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 인공지능53] “디지털 시대”… 스타트업 중심 변화하는 산업 지형도
금융산업은 디지털 전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산업 중 하나 유통산업 또한 스타트업이 게임의 법칙 대표적인 제조업 자동차 산업도 디지털 전환 변화로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을 뒤흔들고
[디지털비즈온 김맹근 기자] 빅데이터, IoT 등과 같은 디지털 요소기술은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디지털 요소기술은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디지털 엔터프라이즈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가치, 프로세스, 생태계를 변화시켜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드는 디지털 아키텍트 역량이 필수적이다. 디지털 아키텍트 역량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존 패러다임에 얽매이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사업 모델을 설계하는 역량이다.
자동차 산업의 기존 패러다임을 파괴하고 있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프로덕트 아키텍트(Product Architect)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고객가치, 새로운 프로세스, 새로운 생태계를 보여주는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것이 디지털 전환 시대에 기업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건임을 잘 보여주는 증거이다.
스타트업이 바꿔놓은 산업의 예시는 너무도 많다. 특히 금융산업은 디지털 전환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산업 중 하나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느끼는 변화는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했던 활동들이 온라인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 입출금뿐만 아니라, 통장을 개설하는 업무까지 온라인으로 가능해짐에 따라 오프라인 점포가 사라지고 있고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같이 아예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은행도 출현하고 있다. 금융 거래의 형태가 변한 것은 금융산업 변화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이다.
기존 금융산업은 여신, 수신, 결제, 증권, 보험, 자산운용 등 금융 상품에 따라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으로 분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핀테크를 필두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된 오퍼레이션 플랫폼(앤트파이낸셜, 토스 등)이 등장하며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에서 다양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단일화된 플랫폼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유통산업 또한 스타트업이 게임의 법칙을 완전히 바꿔놓은 좋은 예시이다. 2000년대 초반 출현하기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들은 책과 같은 제한적인 상품에 한해서만 온라인화에 성공하는 모습이었다. 전통적인 소매업체들은 이와 같은 1세대 디지털 소매 플랫폼(아마존, 인터파크 등)과의 경쟁에서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상점의 잘 훈련된 직원들이 고객의 요구사항을 더욱 잘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다 더 싼 가격에 필요한 물건을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받아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기존 유통산업으로부터 고객들이 발을 돌린 가장 큰 이유이다. 이제는 전자제품, 화장품 등과 같이 상대적으로 배송이 용이했던 제품군뿐만 아니라 유아용품, 신선식품(마켓컬리 등)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어 기존 유통기업들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대표적인 제조업 중 하나인 자동차 산업도 디지털 전환에 따른 변화로 스타트업이 기존 기업을 뒤흔들고 있는 좋은 사례이다. 기존 자동차 기업들은 부품 생산은 외주를 맡기고 디자인과 마케팅에 힘을 쏟으며 자동차라는 하드웨어 자체 판매에 집중했다. 고객들은 자동차의 브랜드 가치와 멋진 외관, 기계적 성능에 돈을 지불했다.
하지만 테슬라를 필두로 많은 스타트업이 자동차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디지털 디바이스로 정의하면서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 판매 채널도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했다.
그러나 기존 자동차 기업의 경쟁자는 테슬라와 같은 신생 자동차 제조업체뿐만이 아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공유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지만, 자율주행기술이 빠르게 보급되는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자동차가 개인 재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변화하고 나를 이동시켜주는 기계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자동차 산업은 소수의 제조업체만이 남아 우버, 그랩 등과 같은 차량 공유 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표준화된 제품만을 생산하는 역할로 산업 구조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기존 1세대 스타트업들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며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존 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판을 개척한 것이다. 반면 지금의 스타트업은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며 기존의 기업과 직접적인 경쟁을 한다.
스타트업과 기존 기업의 경쟁 끝에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는 경우가 매일같이 늘어나고 있다. 뛰어난 자본력과 산업 생태계에서의 지위를 활용해 진입장벽을 쌓고 경쟁을 차단하던 기존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이 시작된 이후 스타트업이 만든 새로운 게임의 법칙으로 들어와 버렸다.