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경제㉘] 편리함이 가져다주는 '1회용품의 유혹'

코로나 팬데믹으로 1회용품 늘어나 편리함이 가져다주는 플라스틱 공해 물질 재활용이란?

2022-12-20     이호선 기자
(자료=환경부)

[디지털비즈온 이호선 기자] 세계적 생활용품업체인 유니레버(Unilever)는 2019년 10월,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의 사용량을 10만 톤 이상 줄이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 비중을 늘리며, 판매하는 것보다 더 많은 플라스틱을 처리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포장재 사용량을 25%줄이겠다는 감축목표도 이행 중이다. 나아가 새로운 포장기술에서부터 재생 및 리필 방식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7월 1일부터는 국내에서는 판촉을 목적으로 포장된 단위 제품을 2개 이상 묶어 추가 포장하는 재포장이 전면 금지되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편의점 등에서 실시하던‘덤 마케팅’이 사라지는 것이다. 과도하게 발생하는 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강력 규제라고 볼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1회용품 늘어나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이 자치구·서울시에 보고된 생활폐기물 발생량을 검토하여 2022년 2월 말 발표자료에 의하면, 서울시민 1인당 하루 플라스틱 배출량이 2016년 110g에서 2020년 236g으로 2배가 넘게 증가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서울에서만 하루 2,300톤 이상 발생하며 부피로 환산하면 5톤 트럭 742대에 실어야 하는 양이며, 100평 건물 34층을 가득 채우는 규모다.

코로나 전인 2019년에 비해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엔 서울시민 전체가 500ml 생수병 하나씩을 추가로 배출했다고도 볼 수 있다. 500ml 생수병 무게 15g 가정하여, 2020년 서울 연평균 0.8개 증가했다는 수치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와 외식을 대신한 배달서비스 이용이 늘면서 일회용품 소비가 급증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1회용 컵은 계속 급증하고 있으나 컵의 다양한 재질, 처리의무 부재 등으로 회수·재활용되는 양은 극히 적고, 나머지는 소각·매립으로 처리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현재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매년 28억여 개의 1회용 컵이 사용되나 회수되는 비율은 5% 정도로 추정되며, 나머지 95%는 소각·매립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컵은 토양 및 해양 오염은 물론 생산과 폐기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한다.

환경부는 11월 24일 시행 예정인 1회용품 사용 금지 제도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11월 24일부터 시행하되 1년 간의 ‘참여형 계도기간’을 통해 사업장의 ‘자율 감량’과 지자체의 ‘캠페인’을 통해 1회용품 사용 감량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편리함이 가져다주는 플라스틱 공해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거의 절반이 포장재다. 대부분은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의 평균 수명이 건설재료 35년, 전자제품 20년인 것에 비해, 포장재는 평균 6개월 이하다.

한국은 일회용 플라스틱을 많이 사용하는 나라 중 하나며, 그만큼 폐기물 발생량도 많다. 하지만 얼마나 소비하고 폐기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그나마 확인 가능한 통계치인 환경공단의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매년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주로 일회용 플라스틱과 관련한 생활계 폐기물이 늘어난 점을 미뤄볼 때, 일회용 플라스틱이 전체 폐기물 증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재활용할 수 없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결국 향하는 곳은 소각장 또는 매립장이다. 하지만 소각과 매립 모두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국적으로 폐기물의 발생량이 급증함에 따라, 처리시설인 매립장및 소각장의 잔여 용량이 예상보다 빨리 감소하고 있다.

플라스틱은 자연적으로 분해가 어렵다는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 또한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매립과정에서 대부분 생분해되지 않고 작은 조각으로 쪼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소각은 폐기물을 대기오염물질, 비산재, 저회, 광재(slag)로 전환시킨다.

그 과정에서 호흡기를 자극하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푸란, 수은·카드뮴·납 등 중금속과 주요 온실가스를 배출해 인간과 지구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오염물질을 통제하기 위한 장치 중 가장 발전된 기술도 여전히 일부 오염물질을 제거하지 못하고 대기로 방출시킨다.

지금처럼 대부분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소각, 매립할 경우 대기와 토양을 심각하게 오염시킬 가능성이 크다. 해결책은 정부 규제와 시스템을 바꿔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밖에 없다.

◇물질 재활용이란?

물질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물성을 변화시키지 않고, 다시 플라스틱 제품으로 재생하여 이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로 페트(PET)나 폴리스티렌(PS) 등이 이러한 방법으로 재활용된다. 파쇄기 같은기계적인 수단을 활용해 깨끗이 씻은 폐플라스틱을 파쇄하고, 그 분쇄물을 플라스틱 원재료로 재생하여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폐기된 병, 쟁반 등의 플라스틱을 세정, 살균하여 그대로 사용하는 재이용 방식과 열로 녹인 다음 여러가지 형태로 재성형하여 일용품, 다용목재 등의 용도로 활용하는 재생 방법이 있다.

재생 이용 방법은 단순재생과 복합재생 그리고 혼합재생으로 나눌 수 있다. 단순재생은 분리된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하여 다시 제품이나 펠릿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비교적 단순한 방법으로 대개 선별한 폐플라스틱을 세척, 분쇄한 후 펠릿으로 가공하거나 제품으로 만든다. 복합 재생은 용융 압출성형 방식으로 정화조, 함지박, 건축자재 등을 생산하는 것이다.

페트(PET)병은 가장 널리 재활용되는 포장재다. 하지만 식음료 분야에서 재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고품질 소재로 재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통 재활용 과정을 거치는 동안 품질이 열화돼 섬유 등 다른 분야에 쓰인다.

화학적 재활용 방법은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있고, 일부 플라스틱에는 적합하지 않다. 투입되는 에너지 및 유해 화학물질의 양과 비용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이 같은 한계로‘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포장재의 상당량은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해서 폐기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환경부는 이미 지난 6월 10일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12월로 미룬 바 있다. 또 지난 4월에도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제한에 계도기간을 두기 시작해 아직도 유예 중이다.

47개 환경, 시민단체가 모인 '한국환경회의'는 이날 환경부 발표내용에 대해 "환경부는 존재를 스스로 부정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사실상 '1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