정보를 중국 정부에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틱톡의 금지 또는 매각을 권고한 바 있다. 이어 지난 5월 미국 몬태나주는 2024년 1월 1일부터 틱톡의 전면적인 사용금지를 선언하면서 제재 수위를 계속 확대해가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이전 중국이 추진했던 방식대로 주요 기술 분야를 선정해 집중적인 정부투자를 통해 기술육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의 R&D 예산을 보면 미·중 분쟁이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미국 국립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의 분야별 기술투자 예산 변화를 볼 때에도 점점 AI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기술제재 전략과 중국의 추격을 막고 지속적인 기술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육성 전략을 동시에 추진해 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은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기술의 범위와 영역 또한 확장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전문가들은 미국의 AI 챗봇이 중국보다는 기술적 우위에 있다고 평가한다. 현재 중국의 챗봇들은 모두 대화형 기술에 국한되며, 미국의 챗봇처럼 다양한 프로그램과 사이트에 접목돼 활용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의 중요한 정보들이 주로 영문으로 존재하며, 중국의 챗봇들이 중국어와 영어를 모두 섭렵하기에는 시간과 돈이 더 들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정부의 AI 육성 정책의 특징

미국의 대중국 AI 기술제재에 대응해 최근 중국 정부는 AI 기술개발과 산업생태계 육성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5일 개최된 중국 제20기 당 중앙재경위원회에서 시진핑 주석은 산업시스템을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AI 등의 신기술이 중요하며, 동 분야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국은 올해 초 과학기술중앙위원회를 설립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핵심기술 개발을 관할하는 체재로 개편했다. 시진핑 주석이 직접 AI 기술개발을 강조함에 따라, 향후 AI 분야에 대한 중앙 및 지방정부의 AI 기술 육성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중국 정부는 AI 칩 분야에서 미국의 수출통제로 위기에 봉착하자 그 돌파구로 칩렛(Chiplet)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칩렛은 설계와 후공정 기술이 결합된 것으로 중국은 최근 칩렛 구조로 고성능 AI 칩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을 육성하고 있다.

베이징시에서는 2022년부터 칩렛구조 기반 칩기술 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초기 상용화를 위한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후공정 기업인 JCET(長電科技)가 4나노 칩렛 공정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는 주요 빅테크 기업과 AI 기술기업들에 대한 통제와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핵심 기술 육성에 있어서는 오히려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대중국 AI 칩 수출통제는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한 측면이 존재한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 제재의 범위와 강도가 강해질수록 중국의 AI 기술 굴기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AI 가치사슬별 블록화 양상과 전망

2022년 9월 미국은 GPU 제조사인 AMD와 엔비디아에 대해 고사양 AI 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이는 딥러닝, 자연어처리 등 AI 응용기술 개발에 쓰이는 칩들로 AI 기술을 구현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대중국 제재가 더욱 심화되면서 디지털 디바이스 분야에서의 미·중 블록화는 심화되고 있다.

데이터의 수집 및 저장을 담당하는 온라인 플랫폼에 있어서도 미·중 양국 간에는 이미 상당한 블록화가 진행됐다.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시장을 보호하고, 국산 인터넷 플랫폼을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일찍이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을 세우면서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를 차단해 왔다.

이런 조치를 통해 중국 내에서 바이두, 위챗, 틱톡, 아이치이 등의 중국산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했으며,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AI 기술 생태계가 구축됐다.

운영체계(OS)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의 성과는 미미하지만 독립을 위한 굴기는 지속되고 있다. 2019년부터 미국의 대화웨이 기술 제재가 확대되면서 화웨이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OS를 구축한다고 밝혔고 2021년 하모니(Harmony, 鸿蒙) OS를 출시했다.

출시 첫해에 약 1억개의 설치를 달성했으며, 2023년 1분기 기준 약 3억 2,000만 개가 설치됐다. 물론 글로벌 시장점유율로는 1% 정도를 차지하나, 중국시장 내에서는 8%를 차지하면서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1 이처럼 중국이 운영체계 분야에서도 독립을 가속화하면서 미·중 간 AI 가치사슬 전반의 블록화가 점차 심화되는 흐름이다.

결과적으로 미·중 간 AI 경쟁 및 기술생태계 블록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중국 제재도 점점 더 강화되고 있어 향후 양국 간 디지털 생태계가 분리돼 경쟁하는 형태로 블록화가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양국 간의 AI 기술 생태계 및 시장 등이 분리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AI 기술을 추격해야 하는 우리 기업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AI 반도체에 대한 기술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이를 레버리지 삼을 수 있는 장기적 전략마련이 시급하다. 그리고 AI 분야에서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해 우리의 AI 제조생태계를 확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유럽, 미국, 중국 등 AI 기술 선진국과 SW 기술에선 협력하면서 HW 측면에선 우리의 기술생태계 확장 및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미·중 양국 간 블록화 되는 AI 시장이 우리에겐 위기가 아닌 기회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