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비 지원정책, 탄소감축은?

2023-12-05     이은광 기자
수도권 거주 성인 504명 대상 설문조사 (자료: 한국정책리서치·공익법인 벗)

[디지털비즈온 이은광 기자] 중앙·지방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중교통비 정책들은 모두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시 정책의 경우 이름이 ‘기후동행카드’이지만 기후위기를 완화하는 효과가 매우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가용 이용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전환시켜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데, 대중교통 이용량이 많은 일부 시민들만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서울시 기후동행카드, 일부 시민만 혜택… ‘기후 동행’ 불가능

대중교통 이용자의 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국토교통부가 ‘K패스’ 도입 계획을 밝힌 데 이어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경기도는 ‘The 경기패스’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6만 5천원에 판매될 기후동행카드는 대중교통비를 매월 6만 5천원 이상 지출하는 시민이 아니라면 구매할 동기가 매우 적다고 판단했다.

주요 이동수단이 자가용인 시민들 또한 매월 6만 5천원을 지불하면서까지 자가용 운행을 포기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

그리고 인천시가 사업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광역버스까지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10~13만원에 판매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높은 가격에 판매될수록 카드를 구매하는 시민들의 규모는 적어지는데,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는 멀어지게 된다.

◇자가용→대중교통으로 이동수단 전환해야 탄소 감축

온실가스를 줄이려면 자가용을 타는 시민들을 대중교통으로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동수단의 전환이 일어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이용을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동수단 전환효과를 고려하여 설계된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은 민간 씽크탱크공익허브가 제시한 ‘모두의 티켓’ 정책이 유일하다.

공익허브의 정책제안서를 따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복지재정위원회가 모두의 티켓 법안을 만들었으며, 현재 국회에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이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모두의 티켓은 대중교통을 연 100회 이상 탑승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전국민에게 선지급하는 정책이다.

간단한 신청 절차만 거치면 평소 사용하는 체크·신용카드에 1년 간 대중교통비로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가 충전되도록 설계되었다. 모든 사람이 조건 없이 대중교통비를 지급받기 때문에 운전자들 또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수도권 운전자 78.5%, “모두의 티켓 도입되면 대중교통 더 탄다”

지난 10월 공익허브가 한국정책리서치에 의뢰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도권 운전자의 78.5%가 ‘대중교통 연 100회 무료 이용권이 제공되면 현재보다 대중교통을 더 자주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모두의 티켓이 제공되면 대중교통 이용횟수를 늘리겠다고 응답한 운전자들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3.5회 대중교통을 추가 이용할 것이라고 한다(편도 기준).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 따르면 승용차 이용자가 일주일 중 하루의 이동수단을 대중교통으로 바꿀 시 1인당 469kg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고, 이는 1인당 연간 71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안 쓰면 아까워”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 이용

공익허브가 모두의 티켓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평소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가용을 이용하던 참여자들이 주 2~5회 대중교통으로 이동수단을 전환했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31세 회사원 김준수씨는 “대중교통비로만 쓸 수 있는 돈을 지원받았는데 쓰지 않으면 아까우니까 가능하면 대중교통을 한 번이라도 더 타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9세 회사원 김리아씨도 “모두의 티켓 마일리지는 1년간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되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최대한 이용하려는 심리가 생기는 것 같다”며 모두의 티켓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의지를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K패스·경기패스는 조건 충족해야 ‘패스’

별다른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모두의 티켓이 제공된다는 점 또한 이동수단 전환효과를 끌어올리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K패스’와 경기도의 ‘The 경기패스’는 한달에 수십 회 이상 대중교통 이용횟수를 채운 뒤에 마일리지가 지급되는 반면, 모두의 티켓은 아무런 조건 없이 100회분의 마일리지를 선지급하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 시민들에게 추가 마일리지를 더해준다.

자가용 소유자들 입장에선 돈을 주고정기권을 구매하거나 한 달에 일정한 이용횟수를 채우지 않았더라도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수단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다.

◇온실가스 감축 고려해 대중교통비 지원해야

모두의티켓 처럼 대중교통비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생계비 부담 완화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또한 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익허브가 한국정책리서치와 함께 수도권 거주 성인 504명에게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1.6%가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을 대중교통비 지원 정책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모두의 티켓 시민 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한 20대 프리랜서 이혜영씨도 “요즘 날씨가 급격히 변하는 걸 보면서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며 “교통비도 지원하면서 동시에 탄소도 감축할 방법을 고민해야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일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