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와 모빌리티”… 플랫폼의 결합

화물 시장은 크게 포워딩으로 퍼스트마일과 택배로 대표되는 라스트마일, 그 사이의 미들마일로 구분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 미들마일 시장 진출로 화물 중개 부문 효율화 전망

2023-11-15     김맹근 기자
사진 : pixabay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초창기 모빌리티 플랫폼은 ‘사람’의 이동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물’의 이동까지 관심사가 넓어지고 있다. 모빌리티 플랫 폼들은 퀵서비스·음식배달 등의 라스트마일뿐 아니라, 제조사 - 물류창고를 잇는 미들마일까지 영역을 확장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화물 시장은 크게 포워딩으로 불리는 ‘퍼스트마일(First Mile)’과 택배로 대표되는 ‘라스트마일(Last Mile)’ 그리고 그 사이의 ‘미들마일(Middle Mile)’로 나눌 수 있다. 미들마일 화물 시장은 배나 비행기를 통해 들어온 원자재를 전국 각지 공장으로 운송하거나, 이들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물류창고나 화물차로 운송하는 기업 간 거래(B2B) 물류업을 가리킨다.

33조원에 달하는 미들마일 시장은 라스트마일(7.5조원)보다 4배 이상 크지만, 규모에 비해 눈에 잘 띄지 않는데, 항만이나 공항처럼 거대한 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최종 소비자와 직접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외국의 모빌리티 플랫폼사들이 라스트마일(특히 음식배달)에 집중하는 데 반해, 국내 플레이어들은 이미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라는 배달의 강자와 대형 택배사라는 배송의 강자가 있는 라스트마일 대신, 미들마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들마일 화물 시장에는 3종류의 시장 참여자가 존재하는데, 물건을 보내는 ‘화주’와 물건을 나르는 ‘차주’, 그리고 둘 사이를 잇는 중재자인 ‘주선사’이다. 크고 작은 제품을 생산해서 전국 각지로 보내는 공장, 즉 화주사는 약 35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화물트럭으로 운반을 하는 차주는 전국에 25만명 정도가 존재하는데,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이다.

화주와 차주의 수가 매우 많고 파편화돼 있어, 주선사라는 일종의 브로커가 둘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주선사는 화물에 적합한 차주를 찾아주는 것부터 세금계산서 발행 대행, 화물운송에 필요한 정보 전달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11,000곳 정도의 주선사가 있는데, 국내 미들마일 운송의 60~70%가 주선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들마일의 시장 규모는 업계 추정 30조원으로 라스트마일 시장(7.5조원)보다 4배 이상 크지만, 차주도 주선업체도 중소형사 위주다. 한국교통연구원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금 또는 자산평가액 5억원 이하 운송업체(차주)가 전체의 95.6%를 차지하며, 주선업체도 99.3%가 5억원 이하 규모였다.

화물 짐 싣기부터 하차까지 전 과정에 전화 의존도가 높고, 데이터를 전산 시스템에 입력할 때도 수작업으로 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화물정보망 시장은 전국 24시콜, 화물맨, 원클로 구성된 빅3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미들마일 화물 시장을 카카오T 진입 이전의 택시 및 대리운전 시장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미들마일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카카오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와 전동킥보드 업체 디어가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우선 티맵모빌리티는 2021년 5월 미들마일 전용 IT 플랫폼 운영사인 ‘와이엘피’의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마이크로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인 디어는 2022년 8월 미들마일 시장에 신규 진출했다. 여기에 2022년 10월 카카오모빌리티가 화물업 계 중개 플랫폼인 ‘화물마당’의 지분 49%를 인수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지게 됐다.

화물마당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주선 사업연합회(이하 주선사연합회)가 2014년 KT와 공동 구축한 화물정보 통합 주선망으로, 주선사가 플랫폼에 운송 정보를 띄우면 차주들이 골라서 수락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화물마당은 빅3는 아니지만 연합회가 운영하다 보니 기업 화주를 상대하는 주선사 물량을 많이 확보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카카오는 미들마일 중개업을 위해 2021년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 면허를 확보했고, 2022년 6월에는 주선사업자용 프로그램 ‘로지노트’를 개발한 스타트 업(위드원스)도 인수한 바 있다.

미들마일 화물 시장은 그 규모에 비해, 아직 IT 활용지수가 낮은 영역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의 미들마일 시장 진출로 화물 중개 부문이 효율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사람의 이동뿐 아니라 사물의 이동까지 아우르는 모빌리티 혁명의 퍼즐이 완성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