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패러다임”… 급변하는 은행업계

은행권, 거센 변화의 물결에 직면 금융기관 간 업권 내 경쟁, 차별화되지 않은 상품으로 지점 영업력만 의존하던 시대는 종식

2023-06-18     김맹근 기자
사진 : pixabay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단기간에 사용자수를 크게 늘린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전월세보증금 대출, 26주 적금, 모임 통장,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에 이어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선불전자지급상품인 ‘카카오뱅크 미니’를 출시했다. 3일만에 10만 명의 미니 가입자수를 기록하는 등 카카오뱅크는 히트 라인업을 확대하며 은행업계에 영향력과 존재감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출범 당시 카카오 뱅크가 시중은행의 여·수신 기반을 잠식할 것이라는 HSBC의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금융업계에서 가장 핫이슈인 마이데이터 사업 인가에 시중은행 및 기존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 레이니스트 등 쟁쟁한 빅테크·핀테크 기업들도 대거 참여함에 따라 미래 데이터 기반 금융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원회는 2020년 7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을 통해 전자금융거래법을 전면 개편하여 결제 자금이 없더라도 고객 계좌정보만으로 이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급 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은행계좌를 이용하지 않아도 입·출금, 법인 지급결제 등 은행 수준의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가능한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을 추진하기로 밝힌 바 있다.

미국의 IT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Gartner)는 2030년까지 현재 은행의 80%가 폐업하거나 타 은행에 흡수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뱅킹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이라던 빌 게이츠 (Bill Gates)의 말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시대의 거대한 흐름인 디지털 전환 과정은 은행의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 걸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로 편의성이 극대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나 금융업으로의 진출을 확대 중인 빅테크와 같은 신규 진입자들은 금융 생태계를 재편하고 있다.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가 새로운 주 소비층으로 부상하면서 은행과 같은 전통적인 금융 기관에 대한 신뢰나 고객 충성도는 축소되고 있다. 데이터3법 개정, 오픈뱅킹 등으로 국내 금융업계에 데이터 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고객 정보의 주도권이 은행에서 정보주체인 소비자로 옮겨감에 따라 고객 데이터에 대한 독점력도 약화되고 있다.

우리 삶의 필수 수단이 된 모바일의 대중화로 고객의 결정은 더욱 빨라지고 예측이 어렵다. 오프 라인 지점 없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로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오뱅크도 부상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전통적인 금융기관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금융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소비활동이 향후에는 모바일·데이터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으며, 규제라는 진입장벽의 보호도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은행들은 탁월한 고객서비스와 기술·데이터 역량으로 무장한 빅테크· 핀테크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미래의 금융 패권을 두고 전통적인 금융기관과 빅테크·핀테크 기업과의 전면전이 가까워지고 있다. 최종 승자에 대한 결정은 금융 소비자들의 몫이다.

금융기관 간 업권 내에서 경쟁하고, 차별화되지 않은 상품으로 지점의 영업력에만 의존하던 시대는 종식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대응하여 이제 은행은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은행 경쟁력의 근간을 어떻게 재정의해야 하는가?, 기존의 운영·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전환해야 생존을 위한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가?, 근본적으로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핀테크나 빅테크 등의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가, 아니면 협력해야 하는가?, 어떤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여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지 못한 은행들은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잊혀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