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대-1”… 한국의 이커머스 생태계
기술기업에서 유통기업으로 전환 TV홈쇼핑 사업자의 참여와 물류・배송 문제 오픈마켓의 대두와 남대문・동대문 패션 콤플렉스의 역할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한국의 온라인 쇼핑 산업이 통신 산업에 기반한 데이콤과 유통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롯데그룹의 광 고기획사 대홍기획에서 태동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1996년 9월 31일 인터파크와 롯데닷컴은 같은 날 쇼핑용 서버를 오픈하면서 사업을 개시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보다 3개월 전인 6월 1일 시험용 서비스를 두 회사가 동시에 개시해 한국의 온라인 쇼핑 산업이 시작됐다고도 한다.
기술기업에서 유통기업으로의 전환
급격한 환경 변화는 기업의 시장 적응 방식을 변화시킨다. 1998년 IMF 구제 금융 사태로 기업의 자금흐름이 변화해 많은 기업이 위기에 빠졌다. 새로운 적응 방식의 핵심은 신기술을 활용해 시장 반응 능력을 높여 효율성을 높이는 것 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매출의 성장보다는 이익의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효율적 경영의 목표가 됐다. 발아기에 있었던 한국의 온라인 쇼핑 산업은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한 주요한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미국에서 도소매 산업에 적용되기 시작한 전자상거래에 대한 환상은 국경 없는 거래, 점포 없는 판매, 재고 없는 소매, 더 나아가 최종소비자에 대한 직접 판매 경로라는 후광을 입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 참여자인 롯데닷컴과 인터파크에 더해 삼성과 한솔 그룹과 같은 대기업 집단이 온라인 쇼핑 산업에 진입했다. 이들 대기업 집단에서는 기존 자사 그룹 직원을 대상으로 하던 임직원 판매 사이트 서비스를 진화시켜 온라인 소매에 활용했다.
다른 한편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제조업체의 직접 판매 사이트나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의 오프라인 백화점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백화점 실험과 같은 시도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움직임에서 특이한 사례는 온라인 서점 예스24와 같은 전문몰의 등장이다. 전문몰은 당시 규모의 경제에 따른 제약 때문에 벤처기업을 기반으로 시작되어 벤처 캐피털의 주목을 받아 투자를 받게 된다.
이러한 투자 열기와 함께 전문몰을 중심으로 편의점과 지하철 역사 상가를 배송 거점기지로 활용하거나 온라인 화훼 모델처럼 지역 슈퍼를 연결하려는 실험이 진행됐다. 미국 프라이스 라인의 영향을 받아 확장된 유통 기능의 수행을 위해 구매 정보를 기반으로 판매자가 판매 입찰을 진행하는 역경매 모형도 시도됐다.
새로운 변화의 조짐도 있었다. 미국 이베이에서 착안한 경매 사이트 옥션을 출발로 해서 같은 시스템을 통해 개인 간 거래가 아닌 중소상인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때로는 중소상인들에게 상품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진화는 의도된 것이라기보다는 IT 활용 능력이 뛰어난 중소판매자의 적극적 판로 모색 과정에서 나타나게 된 결과이다. 그러나 이때 플랫폼이 수행하는 소매 기능은 중개에 한정되어 상품의 기획, 사입, 배송과 같은 유통의 전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일정 기능만 을 수행하는 한정 기능 소매상이 된다.
TV홈쇼핑 사업자의 참여와 물류・배송 문제
동축 케이블 전국망 구축과 다구역에서 운영되는 종합 지역서비스 제공사업자SO의 등장과 함께 케이블TV 산업의 생태 환경이 구축된 결과 급속하게 가입자가 확산된다. 가입자 확산에 따라 허가제인 TV홈쇼핑 사업자의 매출 역시 급속하게 증가했다.
이들은 소비자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서비스 제공사업자들에게 채널 사용권을 입찰해 지불했다. 이 기금은 다시 프로그램 제작사업자PP를 위한 문화산업 기금이 되어 TV홈쇼핑 콘텐츠의 질 향상과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TV홈쇼핑은 확보된 상품을 일정 방송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판 매한다. 따라서 판매 당시의 재고는 비교적 한정적이고 단순하다. 이때 동시 확보 재고량과 판매량을 증대시키는 것이 유통경쟁력이 됐다. 반면 온라인 쇼핑은 구색의 넓이와 깊이가 깊은 소위 롱테일 매출 구조였다.
따라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와 공급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고 TV홈쇼핑 산업에서는 이 러한 관리비용이 비효율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같은 통신 판매 업종이니까 겸업해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은 착각이었다. 온라인 쇼핑 산업만의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겼다.
오픈마켓의 대두와 남대문・동대문 패션 콤플렉스의 역할
한국 온라인 쇼핑 산업은 중소판매업자를 집적해 소비자를 모으고 판매자와 구매자를 중개하는 역할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발전했다. 사실 한국은 오프라인 유통 산업에서도 소매 산업은 자기 계산하에서 매장을 임대해 운영하는 입점형 운영이 상가, 몰(대형집합상가), 백화점에서도 일반화되어 있었다.
초기 할인점에서도 활용됐기 때문에 기존 유통 산업 참가자의 적응과 이행이 급속하게 진전된 측면이 있었다. 중소형 판매사업자를 집적해 소비자를 집객하고 중개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온라인 쇼핑 업태를 오픈마켓이라고 한다.
오픈마켓 업태의 형성에는 구매자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전자상거래 및 소비자 보호에 대한 법률(전소법)’에서 소매업과 중개업을 명확히 구분해주어 온라인 판매업자에 대비되는 중개사업자의 역할과 기능 확장의 기반을 구축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또한 이 시기 G마켓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쇼핑 기업은 유통업체에서는 잘 활용하지 않는 지상파 TV광고를 공격적으로 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데 크게 작동했다. 이 업태에는 SK그룹의 11번가가 참여해 소비자에게 제시되는 상품제시 방법에 대한 차별화를 실험했고 TV홈쇼핑 계열인 GS이스토어와 CJ홈쇼핑 기반인 앰플이 시장에 진입했다.
이 시기 온라인 소매 산업은 신규 판매자의 진입과 중개사업자, 파워셀러들과 그들의 자사몰, 웹서비스 제공자들로 생태계를 구성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 사입원은 용산, 동대문, 남대문에 구축되어 있던 집합상가 도소매상 이었다.
특히 스타일 난다 등 패션 전문몰들은 차별화된 상품제시 방법을 통해 시장에 서 단기간에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을 뿐 아니라 자체 브랜드의 개발, 패션의류에서 화장품으로 취급 품목의 확대, 온라인 소매에서 오프라인 소매 거점으로의 확대와 같은 시도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